양혁용 지음 / 작가의집 / 17,000원
이 책은 치료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실험 가이드'라고 부른다. 남이 정해준 식단을 따르는 대신, 내 몸이 어떤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며 나만의 답을 찾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10만 명의 회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식전 방어템'조차 사람마다 달랐다. 어떤 이에게는 올리브유가, 어떤 이에게는 단백질이, 어떤 이에게는 삶은 달걀이 최선이었다. 만인에게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전제다. 핵심은 4주 프로그램이다. 1주차에는 식사 10~15분 전에 방패를 세우고, 2주차에는 식후 15~30분이라는 '타이밍의 마법'을 몸으로 경험한다. 3주차에는 끊는 대신 나의 탄수화물 허용량을 찾고, 4주차에는 무너졌을 때 돌아오는 법을 익힌다. 여기에 지방·과일·간식·음주·여성 호르몬 주기별 실전 가이드와 혈당 안정 레시피 20선, 4주 루틴 기록표가 더해진다.
이응 이응
김멜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8,000원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그리고 3회 연속 젊은작가상 수상 끝에 거머쥔 제15회 젊은작가상 대상은 작가가 “어떤 근본적인 지점 하나를 끝까지 밀고 나가서 세계를 재구성한다면 어떻게”(문학평론가 김건형) 되는가에 대한 빛나는 응답이었다. 인터뷰에서 작가 스스로 “모든 단어와 문장을 버리고 한 단어만 붙들고 갈 수 있다면 무엇일지 끊임없이 찾다 보면 사랑이고 또 사랑의 힘”이라고 말했듯, 『이응 이응』은 굳센 사랑의 손길로 몸과 마음,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그어진 경계선을 흩뜨리며 단단히 매여 있던 우리 안의 매듭을 끄른다. 그 자리에 능청맞은 로맨스, 세상의 가장 낮은 곳까지 살피는 섬세함 그리고 마음을 헤집고 마는 애틋함으로 켜켜이 수놓은 김멜라의 아름답고 슬픈 세계관이 해일처럼 밀려들 것이다.
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정희진 지음 / 창비 / 20,000원
인문학적 탐색으로 소통 불가능성을 자세히 진단한 후 구체적인 대화 장면들 속에서 ‘나’를 지키는 대화법을 제시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에게 의미 있는 관계와 장면을 고르고 그 안에서 최소한으로, 그러나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 약자일수록 자신의 존재를 해명하기 위해 길게 말하고 설득해야 할 때가 많은데, 침묵과 무응답, 대화 종료의 권리 등 나를 지키기 위한 대화 전략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안내한다.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외로움에 빠진 사람들부터 일방적인 소통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까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지친 우리 모두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
이장욱 지음 / 마음산책 / 16,800원
작가는 익숙한 세계에 하나의 낯선 조건을 부여함으로써, 의심하지 않는 사고방식을 흔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건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 아니라, 그 상황을 통과한 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비껴 난 발상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인간과 삶에 관한 질문으로 연결되고, 진지하게 파고들던 이야기에 예상치 못한 장면이 끼어들면서 이장욱 특유의 리듬이 생겨난다.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는 현실적이면서 이상하고, 웃기면서 서늘한 작품집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다. 무엇보다 이번 책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25년까지 약 30여 년에 걸쳐 쓰인 작품들이 수록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장욱의 문학적 시간이 고스란히 포개져 있다는 점에서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는 작가의 소설 여정을 담은 뜻깊은 작품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