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을 위해 헌신하는데 있어 굳이 운영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해 따질 필요는 없다. 문화와 예술이 갖는 순수성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신사동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 노(대표 주희현)는 예사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달리 볼 이유도 없는 문화공간이자 교회로써 두 역할을 부드럽게 조화시킨 공간이다. 아트스페이스 노의 주희현 목사를 만나 그녀의 생각을 들어본다.
신사동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노’ 갤러리를 취재하기 위해 그곳을 찾았을 때, 다른 어떤 갤러리와 별반 다르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주희현 목사와 이야기를 시작하며, 비로소 이곳이 교회이고 또 그녀가 목사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뜻밖이었지만, 반면 어떤 연유로 이곳이 갤러리로 활용되며 작가들의 활동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지 궁금증이 더 깊어졌다.
예술분야 막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아트스페이스 노
주 목사는 “누구나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문화예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교회에서 교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공간이 아니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아트스페이스 노 갤러리에 관해 주 목사는 “순수한 갤러리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갤러리를 운영하고 보니, 신진작가나 기성작가나 경제적 어려움이나, 기회를 얻지 못해 자신의 작품을 알릴만한 공간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라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대관비용도 받지 않습니다. 이미 올해는 연말까지 전시계획이 모두 채워져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주희현 목사는 교회에서 오랜 기간 종사할 당시부터 문화예술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진 목회자였다. 이어 “아트스페이스 노를 활용하며 느낀 것이지만 한국에서 예술인으로 활동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 지 다시 깨닫게 됩니다. 경제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투자 대비 활용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작가들 역시 경제적 어려움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이니까요.”라고 설명했다.
한국 종교시설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
그녀는 지금도 홍익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며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이어갈 정도로 학구열을 피우고 있다. 논문 역시 ‘종교시설을 이용한 문화공간 활용’으로써 이 점에 대해 누구보다 주희현 목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특히 한국 교회에 대한 문화공간에 대한 활용 문제는 아쉬운 부분으로써 보다 대중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예술과 문화 발전을 위한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갤러리고, 갤러리가 교회인 아트스페이스 노는 예배 역시 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보니 교회 교인 역시 자연스럽게 벽에 걸린 예술작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주희현 목사는 “때론 교회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 샤머니즘이나 공포에 대한 주제의 전시도 열릴 때가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주 목사는 “한국 교회의 특성인지는 모르지만, 외국 교회의 경우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예술인과 대중들에게 그 어떤 종교적 분위기를 떠나 열려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작가들과 대중들에게 문화와 기회를 제공하고 ‘찾아가는 전시회’와 늘 해 오던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해 사회 곳곳을 밝히는 아트스페이스 노의 이러한 시도는 국내 유일이라는 점을 떠나 한국 교회 및 갤러리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 곳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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