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은 오는 3월 5일부터 4월 27일까지 세종미술관 2관에서 2025 세종미술관 기획 전시 <로봇드림: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3년 만남을 시작으로 1990년대 후반까지 미국 신시내티에서 백남준의 작품 제작을 조력했던 수석 디자이너 겸 테크니션 마크 팻츠폴의 소장품 일부를 소개한다. 전시에서는 백남준 작품 제작에 쓰인 연구 스케치·설치 도면·사진을 오려 만든 목업·사진·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 300여 점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판화 20여 점을 엄선하여 선보이고, 이를 통해 백남준의 작품 기획 과정 그리고 마크 팻츠폴과의 협업 역사를 공개한다.
판화가 마크 팻츠폴은 백남준 생전에 비디오 조각 작품과 판화 제작에 참여했던 중요한 미술가이다. 미국 거장 판화가인 그는 1981년에 미국 신시내티시에 클레이 스트릿 프레스라는 판화 공방 겸 화랑을 열고 수백 명의 미술가와 작업했다. 그가 협력한 미술가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단연 백남준이다. 1983년 백남준은 판화 제작을 위해 마크 팻츠폴과 처음 만났다. 이후 팻츠폴은 TV와 비디오로 구성된 1986년 연작 <로봇 가족(Family of Robot)>을 비롯해 백남준이 구상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조력했다. 백남준과 마크 팻츠폴의 협업은 1989년부터 ‘백남준 팩토리(Paik Factory)’라 불린 미국 신시내티의 한 작업 공간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백남준은 TV를 물리적 조각 재료로 활용해 전통적 조각의 개념을 확장했기 때문에 작품들을 "TV 조각"이라 처음 명명했다. 이번 전시는 1980~90년대 백남준의 TV 조각 작품을 제작했던 ‘백남준 팩토리’와 얽힌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자료를 서울에서 최초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해 부산에서 진행된 아카이브 전 이후, 두 번째로 공개되는 이번 기획의 또 다른 조력자는 남천우 프린트아트리서치센터 디렉터이다. 그는 2007년 신시내티에 있는 마크 팻츠폴의 판화 공방을 방문해 백남준의 유산을 발견하고 국내로 가져와 소개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V-아이디어: 선험적(V-IDEA: a priori)>(1984)과 <진화, 혁명, 결의(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1989)를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V-아이디어, 선험적(V-IDEA a priori)>(1984)은 백남준과 마크 팻츠폴이 협업한 첫 판화 모음집이며, <진화, 혁명, 결의(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1989)는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으로 백남준이 혁명가 8인을 8개의 TV 조각으로 형상화한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뿐만 아니라 1980~90년대 개최된 백남준 전시 포스터도 함께 소개하며, 해당 시기에 발표된 백남준 TV 조각 작품의 전반적인 작업 활동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두 개의 주요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백남준 팩토리(Paik Factory)> 자료로 구성되었으며, 두 번째는 백남준의 판화가 제작된 <백남준과 마크 팻츠폴 판화 공방>의 아카이브 자료이다. <백남준 팩토리> 섹션은 백남준의 대표적인 로봇 조각이 제작된 전성기 기록을 담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팩토리의 연대기, 주요 전시 포스터, 공공 프로젝트 자료 등을 통해 백남준과 마크 팻츠폴의 협업 역사를 조명한다. 이를 통해 백남준 미디어 조각의 황금기를 엿볼 수 있다.
이어지는 <백남준과 마크 팻츠폴 판화 공방> 섹션에서는 백남준이 마크 팻츠폴의 판화 공방에서 작업한 판화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예술과 대중의 소통을 고민했던 백남준이 판화를 중요한 매개로 시도했던 그의 실험과 메시지를 살펴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작품을 구상하고 그것이 실현되는 공간이었던 1980~90년대의 ‘백남준 팩토리’를 재조명하고 그곳에 숨겨진 방대한 양의 자료를 선보이는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내다보며 예술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갔던 선구자 백남준의 실험 정신을 통해 기술과 인간, 문명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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