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물류를 ‘산업의 대동맥’으로 일컫는다. 역사 이래 물류는 모든 국가적 사업의 전제 조건으로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물류도 마찬가지로, 산업화 시대에 들어선 이래 국가 발전의 첨병으로서 막중한 사명을 감당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세계에 완전히 편입돼가는 지금은 국제 교역과 물류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나갈 인재 육성이 절실한 순간이다. 이에, 냉정한 현실인식과 남다른 사명감으로 미래 인재육성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박창호 재능대학교 유통물류학과장을 만나 유통물류학과의 발전상과 비전에 대해 인터뷰했다.
박창호 학과장은 30년간 현업·학술적으로 잔뼈가 굵은 정통파 물류인이다.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한 후 전형적인 엘리트 해양인으로서 5년간 대한선주(현 한진해운)의 항해사로 대양을 누비며 산업발전의 최전선에 몸담아왔다. 그는 아직도 정식 상선사관으로 처음 선교에 들어서던 때를 기억한다.
“다른 해사대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3등 항해사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5년간 커리어를 쌓아 최종적으로 1등 항해사까지 진급했지요. 항해사는 선박의 운항을 비롯한 갑판부의 제반업무를 관장하고 선박에 승선한 선원들을 지휘 감독하는 일을 수행합니다. 선박의 안전운행에 대한 재량권을 갖고 있는 직책이기에, 항해사에게는 ‘사관’으로서의 책임의식과 전문성이 필요하지요.”
이처럼 선장을 보좌하며 선박 통제의 실질적 권한을 수행했던 그는, 지구 반대편 거친 바다에서 죽음의 위기들을 극복하며 굳건한 해양인으로 성장해갔다.
“처음 해양대학을 입학할 때와 재학 중에 느꼈던 괴리감이 매우 컸습니다. 상선사관후보생이자 해군 ROTC 장교후보생 이었기에 대학생활은 군대와 같았습니다. 졸업한 후에는 상선 사관으로서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고국을 떠나 항해에 나서야하는 직책이기에 한번 임무를 맡고 귀국할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특히 제가 가고 싶었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하고 있는 고교 동창생을 휴가 중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로 이 길을 선택한 자신을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고난이 인간을 담금질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던 ‘인간’이었던 그는, 수차례 임무를 수행하며 모범적인 사관으로 성장해나갔다.
“베링해와 알루샨 열도는 북미와 한국을 잇는 주요 항로입니다. 해운은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거리를 최대한으로 단축시키는 항로들을 선택하기 마련이죠. 태평양 항로 중에 베링해를 경유하는 항로는 대권항로로서 최단거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에 가장 적합한 항로입니다만, 전세계 바다들 중 가장 거칠고 위험한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제가 선교에 서던 당시에는 구 소련의 나포 가능성까지 존재했으니, 배를 탄 입장에서 절대 긴장을 풀어선 안됐죠.”
베링해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박창호 학과장에게는 남다른 슬픔을 간직한 곳이다. 바로 해양대학 학창시절의 룸메이트를 잃은 곳이기 때문이다.
“거친 바다 위에서 피칭(선박이 앞뒤로 흔들리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프로펠라가 공기 중에 노출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어 됩니다. 물과 접촉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기관 과열이 심각해지죠. 그러나 배의 균형을 유지하고 파도에 떠밀려 좌초하거나 알루샨열도를 따라 내려오다보면 소련 영해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무리한 항해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회사 동료이자 학창시절의 룸메이트였던 동기생이 탔던 한진인천호는 그 바다에서 침몰하였습니다. 저도 그 바다를 지나면서 여러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박창호 학과장에게 바다는 슬픔보다 새로운 배움과 좋은 추억들이 가득한 곳이다. 세계 각국의 항구를 방문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경험했고, 이런 과정에서 항구의 중요성과 물류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항해사에서 학자로 항로를 바꾸다
“항구를 기점으로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들을 경험하다보니 해사수송(Maritime & Transportation) 분야를 학문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때가 제 인생의 분기점이었지요. 이후,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항해학과 해사수송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고 본격적으로 학술과 정책 분야에 투신했습니다.”
박창호 학과장은 박사과정을 마친 후, ‘부산발전연구원’ 창립 멤버로서 육상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정든 부산을 떠나 인천에서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인천광역시 항만공항물류특별보좌관(물류특보)직을 맡아 시장을 보좌하면서 남다른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천광역시의 물류정책을 수립하고 물류행정을 집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제가 특보를 맡았던 당시에는 인천대교 경간폭을 두고 해양계와 인천시가 대립하던 때였습니다. 해양계는 인천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함께 경간폭을 넓힐 것을 주장했고, 시 측은 교량구조상 이유로 기존의 경간 폭을 제시하고 있었죠. 저는 해양인들의 주장에 인간적으로 공감했지만, 교량은 토목 중에서도 구조에 관련된 매우 전문적이고 고도의 공학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였기에, 시와 학계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듯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 역할에 충실했던 박창호 학과장이었기에, 옛 동료로부터 많은 비난과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은근슬쩍 책임을 미루려하는 인천시의 행동에도 적잖이 실망했지만 원망이나 불평 한마디 없이 인천시 특보직을 내려놓고 인천재능대학교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 특위 자문위원과 미래기획위원회 지역정책위원회 자문위원 등 외부활동을 하면서도 인천재능대학교 기획처장을 역임하였다.
“기획처장 재임시절에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서강대 입주 예정부지가 대학측의 사정으로 도로 내 놓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즉각 저희 총장님과 인천시장님의 만남을 주선, 극적인 부지 매입 협상을 이끌어냈습니다.” 당시 가천대학교도 송도 부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재능대학에게 선수를 뺏겼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는게 후일담으로 전해진다.
“부지를 선정해 매입하고, 제2 캠퍼스 건립을 추진하면서 재능대학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습니다. 이제는 저희 학생들을 실전 감각을 지닌 물류·유통 전문가로 양성하면서며 더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끈기와 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에 주력할 것
올해로 설립 10년째를 맞이하는 인천재능대학교 유통물류학과는 각각 유통과 물류에 전문성을 갖춘 2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80명의 신입생을 받아들여 차별화된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유통물류학과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인천항 관련 물류기업과 대형유통기업등 전도유망한 기업들에 학생들을 대거 취업시키는 강력한 저력을 갖고 있다.
“저희 학과는 철저한 실습위주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타교 유사 학과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성을 특히 강조하는데요,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완수하는 사람이야말로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저는 지각이나 과제 제출이 지연되는 등 학생들이 약속을 어기는 것을 가장 엄히 꾸짖고 있습니다. 학생들마다 역량의 차이는 있고, 노력 여하에 따라 능력계발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본 인성이 부실하다면, 이를 개선하는 것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학생들은 취업을 앞두고 초조함이 겹치다보니 주어진 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와 유통물류학과 교수님들은 학생들과의 맨투맨 학습 및 실습지도로 강한 도제식 교육법을 실시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도 멘토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통물류학과의 실습 현황을 들여다보면, ▲지역물류기업 실습 160시간 ▲지역유통기업 실습 230시간으로 상당히 많은 시간적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대신 인턴으로 현장실습을 하면서 실습과 학비마련을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 최종적으로 장시간 현업에서 단련된 박창호 학과장의 학생들이 졸업을 앞둘 때면 별다른 교육과정 없이 즉각적으로 물류·유통산업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박창호 학과장의 굳은 교육 철학이야말로 기업가들로부터 사랑받는 인천재능대학교 유통물류학과의 비결인 셈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신규 직원 채용 현황을 보면, 주로 인하공전 학생들과 저희 학생 간의 경쟁구도입니다. 다만, 인하공전 학생들의 경우 여객터미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반면, 저희 학생들은 입학 단계부터 화물터미널에서 뜻을 펼칠 물류 인재로서 키워지기에 경쟁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죠.”
박창호 학과장의 제자들은 물류 현장 뿐 아니라 유통매장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 매장 통틀어 3대 매출왕 중 1명이 박창호 학과장의 제자라고 한다.
“아울러 우리 학생들이 현장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고, 장차 후방 관리자로 진급할 때를 대비해 전공과 함께 어학과 전산 능력 등을 배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무역협회 청년무역인력양성과정과 인천복합운송협회 주문식 교육, 어학교육을 위하여 원어민 교수에 의한 실용영어와 중국어를 상시 수학할 수 있는 English Zone과 Chinese Zone을 운영하고 있으며, MOS 자격증 과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재능대학교 유통물류학과는 이밖에 매년 중국의 홍콩과 청도에 5-6명씩 해외 현장실습을 실시하고 있으며, 2013학년도에는 15명의 학생이 영국 런던의 테스코 본사 견학을, 또 다른 15명의 학생들이 한달간 필리핀 메티스 어학원에 어학연수를 다녀왔으며, 진로캠프와 취업캠프, 물류관리사과정과 유통관리사과정 등 모든 학생이 몇 가지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3년간 국토교통부로부터 총 1억5천만원의 지원을 받아 ‘물류기능인력양성사업’을 시행 중에 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수도권 가, 나 그룹(중·대형 규모) 2년제, 4년제 모두 합쳐서 인천재능대학교가 최고의 취업률을 달성하였고 유통물류학과는 연봉과 근무여건 등 질적인 면에서도 수도권의 4년제 대학 졸업생에 비하여 뒤지지 않는 대우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인천재능대학교가 WCC(World Class College)로 지정 받았으며 올해에는 특성화사업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되어 명품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지난 9월 30일에는 인천재능대학교를 비롯한 10개 전문대학과 CJ 그룹 간에 ‘CJ그룹-특성화전문대학 인재매칭 업무협약식’을 체결하였는데 인천재능대학교 유통물류학과는 매년 20명의 졸업생을 CJ대한통운에 취업시킬 것을 협약하였다.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전체에 재능대학교의 깃발 꽂을 것
박창호 학과장의 꿈은 명료하다. 기업인의 사랑을 받는 인재를 육성하고, 더 나아가 인천국제공항의 화물터미널을 재능대학교 유통물류학과 졸업생들로 채우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외를 왕래하는 화물은 재능대학교 유통물류과 졸업생들의 손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그의 포부다.
“인천국제공항을 점령할 것입니다. 현재 공항 내 순수 물류인력이 3000명 정도 있는데, 이 거대한 채용 시장을 우리 학교 졸업생들로 채우겠습니다. 인천광역시에서 특보로서 시장을 보좌할 당시에 항공행정협의회에 참석하면서 인천공항에 진출한 기업인들과 오래도록 친분을 쌓아왔는데요, 저에 대해 아는 기업가들은 재능대학교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합니다. 그리고 일단 이들이 현업에서 일을 시작하면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CEO들을 감동시키죠. 이제는 제가 직접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기업가들이 먼저 저희 학과 졸업생에게 ‘더도 말고 자네 같은 후배 있으면 데려오라’고 할 정도니까요.(웃음)”
FTA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에서 물류 산업의 위상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기에 ‘박창호의 제자들’이 사회에서 활약할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는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기에 더없이 절실하고 위대한 산업이다. 이처럼 남다른 철학을 겸비한 학생들은 오늘도 최고의 인재로 커가고 있으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있어 근간을 형성할 기둥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확신한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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