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이 수원으로 행차할 때 머물렀다는 화성행궁. 화성행궁을 가게 되면 꼭 한번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중국요리 전문점 하림각이다. 하림각은 수원지역 중화요리 애호가는 물론 화성행궁을 답사하는 전국 각지의 역사 탐방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코스다. 중국요리 3대 천왕이라는 짜장, 짬뽕, 탕수육이 이처럼 맛있는 집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류 드라마 대장금이 촬영됐던 화성행궁을 답사한 후 웬지 출출해질 때 꼭 들르게 되는 하림각. 그 맛의 비밀을 슬며시 살펴보았다.
화성행궁 종루에 해당하는 여민각. 그 여민각 바로 뒤에 하림각이 있다. 마치 중국무협드라마를 연상케하는 목조건물에 파란 글씨의 하림각 간판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소박한 테이블 한켠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골라본다. 깐풍기, 팔보채, 깐쇼새우 등의 요리와 송이덮밥, 고추덮밥, 잡탕밥 등의 밥, 삼선짬뽕, 쟁반짜장 등의 면도 모두 맛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짜장과 짬뽕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짜장 하나, 삼선짬뽕 하나요! 짬뽕은 해물 많이 주세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무 젓가락을 쓰윽쓱 다듬어 맛있게 먹을 준비를 마친다. 인심 좋아보이는 주인장이 가져다주는 짜장과 짬뽕이 드디어 도착할 무렵, 그 맛에 놀라고 양에 놀란다. 먼저 짜장면이다. 새하얀 그릇 가득 담겨진 하림각 짜장면을 한 젓가락 말아 입에 넣으니 그 깔끔하고도 깊은 맛이 온 몸을 감싼다. 짜장이 지닐 수 있는 태생적 한계, 즉 느끼하고 기름진 맛이 전혀 없는 하림각만의 짜장면이다. 짜장면의 죽마고우, 짬뽕도 이에 질세라 젓가락 행진에 동참한다. 하림각 별미 중의 별미라는 삼선홍합짬뽕은 그야말로 훌륭하고 실하다. 바다의 보약이라는 홍합이 그득히 올라가 있는 바로 그 홍합짬뽕이다. 간과 신장을 보호해주고 허약한 이들에게 좋다는 홍합이 한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꽃게, 새우, 오징어까지 가세하니 바다가 이 한 그릇에 다 담겼다. 여기에 죽순, 양파, 청경채 등 몸에 좋다는 채소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어 짬뽕이 갖춰야 할 해물과 채소가 기막힌 조합을 이룬다. 빨간 짬뽕 국물이 온 몸을 감쌀 때 느껴지는 그 알싸한 맛은 개운하기 그지 없다. 중국음식의 기본이자 시작인 이 두 가지에 이토록 충실한 하림각. 난이도 높은 요리는 두말할 나위 없다.
하림각 탕수육으로 일대지역 중화요리 평정 사실, 하림각을 유명해지게 만든 데는 탕수육의 역할이 컸다. 신기하리만치 바삭하고 오묘하리만치 그윽한 하림각 탕수육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도톰하고 굵직한 고기를 깨끗한 기름에 튀겨낸 탕수육에 중국요리 특유의 향과 맛이 가득한 소스를 뿌려 낸 이 곳의 탕수육은 오직 하림각만이 낼 수 있는 그 맛이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넉넉하게 다가오는 하림각 탕수육. 그 풍부하고 멋진 맛과 차림새에 중화요리 먹는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화려하고 세련된 맛보다 기본에 아주 충실한 집. 탕수육, 짜장면, 짬뽕의 기본기로 중국요리의 전문성을 갖춘 집. 이제 화성행궁 가는 길은 하림각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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