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작지만 따듯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는 미용실이 있다. 아폴로헤어클리닉은 단순히 미용만 해주는 공간이 아니라, 봉사와 사랑, 나눔과 조화를 통해 밝고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행복 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다. 기독교의 봉사정신으로 지역주민을 섬기고 있는 아폴로헤어클리닉 최경자 원장은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상, 서울특별시장상, (사)대한노인회 유공자 표창 등 다수의 상을 받은 봉사왕 이기도 하다. 그녀의 행복한 공간 아폴로헤어클리닉을 8월 어느날 찾아가 보았다.
젊은 시절 최경자 원장에게 미용은 절박한 생계 수단이었다. 1980년대 미용의 길을 걸었던 또래들이 그랬듯, 그 역시 어려운 집안 형편에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위를 들었다. 남편이 가져다주는 생활비 7만 원에서 2만 원을 떼 조카들에게 나눠줄 만큼 정이 많았던 최 원장은 처녀 시절부터 ‘마음씨 고운 아가씨’로 통했다. 가난한 시댁 8형제를 보면서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해서 함께 살자는 소박한 꿈을 가졌지만 남편 대신 가장으로 십자가를 지어야 했다. 천식을 앓는 남편을 대신해서 미용실을 운영해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것이다.
“남편한테 그랬어요. 내가 돈을 벌 테니 당신이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라고. 미용을 하면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하루에 4~5시간을 자면서 미용을 했어요. 날 새기를 기다리면서 미용실 안에서 쪽잠을 잔적도 많았죠.”
최 원장은 그것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았다.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으니 고생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게 미용은 천직이었다. 한여름에도 땡볕에 일을 하지 않고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손님들의 머리를 만져주는 일은 그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었다.
최 원장은 형편이 어려운 손님에게는 돈을 받지 않았다.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무료로 미용봉사를 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댁에는 꾸준히 생활비를 보탰다. 최 원장은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미용을 배우던 시절에 시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이제 초등학교 5~6학년인 시동생들이 불쌍해서 내가 어떻게든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처음에는 남편이 왜 지저분하게 머리를 만지냐고 말렸죠. 하지만 저는 미용을 해서 돈을 버는 게 좋았어요. 제가 번 돈으로 어머니 한복도 지어드리고, 시댁 어른들께도 옷 한 벌 해드리는 순간이 저는 행복하더라고요.”
최 원장은 미용실을 하면서 한 번도 시댁에 돈 부치는 일을 거른 적이 없다. 시부모님 용돈부터 조카들 용돈까지 자동이체로 매달 꼬박꼬박 보내고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주변에 베풀고 살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실천한 이유도 있지만, 기독교 신앙으로 성경말씀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 더 컸다.
“저는 늘 기도를 이렇게 해요. 제가 미용실을 하면서 건강한 몸으로 벌 때,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울 수 있게 해달라고요. 큰돈은 아니지만, 제가 보낸 돈으로 가족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저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봉사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 미용실 수익의 10% 기부
그는 오래 전부터 교회를 다녔다. 목사님의 뜻을 받들어 봉사를 하면서 면목 4동 미용봉사를 자기 몫이라 여겼다. 교회 내 미용봉사를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봉사한 건 최 원장이 유일했다. 그는 한 번 봉사를 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이다. 한겨울에도 택시를 타고 봉사를 다녔고, 가위 잡은 손이 오들오들 떨려도 어르신 봉사를 위해서 포기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구부러진 허리로 계단을 붙잡고 올라오는 걸 보니 내가 봉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이 들더라고요. 교회에서 차를 보내주지 않으면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미용 봉사를 했죠.”
이러한 선행이 알려지면서 1999년에는 서울시 자랑스러운 시민상을 수상했다. 지난 7월에는 2014 여성지위향상 유공자 포상 시상식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했다. 그는 지금도 ‘이웃을 돌아보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이웃 장애인과 독거노인을 찾아가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매주 둘째 주 화요일에는 삼육서울병원에서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후배들의 앞길을 개척해주기 위한 노력도 마다않는다. 얼마 전 2호점을 개업한 아폴로헤어클리닉은 후배 미용사들의 생계를 위해 매장을 따로 내준 것이다. 원장 직영체제로 운영되긴 하지만 미용실 수익은 전액 미용사들에게 돌아간다.
최 원장은 앞으로도 계속 미용실 수익의 10%를 기부하며, 낮은 위치에서라도 ‘노블리주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이 험해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지만, 서민을 위한 사회적 보호제도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봉사는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형편에 있다면 모든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며 “어려운 시대일수록 내가 먼저 헌신하는 마음으로 힘닿는 데까지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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