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2024년 영조(재위 1724-1776) 즉위 30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을 개최한다. 영조와 정조(재위 1776-1800)가 ‘탕평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 ‘글과 그림’을 활용해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주목하는 전시다. 영조와 정조가 쓴 어필과 두 임금의 의도를 반영해 제작된 궁중행사도 등 18세기 궁중서화의 화려한 품격과 장중함을 대표하는 54건 88점을 선보인다.
영조와 정조가 탕평을 이루고자 글과 그림을 활용한 방법에 주목하는 이 전시는 4부로 구성했다. 제1부 ‘탕평의 길로 나아가다’에 글과 그림으로 탕평의 의미와 의지를 전하는 서적과 그림을 전시한다. 특히 영조가 자신의 국정 운영 방침을 널리 알리고자 서적을 간행한 일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더 나아가 영조는 한글로 풀어쓴 언해본을 제작해 일반 백성에게까지 임금의 뜻이 전해지도록 노력했다.
제2부 ‘인재를 고루 등용해 탕평을 이루다’는 영·정조가 글과 그림으로 지지 세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임금의 마음을 신하에게 친밀하게 전하는 시를 쓴 어필, 은밀하면서 명료하게 업무를 지시한 비밀 편지를 전시한다. 또한 신하의 스승인 군사를 자임할 정도로 학문 수준이 높았던 정조가 주자를 존숭한 일면을 김홍도가 그린 <주부자 시의도>로 보여준다.
제3부 ‘왕도를 바로 세워 탕평을 이루다’에서는 영·정조가 ‘효’와 ‘예’를 내세워 정당한 왕위 계승자임을 강조하는 상황을 다룬다. 영조는 원로대신 모임인 기로소 입사 기념 그림에서 자신과 사도세자의 자리를 나란히 배치해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조는 좋은 글귀의 시호와 존호로 사도세자의 덕을 칭송했다. 그는 사도세자의 복권을 위해 20년간 노력해 반대세력을 설득하며 왕에 버금가는 존호를 올릴 수 있었다.
제4부 ‘질서와 화합의 탕평’은 정통성 문제로 분열되었던 정치권 통합을 이룬 정조가 1795년 화성에서 개최한 기념비적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화성원행도> 8폭 병풍에는 왕을 중심으로 신하들이 질서를 이루고 백성은 편안한 이상적 모습이 구현되어 있다.
또한 특별전을 보다 풍성하게 즐기기 위해 특별전 연계 강연회(12.22/1.18.), 학술 심포지엄(2.23.), 전시 기획자와 함께 하는 갤러리 토크(1월 개최 예정)를 준비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조와 정조의 의도와 고민이 담긴 이번 특별전의 전시품들은 18세기 궁중서화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 서화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동시에 글과 그림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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