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조각 축제인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26’이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국내 유일의 조각 전문 아트페어로, 원로‧중견‧신예 작가 등 480여 명이 참여해 2,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채수린 조각가는 익숙한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새롭게 시도한 조형 작업을 공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본지에서는 재료 물성과 질감을 강조한 손맛 나는 작품으로 세상의 빛을 밝히는 채수린 조각가를 인터뷰했다.
채수린 조각가는 어렸을 적부터 성당에 다녔다. 한번은 우연한 기회에 천주교 성물방에 가게 됐는데, 진열장 안에 있는 반짝이는 성물을 보고 펑펑 울기도 했다. 그때 그는 자신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는 금속 공예를 전공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금속 공예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채수린 조각가는 작품 활동 초기엔 종교적 상징에 천착한 작업을 위주로 했다. 하지만 그는 문득 종교적 상징의 형태에 너무 갇혀있다는 인상을 받아 점차 사실주의 표현을 시도했고, 착시효과를 활용한 위트 있는 작품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같은 맥락에서 채수린 조각가는 폐자전거 재활용 조각, 청바지를 활용한 사물 형태 시리즈, 심지어 대리석 및 석고도 배워나가며 2025년을 방황처럼 보이는 도전의 시기로 보냈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통한 예술적 탐구를 거듭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층 다듬어 나갔다.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26’에서 선보인 신작들은 채수린 조각가의 작품 세계가 새로 열렸음을 보여주는 출사표나 다름없었고, 실제로 수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이번 행사의 화제작이 되기에 충분했다.
<존재만으로도>, <빛의 보호> 작품 선봬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함에 따라 예술에도 기계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성의 이해, 단조 기법을 활용한 손맛은 제아무리 기계라고 해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는 금속의 표면, 질감 등에 심혈을 더 기울이며 작품 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을 지니고 작업하여 탄생한 작품이 <존재만으로도>, <빛의 보호>입니다.”
<빛의 보호>는 요한복음 8장 12절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구절을 기반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생명을 직관적인 심장으로 사실적 표현을 했고, 금속의 반사 물성을 활용하여 신앙적 의미인 빛이 가시적 빛으로 와닿게끔 작업한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출품작 <존재만으로도>는 채수린 조각가의 지인이 건넨 말로부터 시작된 작품이다. ‘존재만으로도 필요를 증명하는 사람이 그대라면 믿을 수 있나요’라고 적힌 작품 설명처럼,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사람 간 관계가 어떤 조건이 없어도 서로 충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채수린 조각가는 이를 마주 보는 두 사람이 서로의 빛을 밝혀주는 것으로 표현했으며, 날개 역시 있는 그대로의 날개가 아닌 서로를 지탱해주는 산과 방패처럼 보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채수린 조각가는 ‘보이는 것 너머 본질이 있다’라는 생각을 전시 부스에 방문한 많은 관람객과 나누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 속 보이지 않는 영혼과 내면을 가진 사람의 존재처럼 한 작품 한 작품마다 고유한 에너지를 담아 전하는 조각의 매력을 알려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빛을 밝히는 조각가 될 것
“저는 빛을 밝히는 조각가가 되고 싶습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이 얼마나 어두운 시기인지 모른 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멀리서 봤을 때는 악이 교묘하게 세상을 병들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대에 한 줄기 빛을 밝혀주는 조각가가 있었고, 제가 바로 그렇게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졸업 전시와 논문 준비로 바쁠 것 같다는 채수린 조각가. 이에 그는 몸과 마음을 한층 더 건강히 다스리는 한편 작품 대하듯 자신을 대함으로써 바람직한 삶의 선순환이 일어나기를 염원했다. 마지막으로 채수린 조각가는 “저는 인복이 참 많습니다. 특히 지도교수님을 잘 만나서 제가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지면을 빌려 지도교수님과 제 주변의 소중한 분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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