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이언과 톰행크스가 출연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그리고 배우 현빈이 군대 가기 직전 탕웨이와 촬영한 영화 <만추>. 시애틀 하면 생각나는 영화다. 두 영화만 봐도 시애틀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강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부슬비가 내리는 회색빛 구름의 도시. 그 안에는 연인들의 애틋한 만남과 이별의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그것도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선정되었다니 매력적인 도시임에 틀임 없다. 시내의 번화가가 바다와 인접해 있는 항구도시 시애틀. 도시의 활기는 뉴욕과 닮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덜 복잡하고 덜 바쁜 곳이다.
“시애틀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 라는 질문에 한번 씩 나오는 대답이 바로 스페이스 니들이다. 서울에 서울타워가 있고, 파리에 에펠타워가 있다면 시애틀에는 스페이스 니들이 있는 셈이다 흡사 우주 발사대 외계인 UFO 비행접시가 얹힌 것 같은 이 타워는 시애틀 센터 내부에 위치한다. 스페이스 니들은 시애들 세계박람회의 유산 중 하나로 높이 184m의 시애틀 초현대적인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160m 지점에 위치한 스페이스 니들의 전망대는 360도 전망으로 시애틀의 스카이라인과 퓨젯 사운드와 캐스케이드 산맥, 올림픽 산맥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에 있는 스카이시티 레스토랑은 매 시간마다 회전하며 태평양 북서부 요리 전문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애틀 여행객들은 주로 이곳에 처음 들러 사방을 보며 도시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다. 서쪽으로 펼쳐진 태평양 앞바다, 캐나다를 향한 북쪽의 민가와 대학가, 남쪽의 레이니어 산과 다운타운을 내려다볼 수 있다.
세계적인 유리 조형의 어장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환상적이고 웅장한 스케일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 세계 유명 도시의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의 작품은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시애틀에서 열리는 전시는 그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상설 전시로 시애틀의 대표적인 문화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치훌리&글라스 전시관은 시애틀의 대표적인 명소인 스페이스 니들, EMP박물관,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가 모여 있는 시애틀 센터 내에 위치해 있어 방문객들에게는 시애틀의 다양한 문화를 한곳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곳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데일 치훌리의 유리 조형물, 그림, 건축적인 조각과 기타 수집품들이 8개의 넒은 갤러리 내부와 외부에 모두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내부에는 치훌리의 대표적인 작품과 그림과 유리공예 시리즈, 건축적 의미를 지닌 커다란 조각은 물론 개인 컬렉션까지 볼 수 있다. 외부에는 높이 13m, 넓이 418㎡의 글라스하우스와 정원이 있어 웅장하고 특징적인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워싱턴 주 출신의 예술가인 치훌리는 미국 최초의 무형문화재로서 현재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으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주요 도시의 200개 이상의 유명 박물관과 정원에 전시되고 있다.
유쾌한 시티투어, 덕투어
버스에 올라타고 관광명소들을 둘러보는 시티투어는 세계 곳곳의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시애틀에는 조금 특별한 시티투어가 있다. 바로 웨스트 레이크 센터와 스페이스 니들 앞에서 출발하는 덕투어다. 덕투어의 특별함은 단지 오리처럼 땅과 물위를 모두 갈 수 있다는 점 뿐만이 아니다. 가장 특별한 것은 90분간 투어를 진행하는 캡틴의 놀라운 입담과 재치다. 맨 앞자리에 앉아 펄쩍펄쩍 뒷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 사람이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쿵짝쿵짝 거리는 음악에 맞춰 오리버스에 탄 모든 사람이 춤을 추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진풍경이다. 시애틀의 명물인 이 덕투어 차량을 보면 사람들은 다들 손을 흔들거나 같이 춤을 추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유니온 호수로 퐁당 빠질 때다. 이때부터 버스는 배가 되어 호수를 한 바퀴 휘 돈다. 호수 위로는 시애틀의 스카이라인이 그대로 호수 위의 화려한 요트들, 수상가옥, 그리고 하늘을 수놓는 경비행기들을 볼 때면 시애틀이 얼마나 풍요로운 도시인지를 알 수 있다. 다시 호수를 나와 출발 장소인 웨스트 레이크 센터로 돌아오는 것으로 투어는 끝난다.
스타벅스의 수도 시애틀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는 전 세계 곳곳에 빠르게 깃발을 꽂고 있다. 최근엔 파리의 백년 넘은 카페들마저 위협하고 있으니 그 기세가 참으로 대단하다. 국경과 인종을 넘어 모든 사람의 입맛을 하나로 만들어버린 브랜드, 스타벅스가 탄생한 곳이 바로 미국 시애틀이다. 1771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문을 연 스타벅스 1호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브랜드 로고가 커피 원두를 닮은 갈색이라는 점 말고는 지금의 것과 별다른 것도 없는데 말이다. 긴 줄 뒤에 섰다가 뿌듯한 표정과 함께 스타벅스 로고가 그려진 종이잔을 들고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성지순례를 하는 모습과 같다. 시애틀은 어쩌면 스타벅스의 수도이자 커피의 성지일지도 모르겠다. 스타벅스 1호점이 위치해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명소다. 1907년 개장하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인 이곳에서 시애틀의 가장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언제나 북적이고 시끌벅적한 모습은 마치 시애틀판 남대문시장같다. 직접 재배한 작물과 과일을 들고 나온 농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매력이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올 때쯤 이면 시애틀이 훨씬 더 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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