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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출발해 국가대표 차두리로 마감하다

국가대표축구팀 은퇴한 차두리 | 2015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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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뉴질랜드 전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한 차두리. 아버지의 이름으로 시작된 축구부자의 기나긴 여정이 국가대표 차두리로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경기를 끝낸 차두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께서 운동장에 나왔을 때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항상 아버지를 보며 도전했다. 더 잘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어느 순간 현실의 벽을 느꼈다. 그때부터 축구를 즐겁고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많은 말보다 아버지 차범근 씨와 차두리의 포옹이 모든 걸 대신했다. 은퇴경기를 치른 차두리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나선 기자회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쏟아냈다. 차두리가 한 말을 요약해 전한다. 다음은 차두리의 마지막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 내용이다


마지막 대표팀 경기를 치른 소감은
날씨도 안 좋은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하고 기뻐해주셔서 감사하다. 대표팀 생활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 기쁨과 실망 있었는데 모든 것을 끝내고 대표팀 유니폼 벗게 됐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여기 계신 기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저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싫어하는 분도 있는데 이제는 대표팀 유니폼 입고 경기하는 일이 없으니 다 같이 웃으며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팬, 선수, 기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하프타임 때 두 번 크게 울었다
저는 복 받은 사람인 것 같다. 정말이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저보다 선수로서 더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친구 지성이도 그렇다. 운동장에서 많은 팬들의 함성, 영상에 나오는 팬들의 고맙다는 메시지 볼 때는 제가 한 것 이상으로 사랑받아 정말 감사하고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참 너무나 행복한 축구선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운동장 나올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항상 아버지를 바라봤고 축구하는 내내 아버지 명성에 도전했다.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고, 잘할 거라 믿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벽을 느꼈다. 그때부터는 ‘내가 축구를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보는데 한편으로는 큰 짐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했다.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큰 아성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것에 대한 자책과 아쉬움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참 밉더라고요(웃음). 너무 잘하는 아버지를 둬서 이놈의 축구를 열심히 해도 근처에도 못 가니까 속상함도 있었다. 여러 기분이 교차했다 그래도 존경하고 사랑하고 롤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아버지라 그 역시 또한 세상 살며 받을 수 있는 선물이고 행복이었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미안해하지 않던가. 새롭게 발탁된 이재성은 데뷔골을 넣었다
흥민이는 느낌상 저도 넣을 거란 생각이 안 들었다 저에게 차라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기는 게 중요하고 진지함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차는 것은 거절했고 흥민이가 찼는데 저도 느낌상 ‘(기)성용이가 차지’ 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이기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재성이 같은 새로운 선수가 골을 넣으며 대표팀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대표팀에 긍정적 영향 줄 것이다.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가장 인상에 남는 감독과 경기는
아버지는 제가 못 가진 것을 가진 분이다. 축구적으로 닮고 싶었고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 ‘더 잘하고 싶다’는 선수였다. 한편으로는 나를 잘 알고 경기 전후에 나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장 알맞게 지시해주는 감독 역할도 했다. 당연히 아버지니까 제가 힘들 때마다 사랑으로 보듬고 챙겨줬다. 그래서 행운아다. 집에 가면 일과 사생활과 연관돼 아버지와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어 큰 복이고 감사한 일이었다.
인상에 남는 감독님은 히딩크다. 대학 시절 A대표 경험도 없고 청소년 대표 경험도 없는데 월드컵대표팀에 합류시키는 것은 웬만한 배짱, 큰 그림과 생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학생을 스피드와 파워가 좋다는 것만으로, 그 장점을 크게 사 발탁해 월드컵 데려가주셨다. 제가 이 자리에서 인터뷰하고 많은 이들의 박수 받으며 축구 그만 둘 수 있었던 시발점은 히딩크 감독님이 나를 뽑아준 것이었다.

앞으로 지도자로서 계획은
우선 아시다시피 서울이 3연패다. 어떻게든 서울이 성적 날수 있게끔 죽어라 뛰는 게 중요하다. 이후에 앞날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지도자 자격증 따고 싶다. 독일에 가서 지도자 자격증 따는 것이 목표다. 그 과정이 하루아침이 아니고 몇 년 걸린다. 여기저기서 배울 수 있으니 이것저것 보고 듣고 배우다보면 제 방향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박지성 등 은퇴 선수들이 따로 전한 말이 있는지
지성이에게 밥 먹자는 문자가 왔다. 한국에 왔더라. 그래서 내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윤정환 김태영 정해성 박지성 등 많은 선배들이 ‘마무리 잘하라’ ‘축하한다’ 말해주니 고맙더라. 선배나 친구들보다 축구를 월등히 잘해서 영광스런 자리를 얻는 것도 아닌데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해주니 감사하더라.

2004년 12월 친선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하고 독일어로 인터뷰했다
대단한 경기였다. 한국이 독일을 이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경기력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독일에서 뛰었지만 독일에서 스타도 아니고 평범한 프로였는데 그래도 대표팀 유니폼 입고 독일 이긴 것에 자부심 느끼고 자랑스러웠다. 대표팀이 축구 강대국들과 경기를 많이 하면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사명감에 대해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대표팀 소집돼 파주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는 모든 과정은 복 받은 선수, 하늘에서 선정한 선수들만이 할 수 있다. 선수들이 그걸 인식하고 거기에 대해 감사하면서 한편으론 책임감 가져야한다. 수많은 선수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낙오된다. 한번 들어올 때 뭔가를 보여주고 여기 오래오래 남고 싶다는 욕심 가지고 들어왔으면 한다. 그러면 대표팀이 강해진다.  

짓궂은 질문이다. 피지컬은 좋지만 기술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기사 읽다가 댓글을 봤는데 공감이 되더라. ‘피지컬은 아버지, 발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는 댓글이었다. 기분 나빠야 하는데 공감이 되더라. 엄마가 발을 물려줬나 생각했다(웃음). 기술이 화려하고 뛰어난 선수는 아닌 게 확실하다. 대신 다른 장점이 있는 선수다. 유럽에서는 선수의 장점을 크게 본다. 한 가지를 잘하면 그걸 극대화시켜 팀에 맞춰 기용한다. 반면 우리는 모든 게 완벽해야한다는 주의가 강하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도 그런 점에서 위축된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저만 보더라도 훈련이나 경기장에서 자철, 태희, 성용이 보면 축구 정말 잘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은 따로 있고 그게 팀에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 아시안컵 등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축구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개인능력은 우리 선수들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저는 유럽에 있으며 놀란 게 참 열심히 한다는 게 함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했어’라고 경기 끝나면 말하지만 유럽에서는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 다음에 잘해야 한다고 말하더라. 나도 중고등학교 경기 끝나면 아버지가 전화하면 ‘열심히 했다’고 대답했고 아버지도 ‘열심히 하면 됐지’ 했다. 그런데 대학생 때는 경기 끝나고 ‘열심히 했다’고 하니 ‘이제 열심히 해서는 안 되지’ 하더라. 순간 멍해졌다. 그게 정답이다.  

축구인생을 스코어에 비교하면 3-5로 지고 있다고 했다. 오늘이 대표팀 마지막인데 지금 이 순간 축구인생을 스코어로 비교한다면
어렵다. 3-5 그대로다. 그대로인데 경기 종료 직전 골대 두 번 맞힌 기분이다.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지난 2년 동안 서울과 대표팀에서 타이틀 얻을 기회 많았는데 따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ACL, 아시안컵 결승전 등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간 것은 뿌듯하지만 결론적으로 빈손이라 3-5로 끝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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