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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스타일로 서각 예술을 재해석한다

목은 김영미 작가 | 2023년 05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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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각이란 글씨나 그림을 나무나 기타 재료에 새겨 넣은 것을 뜻한다.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동굴벽화, 암각화 등의 형태로 그 흔적을 남겨왔기에 어찌 보면 서각은 가장 오래된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일까. 현대인들은 서각에 관한 막연한 선입견이 있다. 즉, ‘서각’이라고 하면 어르신들이 주로 하는 문턱이 높은 전통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통의 맥을 잇는 동시에 입체성과 채색을 가미하고 글씨와 각에 조형 요소를 획기적으로 접목한 현대 서각을 선보이는 목은 김영미 작가(이하 ‘김영미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색채와 멋을 지닌 현대 서각을 통해 서각 예술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김영미 작가를 인터뷰했다.   

18여 년간 공예에 몸담고 서각에 입문한 지는 10여 년이 지난 김영미 작가는 전통 서각과 현대 서각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평을 받으며 오늘날 서각 문화를 선도해나가고 있다. 만해 김경호 스승에게 한국 만다라를 사사받아 서각으로 접목해서 표현하고 있는 김영미 작가는 서각에 더욱 심취하게 됐다. 김영미 작가에 따르면 서각 예술은 마음 수양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다시금 일어서게 한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서각에 몰두한 김영미 작가의 예술혼은 ‘2022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시상식에서 서각발전공로대상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김영미 작가는 국제문화예술명장(서각명장 제22-03-03-01호), 한국만다라 이수자(제22-016호), 아시아명인(제29호) 등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국제종합예술대전 초대작가, 국제깃발교류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전통서화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공예대상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영남미술대전 초대작가, 세계미술협회 초대작가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한국서각협회 경북지회 사무국장을 역임하는 한편 대한민국 공예대상전 심사위원, 무릉서각예술갤러리 대표직을 수행하며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틀에서 벗어나 나만의 색깔을 찾아

서각은 남성적이고 중후한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수식어가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웠던 김영미 작가는 회와와 현대적 서체, 문양 등으로 서각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한결 가볍고 세련된 여성의 서각 문화를 진두지휘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보통 ‘서각’이라고 하면 무거운 느낌부터 드는 게 일반적입니다. 색깔 자체도 우중충하고 어르신들의 예술이라는 편견도 있는 게 사실이죠. 저는 이러한 색안경에서 탈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저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것이죠. 물론 그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도 겪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역경도 많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옛말을 가슴속에 품고 계속해서 정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만의 작품 세계를 갖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영미 작가는 전통적인 문양과 방식도 존중한다. 하지만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전통에만 얽매이지 않고 새로움을 늘 갈구하고 갈망한다. 그녀가 서각 예술의 재해석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띠는 작품을 선보이고 단순한 각보다는 더욱 섬세하고 세밀한 작업을 즐기는 이유다. 이처럼 김영미 작가는 전통 서각 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서체와 디자인으로 아름다운 색채와 멋을 가미한 현대 서각 작품을 내놓으며 평단의 인정을 받는 한편 젊은 층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앞으로도 김영미 작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재해석한 현대화된 서각 예술을 통해 파인 작가로 입지를 다져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작품의 완성도는 채색에 달려 

김영미 작가는 작품의 완성도는 다름 아닌 채색에 달려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이에 그녀는 매 작품활동을 할 때 특히 채색에 큰 비중을 둔다. 설령 완벽한 각이 나왔을지라도 마지막 채색에서 작품의 맛과 결을 온전히 살리지 못할 시 그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김영미 작가의 지론이다. 

“저는 서각의 완성도는 결국 채색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채색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각을 잘했어도 옷을 잘 못 입으면 그 작품은 작품으로서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듭니다. 그만큼 채색이 중요합니다.”

서각은 음각과 양각 모두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으나 표현 범위가 조금 더 넓은 양각 작품을 선호한다는 김영미 작가는 자신이 포항 지역에 거주 중인 만큼 향후 포항을 상징하는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일례로 포항시 호미곶에 있는 해맞이 광장에 위치한 유명 기념물인 ‘상생의 손’을 비롯해 포스코 전경, 죽도시장 상인들 등을 서각으로 표현해내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김영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참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더 나아가 김영미 작가는 포항에 있는 수많은 간판도 서각으로 담아내 서각 예술의 범주를 넓히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후학양성에 최선 다할 것

김영미 작가는 후학 양성에 진심이다. 그녀 자신이 서각에 입문할 당시 많은 고충을 겪었기 때문이다. 김영미 작가가 무릉서각예술갤러리를 직접 운영하면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서각을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저는 제 수강생 여러분에게 모든 노하우를 오픈할 것입니다. 저의 제자들이 완벽하게 배우고 잘 성장해야 제 이름도 빛날 수 있는 것이죠. 자신만의 스킬과 노하우 등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분들이 적잖은 상황 속에서 저는 수강생을 비롯한 후배 작가들에게 아낌없이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동시에 이들과 함께 연구하고 정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鄰)의 마음으로 지속해서 후학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약속드립니다.”

또한, 김영미 작가는 작가로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저변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서각 예술이 지금보다 더욱 대중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설전시관’과 같은 전시 공간이 필수라는 게 김영미 작가의 확고한 견해다. 이에 김영미 작가는 현재 전시와 체험 등을 자유로이 펼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하고 있는 한편 향후 여건이 허락하면 대규모 화랑 혹은 상설전시관을 꾸릴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미술 작품을 평가할 때 온전히 작품만 보고 평가하는 문화가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김영미 작가. 이를 통해 대한민국 문화예술이 양질의 발전을 이룩하는 것을 넘어 서각 예술이 한층 더 진일보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다름 아닌 김영미 작가가 자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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