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스포츠의 최고 인기 종목은 단연 야구입니다. 그리고 한 야구팀이 자본주의의 불문율을 보기 좋게 깨뜨리고 성공가도를 달리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2015년 한국프로야구 챔피언 두산 베어스입니다. 올 시즌도 역시 두산의 독주 그 자체였습니다. 작년보다 더 강력해진 두산은 124경기를 치른 현재 79승 1무 44패 승률 0.642로 2위 NC 다이노스를 6.5게임차로 따돌리며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화수분’ 야구의 승리라 일컫고 있습니다. 화수분이란 재물이 자꾸 생겨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것을 뜻하는 말로 중국 진시황 시절에 있었다는 하수분(河水盆)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다른 팀들이 자유계약(FA) 선수에게 100억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거금을 쥐어주며 팀 전력을 향상시킬 때, 두산 베어스는 이른바 화수분의 힘을 믿었습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슬로건처럼 선수 육성으로 팀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두산 베어스는 지난 2014년 2군 전용연습장에 550억 원을 투자하며 선수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자본주의가 그대로 투영된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즉시 전력인 1군도 아닌 2군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한 건 역사상 유례가 없습니다. ‘돈이 지배하는 시대’에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사람을 제대로 키워보자’는 철학이 투영된 놀라운 투자였습니다.
그리하여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선수 자신의 노력, 코칭스태프의 육성능력,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 연습생 김현수는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로, 김현수가 떠난 빈자리는 새로운 4번 타자 김재환 선수가 완벽하게 메우게 되었습니다. 이밖에도 박건우, 양의지, 오재일, 정수빈, 허경민 등 수준급 선수들이 2군에서부터 열심히 땀방울을 흘려 현재의 두산을 빛내고 있습니다.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계보는 올해도 이어지며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해 순항중입니다. 2군이라는 뿌리가 탄탄하기에 두산 베어스는 단지 2연패가 아닌 더 멀리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발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두산 베어스의 성공을 단순히 야구계에 국한되어 바라보지 않을 때 대한민국도 선진국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야구로 시작된 두산의 화수분 철학이 우리나라의 주요한 분야로 확장돼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김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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