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의 찰리 채플린이 우리나라의 문을 똑똑똑 두드린다. KT&G 상상마당이 프랑스 파리시와 함께 20세기 대표 포스터 아티스트 레이먼 사비냑(Raymond Savignac, 1907-2002)의 기획전을 오는 5월 15일부터 8월 30일까지 서울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KT&G 상상마당 20세기 거장 시리즈, 두 번째-20세기 가장 위대한 포스터 아티스트 레이먼 사비냑 국내 최초 기획전’에서는 ‘비주얼 스캔들’을 메인 테마로 한 레이먼 사비냑의 원화작품 100여점이 공개된다. 프랑스 트루빌 몬테벨로 시립미술관과 파리시 푸에니 도서관에 전시된 밀크 몽사봉(1949), 마기 포토프(1959) 등 레이먼 사비냑의 대표작을 국내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레이먼 사비냑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포스터 아티스트로 식료품, 항공사, 서적, 영화 등 당시 대다수의 광고물을 직접 그려낸 전설적인 화가이다. 95세를 바라보는 2002년까지 미국, 이태리, 독일, 벨기에,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 영원한 현역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의 작품은 파리장식미술관에도 소장돼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국보급 작가의 반열에 올라있다. 1907년 파리에서 태어난 레이먼 사비냑은 독학으로 포스터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유머러스 하면서도 단순한 표현이 두드러지며, 포스터 아티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세계를 표출했다. 이른바 ‘새로운 감각의 출현’ 이었다. 특히, 초현실주의자들의 자동기술법을 연상시키는 ‘비주얼 스캔들(visual scandal)’ 기법은 사비냑만의 독특한 표현 양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예리한 디자인적 감성과 철학적 교양으로 유머러스한 작품을 세상에 탄생시켰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은 만화적이고 유머러스한 그의 작품 속에서 친근함과 동시에 해학적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주는 기쁨을 통해 황폐해진 마음의 안식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KT&G 상상마당은 레이먼 사비냑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들과 연인 그리고 가족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들에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예술적 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이렇듯 단순한 필치, 원색이 두드러지는 화풍과 독창적인 상상력이 특징인 레이먼 사비냑의 작품은 포스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것은 미술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진보적 행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써 예술의 지평을 한층 더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레이먼 사비냑의 표현 양식인 ‘비주얼 스캔들’ 기법은 오늘날 광고 이미지 착안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각적 충돌을 일으키는 이질적 요소의 결합과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착상으로 대중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팝 아트(Popular Art, 대중예술)의 창시자로 손꼽히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레이먼 사비냑의 작법을 직접 체험하는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도 개설된다. 그래피티, 캘리그라피, 일러스트레이션, 드로잉 등 총 14과목이 운영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직접 체험하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예정이다.
관람 및 교육 참가문의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KT&G 상상마당 홈페이지(www.sangsangmadang.com)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레이먼 사비냑이 그려내린 손동작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어린 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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