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전을 5월 17일부터 9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는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개념을 확장시켜보는 기획전이다. 20세기 후반 등장한 포스트휴머니즘의 흐름을 좇아 비인간 중에서도 특히 사물에 주목한다. 전시에서는 사물을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로 바라보고, 사물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대안적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전시 제목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는 사물을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이자 현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존재로 가정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시는 ‘사물의 세계’, ‘보이지 않는 관계’, ‘어떤 미래’ 등 3개의 소주제 아래 국내외 작가 및 디자이너 15명(팀)의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설치, 조각, 영상,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는 물질과 재료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에서부터 특정 사물의 역사, 생물학을 넘나들며 사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물의 세계’에서는 사물을 물건 또는 상품으로 동일시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줄 작품들을 소개한다. 네덜란드 디자인스튜디오 드리프트(DRIFT)의 프로젝트 <머티리얼리즘>(2018~)과 이장섭의 프로젝트 <보텍스>(2023~)는 사물이 자연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사물을 해체하거나 만들어 나가는 과정으로 보여준다. 사물을 다른 차원으로 뒤바꿔 관람객의 사고를 전환 시키는 작품도 있다. 우주+림희영의 <Song From Plastic>(2022/2024)은 쓰레기를 디스크로 만들어 소리로 재생시키고, 김도영의 <80g> 연작은 건축 자재를 사진으로 인화해 본래 재질, 무게, 부피감 등을 잃은 이미지로 사물을 재해석한다. 신기운의 <진실에 접근하기>(2006) 시리즈는 사람들이 욕망하는 물건이 그라인더에 갈리는 영상으로 물건 표면의 상징이나 기호가 지워지면 물건은 물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보이지 않는 관계’에서는 얽히고설킨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자연, 기술, 경제, 과학의 영역에서 탐구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인간 중심 세상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사물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 사물은 인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짚어본다. 이탈리아 디자인 듀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의 <캄비오>(2020)는 나무가 자연에서 인간 세계로 넘어온 역사를, 아르헨티나 출신의 미디어 작가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의 <코스믹 제너레이터>(2017)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인간 또한 사물처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상품임을 사변적인 필름으로 전달한다. 박고은의 <감각 축적>(2024), 박소라의 <시티펜스>(2022)는 디지털 기술 환경 안에서 사물과 인간의 역할이 뒤바뀌는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사물의 영향력을 제고한다.
‘어떤 미래’에서는 이제껏 물건(object)으로 간주했던 사물의 개념을 가능성을 지닌 어떤 것(thing)으로 확장해 본다. 호주 출신 디자이너 루시 맥레이(Lucy Mcrae)는 사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 미래 사회 트랜스 휴먼을 상상한 설치와 영상 작품으로, 영국 디자인 듀오 수퍼플럭스(Superflux)는 대안적인 기술이 장착된 기계 장치가 등장하는 사변 필름 <교차점>(2021)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낯선 시공간을 만든다. 잭슨홍의 신작 <러다이트 운동회>(2024)는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대형 볼 게임이다.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를 교차시킨 게임장에서 사물과 인간이 함께 매번 새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사물로 간주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된다. 김을지로는 태양열 전지판과 식물을 연결한 3D 영상 <기계 태양의 정원>(2024)을 선보이고, 김한솔은 옷과 어패류가 뒤섞인 ‘물명체’(물체+생명체)를 창안하며 인간에게서 자유로워진 옷을 <의태화된 의패류>(2024)라 칭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팬데믹 이후 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태도와 방향성을 반영하여 이제껏 주목하지 않았던 사물이라는 존재를 조명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사회철학 및 디자인 담론을 미술과 교차하는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예술의 외연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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