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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 희망을 주는 한통의 전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습니다”

김형태 한국생명의전화 대전지부 이사장 / 前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 2014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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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새벽 4시,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원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10대 소년이 건 전화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까지 중단한 소년은 막막한 마음에 다리를 찾았다고 했다. 상담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관들이 소년을 설득했다. 그 순간 비슷한 또래의 한 여학생이 다리 난간 쪽으로 상체를 내밀고 떨어지려 하는 것을 경관이 발견하고 재빨리 붙잡았다. 경찰이 아이들을 안정시키고 함께 마포대교를 떠나려할 때 다리 아래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한 남성이 막 물에 뛰어든 것이었다. 곧바로 119에 신고해 구해내고 보니 지병으로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을 비관한 30대였다. 생명의 전화 한 통이 한꺼번에 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이 일은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렇듯 자살은 한 인격체가 절망감에 사로잡혀 선택하게 되는 극단적인 행동이지만, 오히려 작은 한통화의 전화로 방지할 수 있는 의외의 이면을 갖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짤막하나마 타인과의 대화를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생명의 전화 창립자인 호주의 알렌 워커 목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다음날의 설교를 준비하고 있던 중 자정에 로이 브라운이라는 청년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다. 38살의 그 청년은 빚을 지고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고, 자신의 앞날이 암담한 나머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30분간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알렌 워커 목사는 그 사람에게 절망에서 헤어나 새 삶의 길을 찾도록 정성껏 얘기했다. 교회 예배에 참여토록 권유하고 도움을 주어 생명을 연장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청년은 킹스 스트리트의 가스가 가득찬 방에서 죽어갔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워커 목사는 군중 속에서 고독감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했고, 그 답을 전화 벨 소리에서 얻었다. 그날 이후 워커 목사에게 도움을 청하며 걸려온 전화에 그는 더욱 확고한 신념으로 전화상담에 임했고, 이것이 바로 ‘생명의전화’의 시초였다. 도시에서 전화 한 대의 장비로 수 백만인의 기쁨과 슬픔이 따뜻한 마음과 절망의 절규가 전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놀라웠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화선 하나가 이 큰 도시를 구원할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은 신의 은총과도 같은 소중함이었다.

‘한 통화의 구원’ 워커 목사의 유지 이어받은 대전생명의전화
대전생명의전화는 워커 목사의 뜻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전화 상담을 통해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고, 내담자로 하여금 세상으로 나오게끔 용기를 불어넣는 본연의 역할에 매우 충실히 임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생명의 전화와 함께하며 봉사해온 김형태 신임 이사장의 열정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더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게 특별함이 있었다기보다, 그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추천을 받아 이사장 직을 맡게 됐습니다. 10년간 대전 지부에서 이사로 활동했었거든요. 그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낮은 자세에서 섬기는 대전생명의전화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알베르 까뮈의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에서는 “삶이란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논하며 자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역설을 통해 얻어진 근본적이면서도 확실한 그 답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만약 신을 믿지 않을지라도, 자살은 합당치 않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자살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인지 혹은 아닌지’ 여부와 직결됩니다. 대단히 철학적인 문제죠. 그러나 지금의 자살은 철학적 잣대로 들여다봐서는 안됩니다. 경제적 궁핍, 고독감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개인의 철학이 아닌 사회가 갖고 있는 병폐로서 자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형태 이사장은 국가와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자살문제를 다뤄야 함을 강조했다. 또 자살은 가족과 주변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기에 실질적이고 즉응적인 대책을 하루속히 세워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사회적 고독감, 군중 속에서 느끼는 극심한 외로움이 자살의 원인입니다. 때로는 30분간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서 용기와 힘을 얻는 내담자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힘든 상황을 주변에서 알아주고 공감해주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생명의 전화를 비롯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담해줄 시스템이 더욱 확충돼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자살은 가족과 주변인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만큼, 이들에게 심리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지원을 해줄 인프라도 절실합니다.”

“답보상태의 자살예방정책, 큰 혁신과 변화 모색해야”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은 그다지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김형태 이사장은 “냉정히 말해 우리의 자살예방정책은 실패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에 국회를 통과한 ‘자살예방법’을 예로 들어보죠. 이 법은 자살을 병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임상적으로 개념을 제시하고 있지요. 언뜻 보면 명쾌한 법입니다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살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우울증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증상이라는 것입니다. ‘자살예방법’은 자살의 원인이나 형태를 극히 일부에 국한시켰기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살충동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입니다”라며 국회와 당국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김형태 이사장이 생각하는 자살예방대책은 ‘소통’이다.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캠페인을 추진함으로써 우울증은 누구든 겪을 수 있으며, 조기에 치료해야 비극적인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한다는 것. 
“1년에 1만 5천명 가량이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대부분이 고독감에 기인하고 있죠. 따라서 이들의 아픔에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하고 대화한다면 즉각적으로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음에도, 당국의 조치는 현실에 비교했을 때 크게 어긋나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살예방센터’같이 겉보기에 화려한 기관을 신설하기보다, 지금까지 생명의전화와 같은, 자살 예방을 위해 노력해온 사회단체와 봉사단체들의 경험을 적극 살려 범국민 운동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상담사업에서 대외교육·복지사업에 이르는 폭넓은 사회사업
“대전생명의전화는 기본적으로 본연의 상담 사업에 충실히 임하고 있습니다. 1588-9191번을 통해 언제든 전화상담 창구를 열어놓고 있으며,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한 면접상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대전생명의전화는 시민교육사업과 지역복지사업에 큰 비중이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역량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담원 평생교육과정과 자원봉사 활동지원, 실습지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담원을 육성하고, 기성 상담원들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내실을 다지는데 한치도 소홀함이 없는 대전생명의전화는 ‘생명종합사회복지관’과 ‘생명어린이집’, ‘라이프인알콜상담센터’, ‘생명의터’, ‘생명장애인주간보호센터’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주민을 지원하고 있다. 
“대전 내 저소득층이 가장 밀접해있는 판암2동에 위치한 ‘생명종합사회복지관’은 새로운 지역사회복지관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판암2동 주공아파트 임대주택 지구에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은 이웃들이 많이 주거하고 있는데요, 전략적으로 복지관을 이곳에 건립함으로써 ‘생명어린이집’, ‘라이프인알콜상담센터’, ‘생명의터’, ‘생명장애인주간보호센터’와 연계해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복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전생명의전화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교육과 지원까지 담당하면서 우리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4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 통해 이웃 보듬고 함께 나아갈 것”
인터뷰 말미, 김형태 이사장은 13년간 함께 동고동락한 대전생명의전화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들의 헌신 덕분에 생명종합사회복지관이 대전광역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복지시설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항상 어려운 이웃 틈에서 지속적으로 이들의 고충을 듣고 지원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아울러 오는 20일 18시에서 다음날 06시까지 진행될 ‘2014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를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는 한편, 참가자들과 함께 나의 존재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는 매년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맞이해 하루 4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전국민이 함께 걸으며 자기존재감을 재확인하는 행사다. 절망의 시간을 상징하는 저녁에 첫 발걸음 옮겨, 어둠 속을 지나 동틀녘 목적지에 도달해 성취감과 새로운 희망을 얻도록 하는데 취지를 두고 있는 본 행사에 김형태 이사장도 “이번에는 꼭 참여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7회에 걸쳐 준비위원장으로 대회를 열어왔고, 이번에는 대회장으로 참여하는 만큼 대회 처음부터 끝까지 참가자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현대인에게는 ‘나 자신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부족한 만큼 저도 옆에서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형태 이사장은 앞으로 후원자를 적극적으로 모집해 대전생명의전화를 활성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정 개인이 거액을 투척해 운영되는 단체들도 많지만, 생명의전화와 같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단체들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자살을 예방하고 밝은 내일을 열어가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씨를 뿌리는 자는 웃음으로 거두리라’는 좌우명을 가슴에 품고 지금껏 노력을 거듭해왔다. 생명의전화는 물론이요, 사회에 희망을 주고 변화시키는 활동들에 적극 나서겠다며 각오를 밝히는 그는 “우리 사회가 자살이 없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때까지 주변에 있는 고독한 분들께 관심을 기울여주십시오. 저희 생명의 전화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진심어린 부탁의 말을 전했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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