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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르네상스 시대 핵심기술 창조하는 원자력 전문가

이헌주 국립 제주대학교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 소장 / 에너지공학과 교수 / 공학박사 | 2014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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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태를 기점으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에너지 풍요를 가져다준 주역이 바로 원전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전을 폐지하거나 가동기수를 줄이는 것 보다, 안전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응용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발전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헌주 제주대학교 교수는 젊은 시절 남다른 사명감으로 원자핵공학분야에 뛰어든 후, 이제는 제주대학교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를 이끌며 한국을 대표하는 핵공학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안전성’과 ‘혁신성’, ‘미래지향적 가치’에 터잡고 대한민국 원자핵공학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이헌주 소장에게서 제주대학교 원자력 연구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원자력의 미래적 가치 확인하기 위해 연구에 주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이 대거 태평양으로 유입되면서 오염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 지지통신에 의하면 작년 8월부터 올해 5월 사이 후쿠시마 제1원전 전용 항만의 1〜4호기 취수구 북쪽에서 측정한 스트론튬 90과 세슘 137의 평균 농도를 기준으로 추정한 두 방사성 물질의 하루 유출량은 각각 약 48억 베크렐(㏃)과 약 20억 베크렐에 달했다고 전했으며, 이는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전 방출관리 목표치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이렇게 상황이 부정적이다 보니 우리 국민들은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 공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듬해인 2012년부터 제주대학교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식품 등의 방사능 검사기관’으로 지정받게 됐고 지금껏 방사능 물질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켜오는 최전선에 서왔다. 
“2012년부터 제주대학교는 방사능 오염지역으로부터 수입되거나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곡류·채소류·가공식품류·육류 및 어류 등의 소비식품류 방사능 검사를 직접 실시하고 있습니다. 청정지역인 제주산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도민들의 건강은 물론이요 전 국민의 식탁을 방사능 물질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데 기여해 왔지요.”
아직도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우리 국민의 경계심과 거부감은 지금도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대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의 역할은 지정학·통관절차상 중요성과 맞물려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AEA의 지원으로 설립 이후 발전 거듭 “원자력의 전부를 교육합니다”
본 연구소의 역사는 1978년 10월 독일 하노버대학교 생물리학연구소장인 글루브레히트 교수가 제주대를 방문했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루브레히트 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지원을 받아 방사선과 방사능 동위원소를 이용한 농·수산업 분야 연구를 제안했는데, IAEA는 당시 아열대권에 속하는 제주를 저개발국 농·수산업 발전과 관련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방안에 대한 연구와 교육의 적지로 평가하며 두차례에 걸쳐 총 14만8000달러 상당의 기자재를 지원했다. 이를 기반으로 1982년 제주대 부설 연구기관으로 방사능이용연구소가 설치됐으며, 2004년 과학기술부 지원을 받아 시설·연구장비 현대화를 마치며 방사선응용과학연구소로 개칭했고 지난해에는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로 다시 이름을 바꿔 지금에 이르렀다.
태생부터 IAEA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본 연구소는 IAEA의 전문가 로컬 트레이닝 센터로 시작해 지금은 IAEA 환경동위원소 측정센터이자 교육·연구기관으로 입지를 굳힌 상태이며 이제는 원자력의 전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교육부의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 과제로 선택되어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며 과제를 수행 중이다.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래 열수력 핵심기술 연구 ▲첨단 동위원소 소재 연구 ▲원자력 정책 및 인력수급 조사 ▲방사선 국제훈련/원자력 인력양성 교육 훈련 ▲환경동위원소 분석 기술 개발 및 응용 연구 ▲방사선 동위원소 기술 이용 ▲환경 동위원소 연구 ▲식품등의 방사능 검사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열수력학은 핵분열 관련 분야로서 원자력발전계통 내의 열에너지의 변환과 유체 흐름을 연구하는 공학입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에서의 열에너지의 상태 변화에 대하여 정확하게 해석하는 방법을 제공하여 주며, 또한 원자력발전소의 성능 및 효율을 예측하는 근거를 제시하기에 매우 중요한 분야죠. 즉 ‘미래 열수력 핵심기술’ 앞으로 개발될 경수형 원자력발전소의 성능 개선을 도모하는, 저희 연구소의 대표적 연구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첨단 동위원소 소재’는 최근 연구에 착수한 분야입니다. 파장가변 탄산가스 레이저 개발, SILARC방식 붕소 동위원소 분리 장치를 모델링하고 개발하여, 궁극적으로 붕소 동위원소를 경제성 있는 형태로 분리하고 원자로 등에 적용하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은 시작단계에 있어 앞으로 구체적인 성과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는 이 밖에 올바른 원자력 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학술적 근거를 모으고 정기적으로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사회적인 관심이 큰 원자력 분야의 갈등 해소를 위해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분야의 국내외 인력 수급 상황을 조사하는 한편, 원자력 전문 교재와 자료를 개발해 이론적인 내실을 다지고 있다. 또 IAEA/INST와 협력해 방사선 국제전문가를 교육하는 한편,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방학기간이면 제주대와 동국대, 조선대, 경희대 등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방사선 계측이나 열수력학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대략 60~70여명이 과목을 신청하고 있으며 모두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아주 뿌듯합니다.”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의 종합적이고 심도 깊은 실험·실습 과정을 지원하는 장비와 인프라 시설의 수준도 대단히 높다. 얼마전 감마선 조사시설을 신축함과 동시에 이와 관련된 방사성 동위원소 사용실, 방사선 측정실, 방사선 생물학 실험실, 조직배양실 및 식품가공 실험실을 갖추었고, 베타/감마 방사선 측정기, 돌연변이 유전자 분리 분석을 위한 전기영동장치, 형광 현미경, 영상분석시스템 등을 도입하여 연구소를 현대화시킴으로써 방사선 응용과학에 대한 교육 및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특히 아울러 국내 대학 최초로 구축된 감마선 조사시설은 원예 화훼식물의 신품종 개발, 농수산 식품의 저장성 향상, 기능성 신물질 개발, 향장산업 소재의 부가가치 기능 향상, 생물의 활성 증진 등의 연구 및 산업화에 활용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어, 이를 이용한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방사선 조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바, 대학, 연구소, 산업체와 일반 농업인들의 R/D 인프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헌주 소장은 “국가에서 선정한 중점연구소로서 앞으로 4년간 매년 5억원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하는 원자력과학연구소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며 각오를 밝혔다.

끊이지 않는 탐구심과 연구열정 “요즘 관심분야요? 세상 모든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헌주 소장의 최근 관심사는 플라즈마와 플라즈마 진단기술이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아닌 제4의 물질상태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자유로운 형태다. 태양을 비롯한 우주의 99% 이상은 플라즈마 상태이며 번개나 오로라, 형광등, 네온사인도 플라즈마에 해당한다.
“수소 혹은 중수소의 원자핵이 척력을 이기고 서로 융합하기 위해서는 수억도 이상의 온도에 이르도록 에너지를 공급하여야 합니다. 기체를 수억 도까지 가열할 경우 거의 모든 중성기체에서 전자가 떨어져 음전하를 띠는 전자와 양전하를 띠는 이온으로 분리가 되며 이러한 상태를 플라즈마 상태라고 합니다. 플라즈마는 핵융합기술로 가는 문이며, 모든 물질의 화학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태죠.”
이헌주 소장은 현재 반도체, 화공 등에서 플라즈마가 널리 이용되고 있고 앞으로 응용범위도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플라즈마 멸균 및 표면처리, 플라즈마 데포지션(디스플레이용 글래스 위에 인듐과 주석의 산화물을 원자 단위의 아주 얇은 두께로 정밀하게 코팅하는 공정)을 이용한 투명 전도성 박막 연구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앞으로 연구할 분야로 꼽고 있다.
또 이헌주 소장은 지난해 ‘치매환자 위치관리 시스템’을 실용화하는 기업을 창업하여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창업지원단 소속 교수로서, 주변 교수님들께서 교수 대표로 힘써달라고 여간 성화가 아니었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제 조카가 먼저 차량 적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던 RF기술을 응용하여 ‘치매환자 위치관리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하는 것이었죠. 여러분의 도움에 힘입고 함께 노력한 결과 좋은 결실을 얻게 돼서 다행입니다. 치매환자들께서 요양원 등에서 이탈하여 돌아가시는 일들을 막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그의 탐구심과 도전정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특허를 진행 중에 있는 ‘집속형풍력발전기’와 ‘날개 없는 풍력 발전기’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집속형풍력발전기’는 제주의 풍력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대안으로 연구 진행 중에 있다. “아울러 전방의 장애물을 인지해 스스로 움직임을 통제하는 스마트카 분야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간 장애물 인지와 거리 측정은 카메라와 레이더로 이원화 돼있어, 이들 데이터를 연동해 스마트카가 반응하기 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따라서 인지와 거리측정을 광학장비 만으로 일원화한다면 무인자동차 산업의 큰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헌주 소장의 행보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의 연속이었다. ‘에디슨’처럼 자신만의 흥미분야에 ‘미친 사람처럼’ 연구하고 몰두했던 그는 후학들에게도 ‘열정’과 ‘노력’을 강조한다. 아울러 지치지 않는 이헌주 소장의 리더십 덕분에 제주대학교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는 명실상부 세계적 원자력 전문가 양성기관이자 방사선안전관리·연구시설로 끊임없이 발전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도 원자력 에너지로부터 궁극적인 미래성장동력을 창조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헌주 소장. 그의 연구 성과들이 장차 대한민국이 ‘과학기술강국‘으로 발전해나갈 역량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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