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자 교수의 작품들은 화려함 뒤에 깊고 묵직한 이면을 숨기고 있다. 생명의 빛나는 약동을 독특한 예술철학으로 조율하는 그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섭리를 한 폭에 응축해내며 구상과 비구상을 아우르는 높은 수준의 미학적 경지를 달성해낸다. 순간의 변화를 담으며 다양한 작품을 추구하는 그는 자연 앞에 겸손한 시종이자 열렬한 추종자이며, 때로는 냉정하게 현상을 관망하는 철학자를 닮은 듯하다.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에서 자연을 예찬하다
올해는 이하자 교수에게 잊을 수 없는 행복의 시간이었다. 그가 필력을 집중해 완성한 자존, 화려한 외출이 국전과 아!대한민국전 등에서 주목받으며 어엿한 중견작가로 인정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조용히 스승인 김용근 화백과 함께 예술의 길을 걸으며, 자신만의 화법에 정진해온 그는 앞으로도 자연과 현상의 진리와 본질을 끊임없이 추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려하지만 가볍지 않은, 오랜 세월을 감내해온 바위 같이 묵직한 인상이다. 특유의 굵은 붓터치는 작품의 뼈대를 구성하며 다채로운 색감으로 날개를 펼친다. “자연보다 멋진 예술작품이 어디 있겠느냐”고 강조하는 그는, 자연 사물의 외형적 특징 매몰되는 대신, 본질적 아름다움을 찾아 끊임없이 탐구하며 정수를 갈구하고 구도求道한다.
특히 금번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분’에 입선하며 주목받은 바 있는 자존Pride는 군중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그 매력만큼은 숨길 수 없어 단연 눈에 띄는 고전적 미인처럼, 수선화의 조용하면서도 당당한 내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또 과감한 명암대비기법은 감상자로 하여금 자연미의 진리에 눈뜨도록 과감히 손짓한다.
2014년 8월 미술세계 갤러리서 열린 ‘아!대한민국전’에 출품된 ‘화려한 외출’은 화려한 원색과 초록 사이를 노니는 노란 나비의 모습을 감미롭게 조화시키며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 가득히 약동하는 자연과 이들 틈 사이에서 바삐 움직이는 나비가 함께 만드는 절경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듯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이하자 교수는 지난 겨울 구례 산수유 마을에서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했다. 가늘지만 단단한 가지위에 자리잡은 산수유 꽃봉오리와, 이끼 낀 바위는 매년 거듭되는 사계절의 섭리, ‘인고의 세월’을 무한히 거듭해오며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고통스러운 겨울이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면, 온기 가득한 봄날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묵묵히 내일을 기다리며 조급해하지 않는다.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제 삶에도 굴곡이 있었습니다. 비단 미술 뿐 아니라 제 전공 분야인 일본어 연구에서도 수없이 많은 한계와 도전에 직면합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저를 믿고 견디다 보면 한 단계 성장해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순천미술대전 특별상을 수상한 ‘유혹’은 억센 잎사귀와 가시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어느 수준 이상의 접근을 거부하지만, 하얀색 꽃은 반대로 강렬한 매혹의 향기를 내뿜는 팜므파탈적 매력을 강렬히 과시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완벽해” “작가의 인위적 재해석은 불경에 가깝다”
자연친화적 화풍으로 인정받고 있는 거장 김용근 화백의 제자이기도 한 이하자 교수 역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작품세계로 인정받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회화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는 그는, 세계미술아동대회에서 대상을 타는 등 은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사범대에 진학하며 전업작가의 길을 포기한 그는 교육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끊임없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일요 화가회 같은 미술 동인회에서 계속 붓을 잡아왔습니다. 당시에 저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주신 초등학교 박덕규 은사님(화백)께서 지도교사를 맡아 주셨었죠.”
이번 국전 구상부문 입선에 있어 미술적 재능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하자 교수는 “그저 좋은 스승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겸손히 소감을 밝힌다.
이후 국립순천대학교 일본어일본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게 된 이하자 교수는 이곳 평생교육원에서 두 번째 스승인 김용근 화백을 만나 7년간 적공을 거듭하게 된다.
그리고 대자연의 벗이자 동반자인 김 화백의 묵직하고도 자유로운 화풍에, 자연의 원천적 아름다움과 본질을 표현하는 이하자 교수 본인만의 화법이 결합된 결과, 자존Pride와 화려한 외출과 같은 굵직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됐다.
“순수의 자연에는 헛된 이름이 없습니다. 맑게 비추어진 무욕의 가을햇살, 새하얀 눈, 꽃망울, 시원한 바람소리... 자연을 그리는 시간이야말로 바로 나에게 삶의 향기를 찾게 하는 시간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연보다 멋진 예술작품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제 이하자 교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좇는 한편, 인체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데도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부터 누드크로키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순천의 누드드로잉회전 및 국제아트페어전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본지는 이처럼 식을 줄 모르는 본질적 아름다움을 향한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그가 사랑하는 자연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약동해나갈 그의 작품세계를 무한한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겠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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