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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가들이 꿈꾸고 그려온 삶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2023년 08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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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5월 18일부터 2024년 2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 2021년~2022년, 2회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동산 박주환 컬렉션' 작품 209점 중 90여 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보인다. 동산방화랑 설립자 고(故) 동산 박주환(1929-2020) 대표가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現 동산방화랑 대표)이 기증한 ‘동산 박주환 컬렉션’은 한국화 154점을 포함한 회화 198점, 조각 6점, 판화 4점, 서예 1점 등 총 209점이다. 동산방화랑은 1974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개관한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 신진 작가 발굴과 실험적인 전시 기획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화 소장품 수는 총 1,542점이 되어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전시는 기증작 중 192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한국화의 변모와 실험의 단층들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구성된다. 전시 제목에서 ‘동녘’의 의미는 기증자의 호인 ‘동산(東山)’을 기념하는 동시에 해가 떠오르는 이상향의 자연을 상징하며, 근대 이래 한국 화가들이 꿈꾸고 그려온 삶의 세계와 비전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 주제를 관통한다. 사진사이자 사군자 화가로서 한국 근대미술의 미적 가치를 탐구한 김규진(1868~1933)부터 현대인의 삶을 수묵으로 표출하는 유근택(1965~)에 이르기까지 작가 57인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한국미술의 시대적 변천과 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한국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크게 네 개의 주제와 ‘생활과 그림’이라는 한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1부 ‘신구화도(新舊畵道): 옛 그림을 연구하여 새 그림을 그리다’에서는 서화연구회를 설립하여 그림 교육을 실천한 김규진과 독립운동가이자 사군자 화가인 김진우의 묵죽화를 통해 서화(書畵)의 대중화를 표방했던 당시 화단의 시대적 흐름을 짚어본다. 나아가 남종화단의 명맥을 이은 허백련과 더불어 김은호, 이상범, 박승무, 이용우, 최우석 등의 산수화, 기명절지화, 매화도는 창조적 방향성을 모색한 화가들의 노력과 근대화단의 탄생과 전개의 일면을 보여준다.

2부 ‘한국 그림의 실경(實景)’에서는 1945년 광복을 맞이한 이래 한국전쟁(1950~1953)을 거치는 시대적 격동 속에서 전통 화단의 계보를 잇고 한국 회화의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노력했던 작가들을 조명한다. 그중에서도 손재형의 사군자화와 이응노, 허건, 배렴, 정종여, 장우성, 김기창, 김옥진 등의 산수화와 화훼화 등은 앞선 세대의 화가들이 이루어 놓은 예술적 기반을 토대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전통 수묵화의 정통성에 비해 규모 있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국 채색화의 전통을 잇고 발전시킨 정은영, 유지원, 김흥종의 영모도, 화접도를 함께 조명한다. 

3부 ‘전통적 소재와 새로운 표현’에서는 국내 미술대학에서 수학하고 1960년대 이후 전통 회화기법에 과감한 조형 실험을 시도하여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 소재의 현대적 해석과 표현을 시도했던 장운상, 박노수, 서세옥, 송영방, 이규선과 현장 사생(寫生)을 토대로 실경산수화의 현대적 면모를 실험했던 오용길, 이열모, 이인실, 이영찬, 김동수, 송영방, 이종상, 임송희와 더불어 수묵의 가능성을 종이 위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송수남, 이철량, 하태진, 이종상 등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4부 ‘중도의 세계: 오늘의 표정’에서는 전통 수묵화 매체의 근간인 ‘지·필·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 세계를 펼친 작가들을 소개하고, 한국화의 화법적 질서 또는 동양적 미감을 적용한 서양화와 판화 작품을 조명한다. 강경구, 석철주, 김호득, 유근택의 작품에서 포착할 수 있는 산수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이왈종, 임효, 류민자, 김영주, 신명범, 김근중의 작품에서 보이는 전통적 상징성과 조형성 그리고 장상의, 송수련, 박석호, 이항성, 석란희의 화면에서 구현된 자연에 대한 관조적 심상 등을 볼 수 있다.

‘에필로그: 생활과 그림’에서는 그림을 통해 화가들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며 삶의 세계를 투영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어떤 공간이라도 산수화가 걸리면 그곳엔 하나의 자연이 펼쳐지고, 축수화(祝壽畵)나 길상도가 걸려 있으면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축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관람객들은 우리 화가들이 전해주는 그림의 정취와 만복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실 밖 회랑 공간에서는 동산방 표구(1961~)와 동산방화랑(1974~)이 걸어온 발자취를 아카이브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조명한다. 아카이브에서 표구 디자인 개발 등으로 한국 화가들의 작품 활동을 뒷받침한 동산방 표구의 행적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전시실 교육 공간에서 전시 기간 중 상시 참여가 가능한 MMCA 워크숍 <그림에, 마음을 담다>를 운영한다. 이 밖에도 전시 기획자와의 만남, 전문가 초청 강연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관련 상세 정보는 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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