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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실존주의와 서태지의 시대정신이 만나다

뮤지컬 <페스트> LG아트센터 | 2016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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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뮤지컬로 불리며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뮤지컬 <페스트>가 지난 7월 22일 공식개막과 함께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올 여름 공연 성수기의 화려한 라이선스 대작 뮤지컬 사이에서 <페스트>는 유일한 창작초연 뮤지컬이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오랑 시티의 모든 사람들은 이 세상에 불행한 사람은 없고 질병과 고통, 죽음이 사라진 아름다운 이 도시가 완벽하다고 믿었다. 도시를 통제하는 시스템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100% 충족시켰고, 인간은 시스템의 통제를 느끼지 못하며 시스템이 정해준 기준에 맞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완벽하게만 보이는 어느 날, 한 여자가 쓰러진다. 그날을 기점으로 원인 불명의 병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하루에도 수백 명씩 거리에서 쓰러지기 시작한다. 의사 리유는 죽음의 원인이 ‘페스트’임을 직감하고, 심각한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시당국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중앙정부의 명령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중앙정부는 결국 오랑 시티의 폐쇄를 결정한다. 누구나 자신의 선택으로 오랑 시티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오랑 시티를 벗어날 수는 없다. 혼돈 속에 빠진 도시, 혼돈에 빠진 시스템. 시스템의 통제 하에 있었던 인간들은 그 시스템이 무너지자 다양한 본성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뮤지컬 <페스트>는 한국대중문화사의 살아있는 전설 서태지의 주옥같은 음악과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프랑스 대문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소설 『페스트』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의학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룩한 시대, 원인불명의 병이 사라진 지 오래인 첨단 도시 오랑에서 수백 년 전 창궐했던 페스트가 발병되며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펼쳐진다. 완벽한 시스템이 제공하는 풍요 속에서만 살아온 시민들은 생각지도 못한 재앙 앞에 대혼란을 겪게 된다. 그 속에서 페스트에 대항해 살아남기 위한 천태만상의 인간군상을 원작보다 극적인 설정과 입체적인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펼치면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뮤지컬로 평가받고 있다.

뮤지컬 <페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음악이다. 미래라는 시대적 설정은 서태지의 독창적인 멜로디와 은유적인 가사를 한층 강렬하고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냈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속 각 장면들은 너에게, 죽음의 늪, 시대유감, 라이브 와이어 등 서태지 초창기부터 솔로음반에 이르기까지 20여 곡의 노래들로 엮어져 서태지만의 독특한 음악성을 고스란히 살린 뮤지컬 넘버로 편곡되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환상적인 연주로 서태지의 원곡은 한없이 아름답게 서정적이다가 숨 막힐 듯 격정적인 선율로 시시각각 변주된다. 현장에서 뿜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로 완성된 뮤지컬 <페스트>의 음악은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뮤지컬 <페스트>를 직접 관람한 서태지 역시 “공연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페스트가 더욱 기대된다. 고생한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고마운 말씀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참하고 잔혹한 현실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임을 이야기하는 카뮈의 철학과 음악으로 그 시대를 대변하는 서태지의 만남으로 연일 화제인 뮤지컬 <페스트>는 오는 9월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배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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