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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품에 담긴 인류의 이야기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2022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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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문화유산과 미술품 기증 1주년을 맞아 4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개최한다.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공립미술관 5개 처가 참여하여 이건희 기증품 수증 기관 전체가 협력한 전시로, 7개 기관 기증품 295건 355점을 전시한다. 전시품은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금속, 도토기, 전적,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작품 등으로 시기와 분야가 다양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등 249건 30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34건 35점을 출품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김환기의 <작품>, 대구미술관은 이인성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의 <한일>,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의 <현해탄>, 전남도립미술관은 천경자의 <만선> 등 공립미술관 5개 처에서 총 12건 12점을 출품한다. 

고 이건희 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사에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고 이건희 회장은 인류 문화의 보존이라는 수집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수집했다. 이번 특별전은 수집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의 다양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기획했다. 이를 위해 문화유산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전시품을 선별하고, 서로를 연결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전시장은 이러한 기획 의도를 반영하여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와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로 구성했다.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는 컬렉터의 집을 은유하는 공간으로 꾸몄으며 고 이건희 회장의 안목과 취향을 보여주는 수집품을 선보인다. 먼저 ‘가족과 사랑’을 주제로 한 근현대 회화와 조각품을 전시한다. 장욱진의 <가족>은 허물없는 가족애를 순진무구한 화풍으로 전달한다. 처음 공개되는 정약용의 <정효자전>과 <정부인전>은 강진 사람 정여주의 부탁을 받아 그의 일찍 죽은 아들과 홀로 남은 며느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글로 쓴 서예 작품이다. 이어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한국적 정서를 보여주는 공간을 꾸몄다.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은 김환기의 추상 회화가 전통문화와 자연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했음을 한 눈에 보여준다. 제1부 중간에 작은 정원을 연출하여 <동자석>을 전시하고, 마지막에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클로드 모네가 만년에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을 국내 처음으로 전시한다.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는 수집품에 담긴 인류의 이야기를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는 공간이다. 첫 번째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은 조선시대 산수화와 현대 회화를 함께 전시하여 자연이 영감의 원천이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에서는 인간이 흙과 금속을 활용하여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 금속공예품을 전시한다. 세 번째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에서는 종교적 깨달음과 지식이 담긴 불교미술과 전적류를 전시한다. 고려 불화는 첫 2개월간 <수월관음도>, 다음 2개월은 <천수관음보살도>를 선보인다. “기록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보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더욱 힘들다”라는 사명감으로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초조본 현양성교론』, 금속활자로 인쇄한 초간본 『석보상절 권20』 등 귀중한 옛 책도 전시한다. 네 번째 ‘인간을 탐색하는 경험’에서는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된 개인의 주체적 각성을 예술품으로 살펴보고,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함께 경계를 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공유한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문화사랑 정신과 수집 철학을 어록과 영상으로 전달한다.

고 이건희 회장은 “전통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이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향유하여 일상을 풍요롭게 가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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