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 제주에는 공직자이면서 만화가로 활동하는 박원철 화백의 만화·카툰이 인기다. 그의 작품은 사회 모순과 현실을 풍자한 ‘시사카툰’, 성인을 위한 유머코드가 담긴 ‘에로틱카툰’, 전통적인 해학과 풍자가 담긴 ‘유머카툰’ 등 다양한 시각과 소재로 풀어내며, 냉철한 시선 속 짧고 담백한 작가의 글이 더해져 시사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여운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박 화백은 “문화예술의 고장 제주에서 제9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는 만화예술을 제주사회에 보급하고, 청소년들에게는 만화를 통해 꿈과 희망을, 도민에게는 무공해 부가가치 산업을 유도해 소득 증대에 기여코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취재 | 정혜미기자
일찍이 예술적 재능 부각… “만화는 내 삶의 활력소”
“6~7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우리세대는 지금처럼 PC가 발달돼 있지 않았기에 만화가 유일한 볼거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네 만화방에서 만화를 빌려보면서 정보를 공유하곤 했었죠. 당시 산호 선생님의 라이파이 등 공상과학만화와 반공을 주제로 한 전쟁만화인 육박전, 독수리편대 등을 주로 즐겼습니다. 윤승운 선생님의 명랑만화 맹꽁이서당을 보면서 한바탕 웃기도 하고, 신문수 선생님의 도깨비감투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을 보면서 통쾌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박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탁월한 소질을 보이며 예술가로서의 성장을 예고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도내 사생대회, 백일장대회 등에 참가해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으며, 다수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예술적 재능을 키웠다. 또 그는 틈틈이 쌓아온 습작으로 만화공모전에 응모하기도 하고, 선배 만화가들을 찾아가 만화에 대해 배우고 공부했다. 대학시절에는 학보사에서 만화와 만평을 그렸다. 군대에서도 고참 병장앨범에 그림 그려주기 바빴다는 박 화백은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도정신문, 도정유인물 등에 삽화를 그리고, 틈틈이 세금관련 도정홍보책자 등을 만드는 등 실력을 키웠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정보정책과 정보통신담당 사무관으로서 바쁜 공직생활을 하는 중에도 틈틈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하고, 작업을 하면서 만화 관련 공부도 지속적으로 한다는 박 화백은 “만화의 존재가 삶의 활력소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 화백은 그간 왕성한 작품 활동 및 전시활동에 다수 참여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제주사랑 만화사랑’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전시실에서 펼쳐진 이 전시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묶인 50점의 만화·카툰 작품을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시사카툰, 에로틱카툰, 유머카툰 등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돼 전시된 작품들은 박 화백의 예술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터넷·마약·카페인·담배·술 등 온통 ‘중독’ 되어버린 현대사회를 풍자하고, 필요할 때 서로가 도움 받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공존’을 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시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그의 고향 ‘제주’의 개성을 살린 작품들이었다. 공직자답게 국민 모두가 잘사는 행복한 나라, 희망의 대한민국을 꿈꾸며, 세계의 보물섬이자 유네스코 3관왕에 오른 제주의 모습을 그려 세계 속에 빛나게 했다.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를 알리고 싶은 그의 따뜻한 애정을 담은 것이다. 뜻 깊은 행사를 기획한 박원철 회장의 개인전을 축하하며 한국만화가협회 조관제 회장은 “바쁜 공직생활 속에 생소한 카툰을 공부하고, 개인전시회를 여는 것이 작가로서 존경심을 가지게 했다”라며 찬사를 보냈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희재 이사장은 “박원철 화백의 작품에는 웃음과 해학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만화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며 격려한 바 있다.
왕성한 전시활동으로 만화 저변확대 기여
현재 (사)제주만화작가협회(이하 만화작가협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 화백은 (사)한국만화가협회 정회원, (사)한국환경미술협회 초대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뿐 아니라 만화작가협회를 주축으로 왕성한 전시활동을 이끌며 만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지역의 만화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제주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만화지도강사, 학교 미술교사, 만화작가, 그리고 만화에 관심 있는 20여명이 뜻을 모아 ‘제주만화사랑회’를 결성했습니다. 그 후 2년여 정도 활동을 하다가 2002년 1월, ‘제주만화작가회’로 개칭했고, 지난해에는 사단법인 제주만화작가협회로 등록을 했습니다.”
회원들이 각양각색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만화작가협회의 특색이다. 공무원이면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 화백을 비롯해 시사만화 10,000회를 돌파한 한라일보 양병윤(황우럭)화백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 미술교사, 만화지도강사, 시나리오작가, 전업만화가, 애니메이션 및 디자이너를 전공하는 회원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그간 (사)제주만화작가협회는 제주시 문예회관, 영상미디어센터, 탑동야외광장, 각종 축제와 서귀포시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올해 정기전 13회째를 맞는다. “현재까지 10여 차례 전시를 하면서 소통, 유네스코 3관왕 기념전,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관광, 국제자유도시, 이어도의 꿈 등을 소재로 한 만화를 통해 제주를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올해에는 7월 19일부터 1주일간 정기 전시회를 열 예정이며, 앞으로 해외 출품 등 다양한 국제교류활동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박 화백은 그간 공무원미술동호회전시 및 한라도서관 등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또 ‘2007 한·일 만화교류전(일본 후쿠오카)’과 ‘2008 한·일만화교류전(부산)’에 참가했으며 2011년에는 중국(북경), 2012년 일본(요나고시)에서 열린 세계만화가대회에도 출품했다. 지난해에는 제주교육박물관에서 ‘線의 美學’이란 주제로 전시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강렬한 메시지로 독자의 시선을 흡입하는 것이 만화의 매력
“만화의 매력은 해학, 풍자, 과장입니다. 이러한 만화의 개성 덕분에 독자들이 웃을 수 있고, 또 기억에 새기는 것이죠. 만화를 보면서 이게 무슨 뜻인가?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만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만화는 자유분방한 회화공간에 주제나 소재를 자유롭게 선정해서 글과 그림을 동시에 전달하기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접근하기 쉽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짧은시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만화의 매력이기도 하죠.”
만화는 작가 나름의 특징이 있으며, 무조건 잘 그린 그림만이 만화가 아니다. 독자들은 그림을 보면서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또 대상의 표정과 숨은 동작, 글자의 내용 등을 자세히 살피면서 만화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 박원철 화백의 생각이었다.
인터뷰 말미, 박 화백은 “학부모들이 만화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을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실제 만화는 암기력을 높이고, 창의력을 개발하는 등 학력신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화를 통해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전달하고 싶다. 청정지역인 제주에서 만화산업이 뿌리내려 무공해 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아울러 박원철 화백은 “타 지역에 비해 제주에는 만화학원이나 만화학과가 있는 고등학교, 대학교 등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정년퇴임 이후에는 도내 만화교습소나 만화문화연구소, 만화예술카페 등을 만들어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지인)이 누구나 쉽게 찾아오는 대화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소망을 내비쳤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열심히 찾아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요? 저는 제주를 사랑하고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화가의 삶이 너무 행복합니다.”
제주사랑, 만화사랑을 실천하는 공직자 박원철 화백. 제주 만화계의 활성화를 이끌며, 예술문화 발전에 앞장서는 열정적인 모습을 통해 제주의 대표 만화가로서 활약할 그의 미래를 예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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