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시작된 이래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미술상으로 자리매김한 <올해의 작가상>은 전도유망한 중견작가들의 전시와 시상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저변을 넓히고 국제적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왔다. <올해의 작가상 2024>는 지난해 10주년을 기하여 이루어진 제도 개선의 취지를 이어 ▲최근의 문제의식을 담은 신작과 구작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약하여 드러내고 ▲내년 초 온·오프라인으로 공개될 ‘작가-심사위원 대화’로 대중의 이해를 높인다.
<올해의 작가상 2024>의 후원작가 윤지영, 권하윤, 양정욱, 제인 진 카이젠은 다채로운 각자의 목소리로 동시대를 새롭게 바라본다. 심리적 역동과 일상의 삶, 역사적 기억, 신화와 제의 등이 작가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 침잠하거나 거대한 세계로 확장해나가고, 기억하기 위해 또는 바람직한 삶을 표현하기 위해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는 작가들의 방법론은 통념을 전복하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해의 작가상 2024>는 작가들이 펼쳐놓는 다채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고 그 안에 담긴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윤지영은 안과 밖을 가지는 조각의 속성을 이용하여, 외부의 사건이나 상황으로 인해 개인이 갖게 되는 태도 혹은 ‘더 나은’ 상태를 위한 노력을 형상화해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조각 실험을 보여주는 다양한 구작들과 함께 〈간신히 너, 하나, 얼굴〉(2024)을 비롯한 신작을 선보인다. 〈간신히 너, 하나, 얼굴〉에서 작가는 소원을 빌며 바치는 밀랍 봉헌물에서 출발하여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친구들의 마음을 담은 조각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작가는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물질의 성격, 곧 ‘가소성’을 외부의 작용을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동적인 힘으로 재해석한다.
권하윤은 기억과 기록의 개념을 재고하기 위해 가상현실(VR)을 활용하여 새로운 기억 경험을 창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록과 기억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는 세 점의 구작과 신작 〈옥산의 수호자들〉(2024)을 선보인다. 가상현실 설치 작품 〈옥산의 수호자들〉은 옥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매개로 친구가 된 대만의 부족장과 일본 인류학자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 이야기는 허구와 현실, 역사와 기억이라는 구분을 넘어 ‘적’이라는 거대한 개념에 가려져 있던 구체적인 관계들을 새롭게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양정욱은 일상에서 포착한 장면에서 출발한 움직이는 조각과 이야기로 그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전달한다. 전시는 인물을 다루는 작품과 풍경을 다루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고난과 희망 사이에서도 부단히 반복되는 사람들의 행동에 깃든 삶의 의미를 보여준다. 신작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2024)는 텃밭을 무대로 사람이 남긴 흔적에서 얻는 위안을 이야기한다. 물, 빛, 바람이라는 자연의 요소,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텃밭을 마주한 아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을 매개로 움직이는 형상이 되어 관객을 맞이한다.
제인 진 카이젠은 강렬한 시각성이 동반되는 시적이고 수행적인 영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세 점의 신작을 포함하여 총 일곱 점의 영상으로 이루어진 연작 〈이어도 (바다 너머 섬)〉(2024)를 선보인다. 본 전시에서 처음으로 그 전체를 공개하는 〈이어도 (바다 너머 섬)〉는 지역공동체와의 오랜 협업을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 오늘날의 쟁점에 대한 작가의 다층적 연구를 집약하여 보여준다. 나선형의 역동적인 스크린과 화면 속 다양한 주체들의 몸짓에서 출발하는 작품은 수행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올해의 작가상 2024> 최종 수상 작가는 전시 기간 중 국내외 심사위원들과 작품에 관한 공개 대화 및 2차 심사를 거쳐 2025년 2월에 발표된다. 2차 심사인 ‘작가-심사위원 대화’는 관람객 현장 참여가 가능하고, 추후 온라인으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최종 수상 작가는 ‘2024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고 후원금 1천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또한 4인 후원작가 및 최종 수상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가 SBS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현대미술의 내일을 이끌어갈 작가를 지원하는 국내 대표 전시”라며, “본 전시가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가들의 문제의식을 많은 관람객 여러분과 나누는 기회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