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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찾는 사람들의 땅

<나나랜드> 사비나미술관 | 2019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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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을 어떻게 정의하는 게 좋을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자유인의 정의”라고 했다. <나나랜드>는 나다움을 찾는 사람들의 땅이자, 마음껏 자유인이 될 수 있는 전시다. 이 전시는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기존 관습과 규범을 벗어나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들, 다양성을 중시하고 남녀에게 주어진 성 고정관념을 흔드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가장 나답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라이프스타일, 소비문화의 변화를 짚고 새로운 사회현상에 주목한다.
<나나랜드>에 입성한 관객은 참여형 퍼포먼스 및 프로젝트 작업에 직접 개입하고, <나나랜드>가 제시하는 주제와 키워드를 체험하는 공간 ‘나나라운지’를 거치며 ‘나나랜더’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기존의 ‘me generation’이 이기적인 성향을 띤 세대라면, 나나랜더들은 이기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나다움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그중에서도 예술가들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는 결국 ‘나 자신’에게 향해 있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관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같은 과정은 결국 나와 그들의 심연,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 나다움과 그들다움에 대한 이야기, 즉 예술가의 자화상인 동시에 참여자인 관객의 자화상이 된다. 이처럼 <나나랜드>에서는 작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고 나다움을 찾고 작업으로 선보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나나랜드>는 기존 고정관념을 흔들고 질문을 던지며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려 노력한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바꾸는 작명쇼를 통해 나의 이름을 찾고 만들거나, 남성 시선의 대상이 되어온 여성이 시선의 주체가 되어 남성을 바라보며 새로운 구도를 짜기도 한다. 사회적 고정관념 속에서 혁신적인 역할을 찾아 나섰던 인물들을 재조명해 이들의 초상으로 화폐를 개혁하는 프로젝트를 펼치기도 한다.
가장 나다운 모습은 혼자 있을 때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극대화하는 움직임은 증가하는 1인 가구와 혼술과 혼밥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대기업이 간편식 개발에 투자하고 여행 상품을 내놓고, 욜로족이 급부상하는 등 소비문화에서 극대화된다. 이들은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먹거나 마시고 싶을 때 즐기고, 내가 원하는 곳을 내가 가고 싶을 때 여행한다.
<나나랜드>는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예술가들이 혼자, 스스로 주체적 삶을 지향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업을 소개한다.
우리는 출생과 동시에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규정하는 고정관념, 성별을 구분하는 색이나 옷차림, 장난감이나 취미 등을 강요받아왔다. 하지만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차용하고, 공유하는 ‘젠더 뉴트럴’ 움직임은 패션과 영화, 연예 산업에도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성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캐나다는 여권에, 독일은 출생신고서에 남 또는 여 외의 제3의 성을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젠더 뉴트럴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분법을 없애고, 대립 개념이 아닌, 중립성을 지향하고 아예 성의 구분 자체를 없앤다.
한편 외적 평가 기준을 버리고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바디 포지티브’ 움직임은 인종과 장애 또는 남과 다른 외모로 차별 받거나 단점으로 치부되어온 특징을 당당히 드러내고, 타인의 다름 역시 인정하고 존중한다. 탈코르셋, 플러스사이즈 모델이나 장애인 또는 시니어 모델, 안경을 낀 여성아나운서, 다양한 피부 톤을 위한 화장품 등 인종과 장애, 나이 구분을 뛰어 넘어 다양성을 존중하고 아우르는 인식과 이 같은 주제를 다루는 사례를 보여준다.
젠더 뉴트럴과 바디 포지티브는 모두 기존 관습과 경계를 지우는 움직임이다. 나를 긍정하고 사랑하며,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는, 기준을 버리고 경계를 지워가려는 나나랜더들의 움직임은 삶의 태도와 문화,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롯이 나의 시간을 즐기는 자발적 ‘나’를 만나는 전시 <나나랜드>는 지난 3월 14일에 시작돼 오는 7월 7일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사진 제공: 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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