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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진보가 아닌 관계의 진화

<당신의 휴일>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2021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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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2021 텔레피크닉 프로젝트 <당신의 휴일>을 9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텔레피크닉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개발지원사업인 <2020년 문화콘텐츠 R&D 전문인력 양성(예술·과학 융합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립미술관, 레벨나인,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참여하는 확장 현실(XR) 기반의 예술·과학 융합 프로젝트다. 

<당신의 휴일>은 텔레피크닉 프로젝트의 성과를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확장 현실을 기반으로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미적 경험을 확장, 연결, 공유하는 새로운 현실을 탐구하고자, 현대미술 작가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낸시 베이커 케이힐, 티무르 시친을 초청, 예술 현장과 가상 세계의 상호작용이 더욱 확장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험한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는 두 개의 대형 인물상 <미스 새우>와 〈마이티 마마〉를 각각 미술관 로비와 프로젝트 갤러리1에서 선보인다. 또한, 프로젝트 갤러리 1의 복합 설치 작품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구성하는 수많은 조형물은 유기적인 생태계를 이루며 상호 교류하는 혼종적인 공간을 구성한다. 관람객은 태블릿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 실제 작품 주변에 증강된 가상의 사물을 자유롭게 조합, 재구성, 변형할 수 있다. 

레벨나인은 참여작가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와 협업하여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경험을 공유, 축적하는 확장 현실 플랫폼 〈마이티 버스〉를 선보인다. 확장 현실 플랫폼 〈마이티 버스〉는 확장 현실을 매개로 관람객의 경험을 확장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단순하게 예술 작품에 확장 현실 기술을 적용하여 차별화된 감각을 제공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미술관의 맥락에서 확장 현실의 의미와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시도이다.

그동안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의 유휴공간이었던 하트탱크를 전시장으로 전환하여 티무르 시친의 VR 작품을 선보인다. 티무르 시친의 VR 작품 〈뉴 프로토콜 VR〉은 사막의 밤을 배경으로 디지털 렌더링된 VR 작품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광활한 풍경 속을 부유하는 동안 들려오는 목소리는 동시대의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원리인 ‘뉴 피스’를 소개한다. ‘뉴 피스’는 티무르 시친이 만든 가상의 신념 체계로, 새로운 형태의 정신성을 이야기하는 세속적인 신앙을 표방한다.  

이 전시는 전시장을 벗어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외부에서도 진행된다. 미술관 앞 야외 공간에 위치한 별 광장 위에는 낸시 베이커 케이힐의 AR 작품이 설치된다. 낸시 베이커 케이힐의 AR 작품 〈레거시〉는 나무로 형상화된 조형적 언어 속에서 개발로 인한 부작용과 환경문제를 성찰함으로써 도래하는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모든 방향에서 감상이 가능한 이 작품은 미술관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도 24시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보이지 않는 미술관의 또 다른 이름인 경계 없는 미술관을 구현한다. 작품 감상을 위해서는 앱(4th Wall) 설치(무료)가 필요하다.

이 전시는 팬데믹 시대의 비현실적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희미해져 버린 두 이름, ‘당신’이라는 인칭 대명사와 ‘휴일’이라는 관념적 단어를 통해 현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나’와 ‘우리’의 안전한 삶이 ‘너’ 혹은 ‘당신’ 과의 공식적인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확보되는 재난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타자와 공동체의 의미를 재사유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일상’ 속에서 퇴색해버린 ‘휴일’의 다채로움은 실상 거대한 자본주의 세계를 지탱하는 요소로서, 더 일을 잘하기 위한 일시적 공간으로 작동한다. 이에 전시는 자본주의에 예속된 휴일의 의미를 돌아봄으로써 타자의 존재를 성찰하고, 다시 찾을 수 있는 쉼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당신의 휴일>은 확장 현실의 세계에서 새로운 연결을 꿈꾸고,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닌 관계의 진화를 모색하며, 도래하는 미술관을 그려본다. 그곳에서 미술관과 관람객이 확장 현실의 비전을 공유하고, 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다가오는 시간을 준비하고자 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다가오는 미술관의 디지털 환경은 동시대 관람객의 복합적인 문화예술 경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연구와 기획의 필요성, 미술관의 디지털 컬렉션의 연구와 활성화 방안 등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며, 작가-미술관-관객을 잇는 다양한 각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확장 현실 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예술 생태계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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