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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

<소화-한국 근현대 드로잉> 소마미술관 | 2019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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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다양한 체육 및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데, <소화-한국 근현대 드로잉> 전시 역시 그 일환으로 기획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은
4월 12일부터 6월 23일까지 ‘드로잉’을 주제로 국내작가 200여명의 작품 300여점을 소개하는 <소화-한국 근현대 드로잉> 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서양화단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1920년대 이후 서양의 드로잉 개념이 한국 미술에서 전개되어온 양상을 근현대 주요 작가의 예술적 정수를 보여주는 드로잉 300여점을 통해 통시적으로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소마미술관에서 드로잉센터가 발족한 지 13년 차인 지금도 ‘드로잉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 질문들은 대개 재료와 기법에 집중되어 있는데 드로잉을 단순 그러한 차원에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사실 현대의 드로잉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어로 드로잉을 대체할 만한 용어가 없어 외국어 그대로 널리 쓰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소묘라는 말이 있지만 이것으로는 불충분했다.
이 전시의 제목으로 쓰인 ‘소화’는 드로잉의 또 다른 말로,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소화는 김동인의 소설 등에서 사용된 바 있는데, 당시에는 소묘와 동일한 의미로 쓰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소묘에서 ‘묘’가 기술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면 소화의 경우 ‘화’라는 글자를 통해 보다 높은 창작의 차원을 표현함으로써 더욱 확장된 드로잉의 의미를 담아냈다는 평이다.
이번 전시는 소화란 이름으로 드로잉이 작가의 개성과 정체성을 가장 진솔하게 날 것으로 드러내는 매체로서 독자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드로잉이 재료와 기법에 국한되는 의미가 아닌 작가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예술품으로서의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드로잉은 작가의 예술세계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자 예술품이다. 회화, 조각 등과 비교할 때 기술적 완성도 면에선 차순위로 취급되어 왔으나 작가의 개성, 아이디어와 과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드로잉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그 위상이 달라졌다. 즉 드로잉은 회화, 조각의 전단계로서 보조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늠하게 하는 단초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조형적으로도 작품성을 가진 독자적인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작가의 감흥과 철학, 필력, 성격, 개인사에서 더 나아가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긴 드로잉은 알고 보면 작가의 예술혼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무심한 듯 날려 쓴 글 몇 자, 주변에서 구한 메모지에 휙 그은 선들에서도 의외로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드로잉을 감상하는 묘미다. 과정을 여과 없이 담아가는 열린 구조의 창작 방식도 매력적이다.
작가의 예술세계를 통틀어 볼 때 드로잉은 완결성에 갇힌 작품의 개별성으로 인한 간극을 이어주거나 작가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궁극의 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드로잉의 가치는 미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있으며 작가의 작품세계에 방점을 찍는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황리에 마무리된 <소화-한국 근현대 드로잉>은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한 전시였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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