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이 관객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은 낙원이 된다. 6월 20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단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은 공동기획 연극 <사사로운 사서>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막 올린다.
2026년 공동기획 작품으로 선정된 <사사로운 사서>는 홍수 피해를 입은 대도시의 한 공공도서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 연극이다. 지난해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4%, 관객만족도 점수 92점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높은 호평을 받았다.
과거 고등학교 건물이었던 북부 도서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어느 여름날, 도서관의 보존서고가 침수된다. 보존서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책들이 보관되는 곳. 어쩌면 버려질 날을 기다리는 이 도서들이 침수되었을 때 도서관 사서들은 폐기 대신 복원을 선택한다. 임시 휴관을 결정하고 도서 복구 작업에 착수하는 가운데, 사서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과 숨겨진 이야기들이 미세한 틈 속으로 새어 나온다.
작품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강현주는 <배를 엮다>, <99% 천재일기>, <잘못된 성장의 사례> 등을 대표작으로 보통의 사람들, 그리고 일상을 이야기하는 연극을 그리는 창작자다. 오랜 시간 리서치를 기반으로 소란하지 않게 일하지만 삶의 생채기를 거듭 치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하여 회복의 연극을 만든다. 2024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콘텐츠 공연개발 창작자 공모에 선정됐다.
<사사로운 사서> 역시 숨 가쁜 세상 속에 느린 호흡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복원의 작업 과정을 따라가는 연극은 과거의 부채와 트라우마를 큰 사건 없이 마주하게 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도로 상처를 치유한다. 마이너로 불리고, 비주류에 머무는 것들이 특별하거나 모자란 어떤 것이 아닌 그저 각자의 자리에 있는 또 다른 한 조각이라는 극의 메시지가 나직한 회복기제를 전한다.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도서관이 무대에 구현된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잠시 지우고 도서관으로 변신한 무대에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극 중 인물들과 사건들을 실제로 경험하고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받는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100분은 치열한 세상에 마모된 마음들을 어루만지며 끝내 폭발 없는 눈물을 짓게 한다.
강현주 연출은 “책에는 수만 가지 다른 생각과 사상들이 담겨 있다. 그를 한 톨도 버리지 않고 모두 복원하기로 마음먹은 사서들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가치관과 시대정신이 환대받고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퍼져 나가 작품의 마침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서들이 나누는 ‘조용한 대화’ 속에서 관객들이 하루하루 무거운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내고 치유와 회복, 천천히 숨 쉬는 시간을 가지고 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6월 27일 공연 종료 후에는 강현주 연출과 배우 전원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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