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중앙역 떼르미니역에서 기차를 타고 38km 가량 남쪽으로 1시간 정도 달려가다 보면 ‘발몬토네(Valmontone)’ 역에 도착할 수 있다. 특별히 볼만한 것이 많은 도시는 아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이 도시에 있는 아울렛이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 미술을 가르쳐 주는 나의 선생님과 만나 ‘닌파가든(Ninfa Garden)’이라고 하는 유명한 정원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달려가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 닌파가든에 도착했다. 입구를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닌파가든의 넓은 호수가 나오는데, 중세시대 성과 탑으로 이용하던 석재건물이 이곳의 상징물처럼 서있다. 다시 입구로 돌아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평일에 누가 이곳에 올까 싶었는데,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왜 이렇게 영국인이 많은지 알아보니 이곳은 무너져 버린 고대 로마인들의 흔적과 중세인의 흔적이 담긴 유적지 위에다가 1920년에 영국식 정원을 만들기 시작한 장소라고 한다. 이게 닌파가든의 시작이었고, 닌파가든 안쪽에 있는 ‘Pantanello Park’라고 하는 곳은 1990년대 만들기 시작하여 2009년 12월 15일에 완공돼 그때부터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부의 본관에 들어오면, 이곳의 풍경으로 그려놓은 그림 한 폭이 보인다. 복장으로 보아 아주 옛날은 아닌 근대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아래 당당히 놓여있는 상패. 읽어보니 ‘2015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공원’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외국인 일행들과 우리 일행은 각자 이 정원을 걸으면서 자연을 감상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중세 로마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닌파가든 중앙지역에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이 위치해있다. 이 성당은 10세기 경 지어지기 시작한 이 마을의 중앙 성당으로 12세기 확장 완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은 무너졌지만 1000년 전 그려졌던 프레스코화들이 그대로 남겨져 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연을 감상하고 야유회를 즐기고 있다. 더불어 이곳의 관리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이곳의 구석구석을 소개시켜주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은 해본 적이 없기에 굉장히 새롭게 다가온 정원투어였다. 닌파가든의 중심부엔 강이 하나 흐르고 있다. 강의 이름은 ‘닌파 강(Ninfa River)’으로 심플하다. 강 주변에는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초록의 나무와 파란 하늘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은 마치 이탈리아의 국기를 수놓은 듯했다. 정원을 천천히 걷다보니 유럽에서는 보기 힘든 대나무 숲이 만들어져 있다. 안에 들어가서 고민거리를 소리쳐야할 것만 같은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유럽에서 바라본 대나무 숲이라 그런지 더욱 신비로웠다. 간단한 정원 투어를 마치고 식사시간이 되어 입구에 마련된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주최 측에서 제공해주는 음식과 와인을 즐겼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즐기는 식사, 이게 진정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싶다. 닌파가든에서의 여유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글·사진 : 강재원 / 제공 :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02-723-3403
강재원 가이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창의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인생의 길이 보이리라 믿고 있으며,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로자전거나라 가이드.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지만 요리, 글쓰기, 미술, 음악 등을 틈틈이 즐기는 잡식성 인간. 공부도 식성도 잡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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