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청소년극 <Tank ; 0-24>를 10월 26일부터 11월 19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린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설립된 2011년부터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서 다수의 청소년극을 선보여 온 국립극단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중극장 규모의 명동예술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신작을 준비했다. 동시대 청소년을 가감 없이 담아낸 수준 높은 작품으로 90%에 가까운 평균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한 국립극단 청소년극이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관객과 함께하게 된 것이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Tank ; 0-24>는 어린이·청소년의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탱크’로 치환하여 붙인 제목으로, 0세부터 24세까지로 일컬어지는 어린이·청소년의 연령과 0시부터 24시까지인 하루, 그리고 그 하루가 모여 흘러가는 우리의 인생을 나타낸다.
뮤지컬 <빨래>, 연극 <목란언니> 등 유수의 작품을 통해 스타 무대미술가로 이름을 떨치며 <사보이 사우나>, <비행소년 KW4839> 등 연출가로서도 자기만의 뚜렷한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는 여신동이 구성·미술·연출을 맡았다. 작품의 전반적인 사운드·음악은 혁오밴드의 오혁이 담당한다. 두 사람은 전시 <고원(高原)- Go One Hour LOOP>, 연극 <pan123mE1> 등에서 호흡을 맞춰 온 파트너로, 이번 공연에서도 의기투합하여 눈과 귀를 사로잡는 ‘HIP한’ 무대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Tank ; 0-24>는 ‘자기 인생으로의 탐사’를 주제로 몇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청소년기의 시간이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주 모티프로, ‘나의 시간은 어떻게 교차하고 있는가’에 집중했다. 프로덕션은 올 3월부터 초중고 협력학교 청소년 90여 명과 ‘나에 대한 탐사’를 주제로 리서치 활동을 진행하고 작품으로 연계했다. 추후 공연장을 찾는 청소년 및 성인 관객들도 이 리서치에 참여해 볼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공개할 예정이다. 리서치 결과 또한 동 플랫폼에 게시하여 동시대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의 진솔한 내면을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될 것이다.
한편, 공연 회차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청소년 17인’ 중 1명이 무대에 청소년 자신의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 막이 오르면 방호복을 입은 이 청소년은 막 통제구역에서 나와 배우에게 키를 건넨다. 어쩌면 자기 내면의 탐사를 이미 끝내고 나온 상태인지도 모른다. 키를 건네받은 배우는 무대 밑에서 떠오르는 ‘대기실’에서 자신의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갈 채비를 한다. 그곳에는 ‘탐사’를 준비하는 다른 인물 여럿이 있다.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어두운지, 얼마나 깊은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곳으로 탐사를 앞두고 어떤 이는 설렘을, 어떤 이는 불안을, 어떤 이는 경건함을 느끼며 제각각 방호복을 입는다.
마침내 도착, 블랙홀과도 같이 모호하고 이상한 그곳에선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 마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소리로 전해진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세밀하게 설계된 감각의 통로를 따라 자신의 내면으로 이동하는 느낌을 받는다. 시각·청각적 자극을 극대화 한 무대는 언어를 거치지 않아도 마치 촉수로 빨아들이듯 우리 몸의 감각기관으로 직접 흡수된다.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가 사유의 바다에 푹 빠진 후 극장을 나서는 청소년들은 ‘나는 누구인가’, ‘내 안엔 무엇이 있을까’를 재정의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여신동 연출은 “마침내 도착한 우리 마음 깊은 곳은 생소하고 기묘할지도,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이 공연이 모든 관객 여러분께 자기 자신의 ‘탱크’ 깊숙이 들어가 보는 여행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라며 연출 의도를 전했다. 사운드·음악을 맡은 오혁은 “<Tank ; 0-24>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청소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거는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