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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사랑을 속삭이다

정필원(테리우스원) 사진작가 | 2014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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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요강꽃(멸종1급).jpg

정필원.jpg

지난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대전갤러리에서 열린 정필원(테리우스원) 사진작가의 개인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자연에서 살아 숨 쉬는 야생화 사진전’의 테마로 열린 이번 전시는 정 작가의 야생화 사랑 15년 만에 열린 첫 개인전으로서, 그간 보유해온 100만 점의 사진 중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 48점을 엄선해 선보인 뜻깊은 전시였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멸종위기 야생화 보호 관리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이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공감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작가는 “행복한 내 마음은 대자연 속에서 희귀한 야생화와 교감하고 그들과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다”라고 사진 철학을 밝히며, 야생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출했다.


내딛는 발걸음과 가뿐 숨소리마저도 기억하고 큰 암반 틈 사이 숨었다가 반갑게 맞아주는 희귀야생화들. 아직 겨우내 언 땅과 쌓인 함박눈 밑에 미소 잃지 않고 나를 기다리는 아름다움! 보고 돌아서면 다시 보고 싶은 그들이 마음에 아련하여 갔던 길 마다치 않고 힘차게 또 달려갑니다. -작가 노트 中

야생화의 생태적 미학 통해 표출한 믿음·사랑·소망  
“자연 속에서 야생화를 마주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뜁니다. 꽃 몽우리가 맺혀 있다가 서서히 암술과 수술을 보이며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강한 생명력과 그 신비로움 속에 전율을 느끼지요. (웃음)” 
정 작가는 매주 토요일 새벽녘이면 분주해진다. 야생화를 만나러 가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하기 때문. 각종 촬영장비가 담긴 배낭은 20kg이 훌쩍 넘어 묵직하지만, 그 정도 무게쯤이야 가뿐하다. 이렇듯 그가 가벼운 마음으로 야생화를 찾아 떠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내가 동행해주기 때문이다. 정성이 담긴 도시락과 10병이 넘는 생수병은 이제 그들의 필수품이자, 자연을 함께 느끼는 오랜 벗이 됐다. “처음엔 아내도 힘들어했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면서 어느덧 아내도 사진을 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정 작가의 만면에는 행복이 깃들어 있었다.
바쁜 공직생활 중에 사진작가의 삶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 있듯, 정 작가에게도 경쟁적 삶의 스트레스와 잘못된 섭생으로 병마와 싸운 암울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요추 디스크 질환으로 거동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힘든 시절 마음에 숨겨진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죠. 그러면서 아무 조건 없이 나를 품에 꼭 안고 반겨주는 자연에 애정을 갖게 되었고, 야생화에 매료돼 나만의 행복함보다 많은 사람에게 그 사랑을 나누고자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충직한 믿음으로 삶의 의지를 다지는 그에게 야생화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하나님이 인도해 주셨고, 정 작가는 야생화를 찾아 아름다운 강산을 순례하면서 건강회복뿐 아니라 교만, 성급함, 욕심을 버리고 겸손, 섬김, 기쁨과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됐다고 전한다.  

“립스틱 바른 물매화의 모습에 반하면서 야생화와 사랑에 빠졌다”는 그는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야생화 전문 탐사 사진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테리우스원이라는 닉네임으로 운영 중인 블로그(http://blog.daum.net/teriouswoon)를 통해 따뜻한 감성을 전파하고 있다. 
야생화 약 5,000여 종 중 3,000여 종 이상의 사진을 담아 보유하고 있는 정 작가는 “희귀 야생화 사진을 만들기 위해 매주 토요일이나 휴일이면 전국 어디든 야생화가 숨어 있는 산과 들을 누비면서 사진으로 담습니다. 땅에 코를 박고 야생화와 눈높이를 맞춰 사진을 담다보니, 절로 겸손함을 배웁니다. 약 10~30cm 정도의 작은 크기의 야생화를 담으려면 그들의 아름다움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꽃과의 깊은 교감을 나누기 위해 2~3시간에 걸쳐 200~600컷 정도 찍어야 야생화의 참모습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진정 꽃들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라며 야생화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자신만의 촬영 노하우도 밝혔다. 종일 험준한 지역에서 야생화를 담기 위한 사투를 벌이며 힘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잠자리에서조차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취해, 황홀해한다는 작가의 말에는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있었다.    

작가와 꽃의 황홀한 교감의 순간 
작가 정필원의 화면은 독특하다. 95% 이상 역광으로 촬영된 자연의 현장은 몽환적이면서 사진 속 야생화가 말을 건네고 있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백 번의 셔터를 누르며 야생화의 환상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작가의 집념과 뜨거운 열정이 담겨있다. 정 작가는 꽃의 생태적 미학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이야기한다. 작가 내면에 담긴 그리움과 사랑,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야생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출한다. 그가 포착한 대상의 절정 순간은 마치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작가와 꽃이 하나 된 교감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둔산성광교회 이웅천 담임목사는 “정필원 권사는 사진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 산야에 자리 잡아 보석처럼 빛나는 야생화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바라보게 된다”라고 평하며, 그의 첫 개인전을 축복한 바 있다. 

사진작가의 삶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아직도 우리가 찾지 못한 야생화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작은 바람은 국가에 아직 등록되지 않은 야생화를 많이 발견해 제 이름으로 등록되어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한 마음을 가지길 소망해 봅니다.” 
정 작가는 국내 미디어매체에서 한결같이 비극적 결말로 매듭짓는 야생화 설화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해피엔딩의 결말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야생화를 주제로 책을 발간 예정”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하나님께서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자연 속에서 살도록 허락하신 것 같다. 믿음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면서 우리 산야에 피어있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하고, 멸종위기 야생화 1, 2급이란 단어가 사라지는 그 날까지 보호·관리에 앞장설 것”이라며 다짐했다. 하나님이 선물한 제2의 인생을 아름답게 빛내기 위해 오늘도 자연 속에서 야생화와 사랑을 속삭이는 정필원 작가. 앞으로도 그만의 철학이 담긴 감성적 작품세계를 펼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란다.  정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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