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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향 그윽한 ‘오리공방’으로의 초대 아날로그적 감성의 독창적 조형세계

오리공방 김방일 조각가 | 2014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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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일 인물사진.jpg

이쁜오리(몸통 14년 건조).jpg

오는 10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경북 문경에서 제16회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열린다. ‘발물레 차는 사기장 이야기’의 테마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전통도자기, 차도구(목공예), 다례체험, 천연염색, 문경특산물, 먹거리장터 등 풍성한 볼거리와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문경 도자기의 정통성을 되새기고, 고통과 애환 속 명맥을 이어온 도공들의 혼이 담긴 이번 축제에서 목공예의 정수를 선보일 김방일 조각가를 만나봤다. 전통 속의 현대, 현대 속의 전통을 추구하며, 따스한 조형세계를 펼치는 김 조각가는 생활 속 잔잔히 스며드는 실용적이며, 감성적인 목조각을 창조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자연의 향기 물씬한 오리공방을 운영하며,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김방일 조각가의 예술세계를 주목해보자.    


문경의 오리작가
오리공방은 조각가 김방일의 예술혼이 담긴 목조각 공방이다. 은은한 나무향과 더불어 전통의 아름다운 정취가 배인 곳이다. 공방에 들어서자, 나무 부스러기가 제법 쌓인 아담한 공간에 알싸한 나무향기가 폐부(肺腑) 깊숙이 스며들어 안락함을 선사했다. 작업실 안을 둘러보자, 선반에 놓인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통통한 오리, 날씬한 오리, 순진한 오리, 도도한 오리 그리고 아직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나무오리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또 오리비녀, 오리모빌, 오리코뚜레 등 공방이름에 걸맞게 색도 모양도 각양각색인 오리들이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축제를 한 달 앞두고, 작업에 한창입니다. 공방의 오리들이 대부분 사랑을 받지만, 특히 작고 하늘을 보는듯한 오리들이 인기가 많지요.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나무의 촉감과 유연한 선의 미(美), 그리고 나이테가 촘촘히 살아있는 피부결 때문에 다들 좋아하십니다.”  
스스로 ‘오리’라고 칭하는 김 조각가는 일찍이 오리 별명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개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오리라는 단어가 주는 친근한 어감, 그리고 오리에 집중하는 그의 작품세계가 결부돼 ‘오리공방’으로 짓게 됐다며, 공방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디자인 다양화해 목조각 품격 높여  
조각가 김방일의 작품은 멋스러움이 살아있다. 은은한 나무향 속 유연한 선의 흐름, 그리고 독특한 조형미가 보는 이로 하여금 높은 경지의 예술적 승화를 경험토록 한다. 그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 그만의 차별화된 기법으로 매력을 더했다. 전통 디자인 공예를 다양화해 목조각의 품격을 높이고자 하는 김 조각가는 학창시절부터 조각, 금속공예, 그림 등 예술적 소질이 남달랐다. 학업을 마친 후, 타고난 손재주를 기반으로 사회생활을 이어가다가 지난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무와 가까이 하며, 목조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나무에서 풍겨져 나오는 진한 향과 천연의 나무결, 그리고 조각칼로 나무를 깎아낼 때 들리는 사각사각 자연의 소리에 매료돼 목조각의 길을 걷게 되었지요.” 

동심 담긴 나무의 세계 
그의 고운 손에 조각칼이 쥐어지면, 나무결에 부드러운 곡선이 그려지며 동심의 세계가 창조된다. 장승, 등잔, 목안, 오리, 두레박, 여물통 등 곱게 다듬어진 나무의 형상에서 잊혀져가는 고향의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흙내음이 솔솔, 유년시절의 순수한 감성이 되살아난다. 여전히 소년의 감성을 투영하여 나무를 다듬는 그의 예술세계는 진정한 목조각 예술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은 감탄해 마지않는다. 특히, 올망졸망 아기자기한 오리들을 시선에 담으면, 대상을 손 안에 넣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쓰다듬고, 포옹하고, 입 맞추고 싶은 형상들에 매혹되고, 어느덧 오리들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목조각은 조각할 나무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는 작품의 쓰일 재목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간다고. 본격적인 작업 전에 재료가 될 나무들과 소통하며, 디자인을 구상한다. 조각칼을 움켜쥐고 쉴 틈 없이 나무를 다듬는 그의 손은 나무옹이처럼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수십 년간 나뭇결을 다듬으면서 생겨난 세월의 흔적들이다. 하나의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의 다듬질이 필요하듯, 나무의 질감을 잘 살리기 위한 세심한 작업은 작가의 철학과, 혼이 담긴다. 도(道)를 구하는 구도자처럼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우는 김방일 조각가. 그는 나무의 때를 벗겨내 순수한 결정체를 만들어가는 예술의 과정을 행복으로 느끼며, 조각가의 삶을 영위해가고 있었다. 

오직 작품으로 인정받는 작가이고 싶다
“항상 새로운 변화를 추구합니다. 시대의 감각에 맞춰 채색과 조형에 변화를 주고,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춘 디자인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예술에 무한한 애정을 표하는 김방일 조각가. 그는 작업과정이 고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행복해하는 이들이 있기에 보람을 느낀다고. 나이도 잊고, 세상 시름도 잊고,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움에 빠져 조각을 하고 있다는 그는 “화려한 프로필 보다는 오직 작품으로 사랑받는 조각가이고 싶다”며 소망을 내비쳤다. 

따뜻한 감성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들로 관람자를 한 없이 행복하게 만드는 그의 작품은 물질만능주의에서 오는 심리적 공허함을 달래는 위로와 격려의 손길과도 같다. 얼음은 물이 얼어서 되었지만 얼음물 보다 더 차갑다는 뜻의 빙수위지이한어수(氷水爲之而寒於水)를 좌우명으로 삼아, 늘 남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노력과 열정을 쏟으며 예술의 깊이를 다지는 김방일 조각가. 앞으로도 그만의 철학과 감성이 담긴 작품세계를 펼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란다. 정혜미 기자   
김방일 조각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kbi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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