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2023 타이틀 매치 <이동기 vs. 강상우>를 11월 23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2023 타이틀 매치는 북서울미술관 대표 연례전 타이틀 매치의 10주년을 맞아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대중매체 이미지를 작품에 활용하는 이동기, 강상우 작가를 초대하였다. 동시대 미술의 화두 중 하나일 대중매체 이미지 실험을 초기부터 지속해 온 이동기 작가와 그 실험의 반대쪽을 비추는 강상우 작가의 작품을 되짚어 보고, 두 작가의 신작을 통해 경계의 확장과 돌파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타이틀 매치’를 전개하고, 한국적 팝아트의 서로 다른 면모를 그려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두 작가가 다루어 온 이미지나 소재에 집중하기보다 각자의 세계를 떠받치는 매체적 논리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두 작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요약하면, 이들은 사회적 무의식과 시각성에 대한 관심, 선형적 발전 논리에 대한 회의, 기이한(uncanny) 조형에 대한 감각적 촉수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선명한 차이도 존재한다. 이동기 작가의 작업은 텔레토비 꽃동산을 연상시키는 아주 매끈한 수공의 캔버스 표면을 보여준다. 이동기 작가는 캔버스 표면 뒤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며, 단번에 작품의 의미나 작가의 의도, 존재를 포착할 수 없도록 작업한다. 이에 비해 강상우 작가의 작품은 마치 딩동댕 유치원의 거친 세트나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를 연상시킨다. 강상우 작가는 화려한 앞면과는 다른 세트 뒷면을 자꾸 노출시키고, 작가 머릿속 이미지 기억 창고에서 생생했던 이미지를 건져 올리자 눈 앞에서 풍화되어버렸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전시가 사회에 대한 관심과 대중 매체의 조형 감각, 이미지의 중첩을 통해 발전 중심적 사고를 지연시키는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옛 대중매체 이미지나 회화 같은, 신기술과 거리가 먼 매체는 레트로하거나 올드한 것인가? 한국의 팝아트는 뻔하고 상업적으로만 보이는가? 개인은 하찮고 우리를 둘러싼 대중매체 이미지는 저급한 것인가?
두 작가는 이에 답한다.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해 옛것을 진부하게 만드는 소비 사회에서, 언제나 청춘인 로큰롤처럼, 머리가 꼬리를 먹는 순환의 뱀처럼, 동시에 존재하는 다중우주처럼, 이미지와 매체는 언제나 새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이 그려내는 팝아트는 유럽과 미국의 팝아트가 보여준 실험들(이미지 매체의 변환, 노스탤지어, 새로운 원본을 만들어내는 수공성 그리고 폭력, 죽음 등 사회적 사건에 대한 관심)과 공명하고 한편으로는 매체성, 작가성, 가상성에 대한 새로운 면모들을 혼성해 짜넣으며 한국적 팝아트를 차별화한다. 그리고 두 작가는 개인, 시대, 미술사를 오가며 증식하는 이미지를 타고 이미지의 위계와 매체별 조형 언어, 참조, 시각적 리얼함에 대한 인식의 틀을 가로지른다. 이를 통해 선형적이고 내면화된 규준들을 깨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적 전시로 자리 잡은 타이틀 매치의 10주년을 맞아 이동기, 강상우 작가를 초대하였다. 올해 기관 의제인 공유와 전시 의제인 복제성의 교차점에서 대중문화를 근간으로 한 실험들이 조형적으로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 탐색하는 전시이다. 위트와 풍자도 포함하고 있어 세대와 매체를 넘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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