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야 제주해군기지 관련 이슈로 강정마을이 국민들에게 알려졌지요. 과거의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상 서비스업종은 고사하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들이나 어엿한 의료시설이 전무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당시 강정마을의 사정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지요.”
조경호 회장의 유년기는 궁핍과 절실함으로 가득했다. 산업화의 혜택이 전무했던 제주도 구석, 강정마을에서 태어난 제주도 토박이 소년은 비록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 만큼은 남달랐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의 동창들은 ‘조용하고 진지했던’ 친구로 조 회장을 기억한다. 그의 삶을 곁에서 지켜봐온 그들은 학창시절 이후 조 회장이 걸어온 놀라운 변화와 도전을 생생히 증언한다.
“지금도 동창회에 참석하면 다들 놀라워합니다. 자신들이 알던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던 조경호가 해병대 태권도 지도 교관 및 선수생활을 거쳐 서귀포 경찰서에서 형사로 근무하며 조국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도 가끔 제 발자취를 돌아보며 인생의 재미가 무엇인지 느끼곤 합니다. 우리의 삶은 ‘예측 불가능’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매일 노력하고 재능을 연마하며 불확실한 내일에 대비하고 갑작스레 찾아올 기회를 쟁취하는 것이겠죠.”
수줍음 많던 소년, 강한 남자로 거듭나다
스무살 무렵 군에 입대할 나이가 다가온 조경호 회장은 1973년 5월 과감히 해병대에 지원입대했다. 조용한 성격을 극복하고 남성성과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선택한 대한민국 해병대는 조경호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기초를 만들어줬다. 혹독한 훈련과 끈끈한 전우애를 통해 조국에 대한 봉사의 참된 기쁨과 희생정신을 배워가던 중, 그의 특출난 태권도 실력으로 지도교관 및 선수로 활동하게 됐다. 지금껏 사람들 뒤에 서있었을 뿐, 한번도 나선 적이 없었던 조 회장에게는 큰 부담인 동시에 변화의 기회였다.
“태권도와 해병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전군의 최첨단에서 적진에 돌입해 피를 뿌리고 적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위해서는 날렵함과 강력한 육박전 실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저는 전우들이 가급적 체계적이고 탄탄하게 태권도를 익힐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했습니다.”
전우 해병 장병들의 머리 위에서 홀로 태권도 교관 및 선수로 헌신했던 그는 차츰 적극성, 남자다움, 당당한 자세를 자연스럽게 체득해갔고 결국 모범적인 해병이자 사나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애초에 해병대에 지원했던 목적을 결국 달성한 것이죠. 이때의 경험은 저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는 에너지를 제공해 왔으며, 전역 이후 서귀포 경찰서 형사로 근무하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원동력으로 갈무리 됐습니다.”
그의 남다른 해병 사랑, 태권도 사랑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2007년에는 해병전우회 서귀포시지회 초대 통합회장으로 취임하며 서귀포 해병 전우들의 복지와 사회봉사활동을 위해 노력한 바 있으며, 2009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태권도유단자회 회장으로서 태권도인의 단합과 태권도 인구의 저변확대 등 국기 융성에 노력한 바 있다.
아울러 조경호 회장은 2000년에 서귀포 백록라이온스클럽 회장, 2002년 서귀포 중정로 상가번영회 초대회장, 2003년 서귀포지역 경제활성화 추진협의회 회장, 2005년 한국자유총연맹 서귀포지역 지부장, 2006년 국민생활체육 서귀포협의회 회장, 서귀포 교육청 관내 서귀 중학교 운영위원장, 서귀포 중앙 여자 중학교 운영위원장, 서귀포 여자 고등학교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다각도에 걸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또 배움에 대한 갈증도 남다른 그는 2007년에 제주 탐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며 배움의 열정을 증명했다.
대한민국 공안의 최전선에 서다
전역을 맞이해 정들었던 자대를 떠난 조경호 회장은 또 한번 변신했다. 그는 항상 해병대에서 배운 투철한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직업을 찾았고, 결국 경찰 공채에 응시해 합격하고 1980년 8월 경찰 공무원으로 임명됐다.
“정말이지 수사·정보·외사 형사로 근무한 10년은 상존하는 위기상황과 범죄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특성상 예전부터 관광업이 활성화 됐었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기에 대공취약점으로 분류되는데요, 여행객으로 위장한 위험인물들을 가려내고 주시하는 것이 제 임무였습니다. 저는 대공업무를 주로 맡아 외국인들이 많이 머무르는 도내 호텔을 자주 드나들었는데요, 특히 하얏트 호텔에 주재형사로 있었던 때가 기억납니다. 선량한 시민들을 대할 때는 권위주의는 완전히 버렸으며, 수사과정 있어 칼을 빼들어야 할 순간에는 절대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제대로 빛을 발휘한 때였죠. 외사 형사는 저에게 맞춤양복처럼 딱 맞는 옷이었습니다.”
하얏트호텔 주재형사 당시 조 회장은 항상 용역업체 직원이나 벨보이 같은 현장 근무자들과 친숙하게 지내며 대공 정보를 얻고, 민심을 다독였다. 아무래도 제일 낮은 위치에서 시작한 그였기에 서민들이 눈에 많이 밟혔던 측면도 적지 않으리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 위에서 융성한 대표적 국가입니다. 스스로 삶을 개척해온 입장에서 볼때 대한민국은 아직도 젊은 국가이며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은 국민들, 서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죠. 경찰공무원으로 일하던 당시에는 항상 이 점을 잊지 않았기에 진심으로 제주도와 대한민국의 안녕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동기가 됐습니다.”
경찰공직생활 중 또 다른 꿈을 품은 그는 경찰제복을 벗고 아내와 함께 의류업에 투신하게 됐다. 또 다른 변신의 순간이었다.
남다른 철학으로 제주도 대표하는 의류매장 일궈내다
현재 조경호 회장은 제일모직 로가디스 서귀포점, 제일모직 갤럭시 제주점, 코오롱 스포츠 신제주점을 오픈하며 제주도를 아우르는 의류 유통 체계를 완성했다. 이는 국내산 고급 의류 브랜드를 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경호 회장의 매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러한 성공의 비결을 ‘해병대와 형사 시절 얻은 도전정신’에서 찾는다. 의류매장들이 전부 1층, 소규모에 머무르고 있을 당시에 그는 2층 매장을 처음 오픈했고, 이는 도민들과 제주도 의류유통업에 큰 변화를 준 바 있다.
“패션은 상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매장의 인테리어도 매출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저는 특히 갤럭시나 코오롱 스포츠 같은 고급 브랜드에는 소규모 매장보다 2층으로 이뤄진 대규모 매장이 어울린다고 판단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는 1층에는 비교적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캐쥬얼한 상품을, 2층에는 비중있는 브랜드 정장과 악세서리를 집중해 진열했다. 이러한 구분 진열 방식은 고객이 각기 취향에 맞는 패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매장에 들어서면 발랄한 제품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지죠. 이런 공간 차별성은 당시 제주도 고객들은 접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조경호 회장은 신제주 중심지에 코오롱스포츠 신제주점 3층 매장을 전격 오픈하며 제주도 패션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업에 몰두하면서도 항상 제주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던 중 주위분들의 권유로 새누리당에 입당하게 됐고,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제주도 협의회장이자 당원으로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또 당시 인연으로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귀포협의회 회장으로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영광도 얻게 됐지요. 덕분에 저는 일개 경영자자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삶이 아닌, 도민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민주평통 서귀포협의회 회장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저는 남은 기간동안 국민총화와 평화통일 달성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과업을 현실화하기 위해 재야에서 발로 뛰도록 하겠습니다.”
“다가온 남북통일, 민주평통의 참의미를 돌아보자”
최근 조경호 회장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본래 취지를 되새기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을 공론화하고, 밑에서부터 성과를 만들어내며, 힘을 모아 평화통일이라는 큰 물결을 만들어내는 단체다.
“처음 민주평통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언제나 지역간, 세대 및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고 행복한 내일, 통일 대한민국을 이룩하겠다는 각오를 지켜왔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선대 회장님들께서 마련하신 반석 위에 몇가지 사업들을 추가, 서귀포협의회의 통일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했습니다.”
민주평통 서귀포시협의회는 광역의원 14명을 포함 전체 94명의 자문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본협의회는 통일의지 결집을 위해 ‘통일시대 시민교실’, ‘청소년 통일 아젠다 10’, ‘청소년 통일 토론대회’등 청소년 및 지역사회를 겨냥한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왔다. 특히 조 회장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데, 지난 9월 제주도 일원 거주 북한 이탈주민들을 모시고 한마음대회를 개최하며 자문위원과 북한이탈주민이 하나가 되 공감대를 형성함은 물론,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회를 마련해 호평을 받았다.
“앞으로 통일시대가 펼쳐진다면 북한 주민들의 경계심을 허물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기존 북한이탈주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대한민국에 정착해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때로는 직접 북한 주민들에게 멘토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와 평통자문위원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가슴에 품고 북한이탈주민들을 한분이라도 더 보듬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주변국의 남북통일 지지와 국제적 협력기반 구축은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돼야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신뢰, 협력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통일공감대를 창출하는 민주평통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최근 9월 11일에 제주도에 정착한 북한이탈가족이 있습니다. 14년 전 북에서 탈출, 중국에서 갖은 고생을 겪으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북한이탈주민에 비해서 자본주의나 서비스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저의 매장에 취업시켜 빠른 시간 내에 제주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이탈주민들 대다수가 아직도 경제적 어려움과 대인기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한마음대회를 기점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이 기존 도민들과 함께 ‘제주도민’으로 거듭다도록 독려하고 밖으로 이끌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 상임감사로…외사형사시절 품은 꿈을 결국 이룬 조경호 회장
외사형사시절 호텔을 드나들며 특유의 세련되고 부드러운 이미지, 풍부한 주변 환경에 매료됐었던 조경호 회장은 2014년 3월 28일 ‘(주)한국 교직원 공제회’ 주주총회에서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 상임감사로 선임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말들이 오갔지만, 그가 갖고 있는 라마다호텔에 대한 이미지는 소년처럼 순수하다. 호텔은 그에게 경찰제복을 벗고 패션업에 뛰어들게한 계기이기도 했기에 취임 후 현재까지 감성노동자인 호텔 직원의 근무 여건 향상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고객감동에는 고품격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러한 서비스 수준은 직원들의 업무만족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조 회장은 호텔 곳곳에 직원 소리함과 내부 직원을 위한 민원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은 연간 50만명 이상이 찾는 시설로서, 50%정도가 외국인입니다. 따라서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을 찾는 모든 고객들이 진심으로 환대받고 있다는 기분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직결됩니다. 앞으로 저는 제주도 관광의 대표 기업으로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을 자리매김 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어 그는 “이제 제 나이 62세입니다. 현역으로서는 거의 막바지의 순간에 이런 영광된 기회가 주어졌으니, 남은 여력을 모두 바쳐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아울러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며 소감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인간 조경호의 변신은 그 누구보다 드라마틱했다. 극적인 변화 속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담금질해온 그는 앞으로도 제주도내 북한이탈주민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신뢰받는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의 상임감사, 특히 자신의 길을 따라오는 아들의 후견인으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들 조상만(30세)는 제일모직 삼성패션 직영 명동점에서 2년,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2년간 몸담으며 패션유통업의 기본을 터득했다. 아버지에 대한 신뢰와 부전자전으로 이어진 패션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따라오는 아들을 보며 믿음과 응원을 보내는 조경호 회장. 아울러 식지 않는 열정과 포부로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순례의 발걸음을 이어가는 그의 앞날에 건승을 기원하며 곧 도래할 평화통일의 시대에 초석이 되어주길 기도한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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