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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방향을 제시하다

<올해의 작가상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2019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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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SBS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9>를 10월 12일부터 2020년
3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8회를 맞는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창의적 역량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발굴 및 지원하기 위해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있다. 그간 대한민국 대표 미술상으로서 동시대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과 담론을 만들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왔다.
2019년도 <올해의 작가상>은 국내외 미술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해 지난 3월 홍영인, 박혜수, 이주요, 김아영을 선정했다. 공통적으로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인 매체보다는 영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현장 제작 등 실험적인 형식과 주제의 작업을 통해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아온 작가들이다. 총 20여 점의 신작이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된다.
작가들은 한국 사회에 내재된 개인과 사회에 관한 이슈 또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들이 전시장 안에서 퍼포먼스, 토론, 설문, 공연, 온라인 중계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작업의 내용과 경계를 확장하고 관람객에게 입체적인 방식으로 현대미술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홍영인은 ‘동등성’ 개념을 퍼포먼스, 드로잉, 자수, 사운드 등의 다양한 매체의 작품에 접목해왔다. 이번 신작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인 국가주의와 사회적 불평등 상황에서 이전과는 다른 소통방식에 주목했다. 인간과 다른 소통방식을 가진 동물들, 특히
‘새’에 대한 탐구를 기본으로 <사당 B>라는 주제로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는 신작을 선보인다.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은 사운드를 포함한 대형 설치작품으로 전시장에 거대한 구조물로 구현된 새장의 안과 밖, 즉 관람객과 새의 위치를 뒤바꾼다. 이 이분법적인 공간을 오가는 것은 오직 새의 소리뿐이며, 끊임없이 두 공간을 연결한 다. 전시장 외부에서 진행되는 퍼포먼스인 <비-분열증>은 여성의 저임금노동에서 파생된 몸짓과 동물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얻은 모티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얀 가면>은 런던의 클럽 이네갈과 협업하여 즉흥연주를 통해 ‘동물되기’를 모색하는 영상, 사운드 작업이다.
박혜수의 작품은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작가는 우리 사회에 내재된 집단적 무의식 또는 보편적 인식이라고 여기는 가치들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신작을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를 통해 ‘우리’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을 말하고자 한다. 작가는 표본집단을 구성하여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설문과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텍스트, 영상, 구조물, 다이어그램, 설치작업으로 시각화한다. 또한 전시장에 구현된 가변적인 토론 공간에서는 ‘토론 극장’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작품의 참여자로서 보다 능동적으로 전시와 작품에 참여한다. 이 외에도 <퍼팩트 패밀리>, <노 미들 그라운드> 등 가족의 해체, 양극화, 고독사 등 한국 사회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사회 현상과 문제들을 직시하는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
이주요는 가변적, 일상적인 재료의 조합을 통해 사회와 그 주변부에 존재하는 것들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향후 작가가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창고 시스템에 대한 견본 모델인 <러브 유어 디포>를 선보인다. 전시장에 보관되는 작품들은 전시기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는 동시에, 현장에서 생성된 다양한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송출한다. 작가가 고안한 곳은 작품보관 창고이자 창작과 공연이 가능한 새로운 공간이 되어 작품의 소멸을 유예하고 작품 스스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창의적인 제안이다.
김아영은 최근작들을 통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이주, 이송, 도항과 가로지르기, 초국가성과 지역성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보여 왔다. 이번 신작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영상작업은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의 후속작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이다. 작가적 관심을 아시아 지역, 특히 몽골에 집중하여 바위와 대지신앙으로 대표되는 몽골의 설화와 접목시킨다. 또한 최근까지도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도 예멘 난민의 이주와 이들의 존재 방식을 지질학적인 사례와 중첩시켜 이주 여정을 다양한 층위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역사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올해의 작가상 2019> 최종 수상자는 11월 28일에 마지막 심사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최종 수상 작가는 ‘2019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고 상금 1,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또한 후원 작가 및 최종 수상자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현대미술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SBS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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