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7,000원
이번 소설집 『스위트 솔티』에서 황모과는 삶의 터전을 떠나 이방인이 되어야만 했던 인물들을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 여전히 ‘남겨진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만 했던 이들은 사회가 자신들을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게 만들거나 혹은 시대 지체자로 만들 때 혹은 아예 늙고 병들기만을 바라며 기억을 왜곡하고 조작하려 할 때조차도 자신의 고유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대한 허무는 자기 존재의 대한 물음과 세상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인간성의 회복과 희망적인 미래를 말해온 황모과는 개개인 모두가 디아스포라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사라진 목소리들을 찾아나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난민이라는 ‘작가의 말’은 오늘날 인위적으로 형성된 삶의 경계와 무수히 많은 차별의 벽을 허물고 말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베아
이희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14,500원
SF와 판타지 등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 온 작가 이희영이 새로운 신화를 선보인다. 신작 『베아』는 우리의 신화, 단군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케이브 숲으로 모두를 이끈다. 독자들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도록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작가의 경이로운 판타지 세계에 흠뻑 빠져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베아』는 전설의 땅 사라아를 찾기 위해 죽음의 숲, 케이브에 들어간 쿤의 후계자 베아와 소꿉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인 타이가 타인이 정한 삶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자아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한국적 판타지를 만나 보자.
용기 있게 얼스어스
길현희 지음 / 유유히 / 18,000원
‘커피를 통해 환경 메시지를 전하겠다’며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원칙과 맛있는 제철 케이크로 유명한 얼스어스는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카페다. 길현희 대표는 연남점, 부산점, 서촌점에 이어 세컨드 브랜드 론칭부터 회고까지, 좋아하는 일이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직업이 되기까지, 세상에 없던 스몰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길현희 대표는 얼스어스의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고, 환경을 위한 일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책 속에는 상권 분석보다 브랜드 성격에 맞는 입지 선정, 메뉴 개발 및 인테리어 컨셉을 위한 취향 연구, 세컨드 브랜드를 시작할 때 유의해야 할 점, 직원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 등 카페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팁들까지 시행착오 속에서 몸소 경험하고 배운 사례들을 생생히 담았다.
꽃 피는 미술관
정하윤 지음 / 문학동네 / 33,000원
이 책에는 독자가 꽃 그림 감상을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의 해설 속에서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미술을 일상에서 숨쉬듯 즐길 수 있는 법이 담겨 있다. 실감나는 꽃 그림 감상을 위해 화집처럼 큰 판형으로 만들었다. 그림과 나란히 읽으면 좋을 화가의 생애를 함께 다루어 그림 감상에 깊이를 더했다. 작품 해설은 미술사적인 흐름과 저자의 관점을 고루 넣어 에세이처럼 읽는 맛을 살렸다. 이 책은 매일 한 페이지씩 읽어도 충분하다. 꽃 그림 한 점을 통해 예술가의 생애, 미술사조의 흐름은 물론이고, 꽃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매일 꽃 그림 한 점을 보며 아름다운 교양의 세계로 조금씩 빠져들어도 좋을 것이다. 설령 이 책에 실린 모든 그림을 기억할 수 없을지라도, 매일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림을 통해 화가의 붓질을 꾸준히 만나는 것만으로도 마음과 머리가 충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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