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이 9월 28일부터 11월 17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개인전으로, 종교인으로서가 아닌 예술가로서의 성파를 주목한다. 성파 스님은 대한민국 조계종 큰 스님으로 1960년에 불교에 입문, 1981년 통도사 주지를 역임하고 2022년 제15대 조계종 종정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예술가로서 불교미술, 서예, 한국화, 도자, 염색,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화업을 전개해 왔다. 이번 단독 개인전에서는 1980년대에 선보였던 금니사경과 최신작은 물론 옻칠 회화와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평생 화업을 총망라하는 120여 점을 선보인다.
성파 선예에 있어 ‘재료에 대한 연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전통 한지 제작부터 안료와 염료의 재배 및 가공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물감과 바탕이 되는 재료들을 직접 다루었다. 성파의 작업실에는 옻뿐만 아니라 칠안료, 닥나무, 조개껍데기, 계란껍질, 밀가루풀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도구들로 가득하다. 닥나무를 재배해 직접 한지를 제작하고, 고려시대 감지(紺紙)를 재현하기 위해 쪽을 직접 키우기도 했다.
특히 성파의 작업 중 괄목할 만한 점은 ‘옻’이라는 물성의 활용이다. 그는 옻의 내구성·방수성·방부성·절연성 등 뛰어난 성질에 주목하였다. 그동안 공예 재료의 일부였던 옻이라는 물질을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하며 전통 재료와 결합하여 회화, 도자, 섬유, 조각 등의 성파의 독자적인 옻 예술 장르를 만들어 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성파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한국적 재료 탐구를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태초 太初 ▲유동 流動 ▲꿈 夢 ▲조물 造物 ▲궤적 軌跡 ▲물속의 달 순서이다. 전시장 내부에는 3m 높이의 옻칠 조각, 수중 설치 회화 등 시선을 사로잡는 대형작이 소개되며, 성파 스님의 작업 과정과 통도사 장경각 내 수중 암각화 작품을 담은 영상이 함께 상영되어 주목할 만하다.
국제적 패널들이 참석하는 전시 연계 학술대회와 관객참여형 다도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성파의 예술 세계"를 주제로 10월 10일에 열리는 학술대회는 심은록(미술평론가), 이동국(경기도박물관장), 이영준(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인범(미술평론가), 정종미(한국화가, 전 고려대학교 교수), 마엘 벨렉(세르누치미술관 큐레이터), 버지니아 문(LA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 등이 참여해 다각도의 시선에서 성파의 예술관을 논한다. 행사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다.
다도 프로그램은 전시 기간 중 토요일 오후 2시와 4시에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로비 내 특별 마련된 다도 공간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네이버 예약으로 각 회차당 10명 선착순 접수되며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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