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대림문화재단이 2006년부터 전개해 온 ‘컬렉션’ 시리즈의 계보를 이어가는 기획 전시의 새로운 시작이자, 2015년 이래로 새롭고 독창적인 시도의 전시와 문화프로그램을 전해온 디뮤지엄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하는 전시로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공간인 집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취향과 아이덴티티, 감각을 표현하는 컬렉션으로 가득 채워진 다섯 페르소나의 공간을 선보인다.
각기 다른 다섯 페르소나의 취향이 응축된 공간에서는 김환기, 박서보, 알렉산더 칼더, 파블로 피카소 등과 같은 거장 작가들의 마스터 피스 예술 작품들부터 장 푸르베, 핀 율 등의 디자인 가구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작업으로 유럽, 동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는 70여 명의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 3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약 2,000㎡ 규모의 미술관에서 방대하고 몰입감 있는 형태로 펼쳐지는 전시는 미술관 세 개 층 각각을 서로 다른 취향이 담긴 ‘하우스’로 탈바꿈하여 영상 감독, 티 소믈리에, 플랜티스트, 셰프, 갤러리스트 등 개성 넘치는 특별한 페르소나를 담아낸다.
첫 번째로 M2에 구현된 스플릿 하우스에는 상반된 두 취향이 공존한다. 두 개의 입구로 분리된 집 중, 영상 감독으로 활동하며 대중문화에 관심을 둔 20대 아들의 미감이 오롯이 반영된 공간에서는 애니메이션 또는 그래픽적 스타일이 돋보이는 유 나가바, 아오카비 사야, 심래정, 코이치 야이리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어 티 소믈리에로 활동하며 단아한 미감이 깃든 작품을 수집하는 50대 어머니가 거주하는 곳은 이승조, 김환기, 박서보, 차우희, 준 타카하시, 곽철안, 잉고 마우러, 장 마리 마소, 렌조 프라우 × 피에로 포르나세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마스터피스가 코이치로 타카기, 타이드, 아츠시 카가와 같은 젊은 작가들의 위트 있는 작품과 함께 집안 곳곳에 배치된, 다른 듯 비슷한 감각이 조화로운 공간이다.
M3의 테라스 하우스는 자연과 건강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둔 30대 부부의 취향이 녹아든 공간이다. 클로드 비알라, 이강소, 구성연, 유카리 니시, 이은, 파블로 피카소, 프랭크 스텔라, 남진우,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소피 닐센 & 롤프 크누센, 지오 폰티의 화려한 작품들은 넘치는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이닝 룸에는 역동적 몸짓을 추상화한 서세옥의 작품이 중심에 자리해 시선을 압도하고, 작은 쉼터로 조성된 테라스에는 아트 퍼니처와 도예 작품을 제작하는 로마넬리 부부의 가구와 오브제가 세이어 고메즈, 알폰소 곤잘레스 주니어의 회화와 한데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M4의 듀플렉스 하우스는 맥시멀한 취향을 바탕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수집하는 40대 남성 갤러리스트의 집이다. 마치 갤러리를 옮겨 놓은 듯, 화이트 월과 복층 구조의 공간을 채운 알렉산더 칼더, 요시키 무라마츠, 백남준, 하로시, 하비에르 카예하, 코이치 사토, 장 푸르베, 폴 헤닝센, 핀 율의 작품은 신예와 거장, 빈티지와 컨템포러리를 넘나드는 안목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기묘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리옹 팩, 로비 드위 안토노, 레이몬드 렘스트라, 노상호의 작품과 강렬한 색채 대비가 눈에 띄는 히로키 츠쿠다, 스티키몽거, 케이이치 타나아미, 마사토 모리의 작품이 밀도 있게 설치된다.
팬데믹 이후 집은 휴식과 일, 여가와 취미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기능을 더하며 그 의미를 확장해 왔다. 이와 더불어 취향을 통해 본인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집은 더 이상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곳이 아닌 거주하는 사람의 감각적 기호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하나의 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적인 영역에서 제한적으로만 공유되었던 주거 공간이 효율적 기능을 넘어 개성과 정체성을 표출하는 영역으로까지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 전시는 우리 삶의 가장 사적이고도 내밀한 공간인 집에서 저마다의 아이덴티티와 감각을 표현하는 컬렉션을 통해 개인의 감각적 기호를 표현하는 공간으로서 집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전시는 예술 작품, 디자인 가구와 오브제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누군가의 삶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고 보는 경험을 통해 나와 나를 둘러싼 익숙한 주변을 새롭게 감각하고, 나아가 집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예술과 조우하며 일상과 예술의 만남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