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시의 작품세계는 신비하고, 낯설고, 독특한 주제와 경이로운 은유, 감탄스러운 디테일, 아름답고 환상적인 캐릭터로 실제와 상상의 세계를 융합하는 독창적 미학을 제시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으며 불과 29세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2014 어도비 포토샵 프로그램 표지 작가, 2016 아메리칸 아트 어워드 1위 금메달, 2019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CI 제작, 2020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 30인 아티스트 선정, 2021 전 세계 여성 사진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핫셀블라드 히로인’ 선정, 제13회 피렌체 비엔날레 오픈 콜 국제대회 1위를 수상했다.
작가는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셀카 및 본인 신체와 동물 신체의 특징을 결합한 사진 자화상 <Animeyed> 연작을 비롯해 NFT 등 총 47점의 작품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시 제목 <Animeyed>는 작가가 직접 지은 것으로 동물을 뜻하는 ‘animal’과 눈 ‘eye’의 합성어다. 보르시는 인간과 동물과의 눈맞춤(Eye Contact) 작업을 최초로 시도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Animeyed>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 반려견인 데조와 셀카를 찍었을 때 떠올랐다. 우리는 서로 눈을 나란히 두었고 그 모습은 마치 우리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같은 콘셉트를 가지고 다양한 동물들과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동물을 사랑하고 그들이 가진 각기 다른 특징을 따라 해서 그들의 모습을 재창조하고 아름다움을 부각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동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각자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연출하여 이 생명체들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눈맞춤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서로 다른 종인 인간과 동물 사이를 연결하고 두 생명체가 하나가 된 것 같은 강한 유대감과 친밀한 교감, 진정한 신뢰 관계를 형성한다. 이처럼 직접적인 눈맞춤은 완전한 집중의 표현이자 소통의 도구이며 감정 일치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르시는 말과 몸짓보다 강렬한 눈맞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획, 감독, 배우, 시나리오, 편집, 전문 스태프 등 작업과정에 필요한 모든 역할을 직접 맡아서 수개월에 걸쳐 혼자서 철저히 작품을 만든다. NFT 작품도 작가 본인이 직접 제작한다. 1인 다역의 연출비결은 다음과 같다. 먼저 다양한 동물 종의 형태적, 생물학적 속성을 연구해 최종적으로 하나를 선택하는데,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가장 고려되는 부분은 동물의 크기다. 작가 자신과 동물을 한 화면에 결합해 구성하는 방식이 작업의 주요 개념이기 때문이다. 동물 모델이 결정되면 그들 고유의 색과 모양, 피부 등의 특성에 맞춰 필요한 메이크업 도구와 물품들을 구입하고 특수분장기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의상, 눈동자 색을 동물에 맞춘다.
작가는 특수 분장을 통해 동물로 변신한 이후, 세트 조명, 특수 배경 설정 등 정교한 스튜디오 연출로 촬영한 사진을 포토샵의 팔레트 기능을 활용하여 옆모습을 한 동물의 눈과 정면을 바라보는 자신의 한쪽 눈을 일치시킨다. 동물과 작가의 모습이 담긴 두 개의 이미지는 포토샵을 이용한 디지털 회화로 정교하게 합성하는 과정을 통해 동물과 인간이 하나의 화면에서 눈맞춤하는 기이하고 매혹적인 사진 자화상으로 완성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플로라 보르시 작가의 작업기법을 모티브로 한 체험 프로그램 ‘ANIMEYED: 반려동물 그리기’가 운영된다. 에듀케이터의 해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고 투명 아크릴 캔버스에 반려동물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자신의 얼굴과 함께 그리고 사진으로 제작해 플로라 보르시의 작품 속 눈맞춤을 체험해보며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성우 기자 [사진 제공: 사비나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