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숨이 노래가 된다. 그들의 다채로운 숨이 모여 앙상블을 이루고, 그 숨은 우리의 귓가를 간질이고 마음을 울린다. 플루트(flute)는 숨으로 완성되는 음악이다. 숨이 만들어낸 청아하면서도 슬픈 음색에 매료되어 선율에 이끌리듯 찾은 곳이 ‘더 스테이지 앙상블’의 무대였다. 그곳에서 총괄 예술 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플루티스트 김정아 감독을 만났다.
어느 곳이든 무대가 되고, 어느 누구든 음악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시작된 ‘더 스테이지 앙상블(The Stage Ensemble)’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클래식의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있는 김정아 감독의 아름다운 음악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지난 4월 28일 오후 강남 Lavita홀, 더 스테이지 앙상블(The Stage Ensemble)특별 콘서트.
이날의 프로그램은 클래식과 함께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던 선율의 향연(饗宴)이었다. Dance of the Reed Flutes(Tchaikovsky)에서 요정과 입 맞추는가 싶더니, largo from the opera xerxers(Handel)에서 평화와 휴식을 선물 받았다. Flute concerto e minor(mercadante)를 통해 이탈리아의 고궁으로 초대받아 Over the Rainbow와 ‘거위의 꿈’에서 다시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홀에는 앙코르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진심(眞心)이 통하는 연주, 진심을 알아주는 연주
환호의 열기를 피해, 카페에서 만난 김정아 감독에게 더 스테이지 앙상블의 활동에 대해 물었다. “더 스테이지는 어디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부르는 어느 곳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전하려고 합니다. 사실 조금만 지방으로 가거나 소외된 곳으로 가면, 플루트를 처음보고는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저희의 작은 공연이 아이의 정서를 밝게 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한다면 어디든 갈 생각합니다.”
더 스테이지 앙상블은 매년 한 달에 한 번꼴로 ‘찾아가는 연주회’를 진행했다. 병원의 침체된 분위기에 활기를 넣기도 했고, 나눔의 집에선 할머니들이 행복한 춤사위를 펼치기도 했다. 도심 속이든 지방이든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달려갔다.
더 스테이지 앙상블 김정아 감독은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의 L'aquila 국립 아카데미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인 Professional Artist Diploma를 밟았다.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프랑스의 알랭 마리옹, 미국의 줄리어스 베이커 등의 마스터클래스를 수료하며 음악적 소양을 길렀고 국내 유수한 콩쿠르에서 1등을 수상했으며, 한국 최초 플루티스트 앙상블인 서울플루트앙상블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현재는 강남대학교, 울산대학교, 선화예술중학교 등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013년 4월 결손가정 어린이 돕기를 목적으로 결성된 더 스테이지 앙상블은 음악 나눔 단체로 시작되었다. 단체 결성 후 진보적인 실내악의 발전과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김 감독은 보통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 가야만 음악회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클래식환경이 윤택한 선진국처럼 박물관, 도서관, 길거리 등 작은 공간만 있으면 연주회를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진심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진실하게 다가가면 언젠가 진심을 알아주기 마련이거든요. 겉보기에 화려함이 아니라 진심이 통하는 연주, 진심을 알아주는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큰 연주회장 뿐만 아니라, 동네 가까운 곳에도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더 스테이지 앙상블은 5월 갤러리 음악회, 7월 앙상블 캠프, 9월 용인 정기연주회 등 음악 팬들을 위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은 음악회와, 봉사를 위한 음악회는 수시로 진행 중이다.
다시 태어나도 음악인으로
“어머니의 권유로 플루트를 시작하고 제가 좋아해 전공했지만 저는 음악을 하며 삶이 풍족해지고 즐거워졌다고 생각합니다. 플루트는 사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악기지만, 분명 음악은 조금씩 진보하고 있고 같이 연주하는 매력도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플루트를 선택하고 싶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즐기면서 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김 감독은 3년 전 가족이 있는 싱가포르를 뒤로 하고 귀국한 뒤 사랑하는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렸을 정도로 그리웠지만 명연주자이기 이전에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활동을 더욱 열심히 했다. 지금까지 받아온 사랑을 음악인으로서, 진정한 지도자로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슬픔에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음악은 은빛 화음으로 빠르게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고. 더 스테이지 앙상블은 플루트의 은빛 화음으로 우리를 치유하고 있다. 김정아 감독은 청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로 행복을 피워내는 ‘행복 메신저’였다. 이양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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