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불가사의는 다름 아닌 ‘나’라는 존재가 아닐까.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을 정의하듯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정의 내리려 한다. 하지만 그 고민은 미제로 끝날 때가 대부분이다. 결국, ‘나’조차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죽음에 다다른다. 이러한 가운데 ‘나는 누구인가’하는 물음을 던지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김기엽 조각가가 그 주인공이다. 나무가 지닌 속성을 그대로 살려 작업에 매진하며 관람객에게 삶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 중인 김기엽 조각가를 인터뷰했다.
김기엽 조각가는 ‘목조각’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원래 소조 작업을 계속해오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게 되면서 전통적 형상에만 가두는 흙과 헤어졌고, 고전 시대 조각가들이 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업하면 현대적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무의 살을 깎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렇듯 김기엽 조각가는 ‘나무’라는 소재로 종이의 질감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 삶, 경계 등을 담고자 노력해왔고, 다양한 실험도 지속해서 병행하며 젊은 조각가로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단단히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는 7번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 및 초대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김기엽 조각가는 현재 조각 작업에 매진하는 동시에 공주에 있는 임립미술관에서 작품 해설도 하며 지역사회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자신의 쓰임을 다하고 있다.
나무 자체 질감에 천착하여 작업 이어가
“과거와 달리 저는 요즘 나무 자체 질감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 나무가 지닌 속성 그대로 살려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사물의 형태가 비슷하고 질감도 비슷하면 모든 사물이 비슷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모든 사물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살릴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하며 관람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김기엽 조각가는 개인과 타인, 개인과 삶과 사회를 구분 짓는 보이지 않는 경계, 기준에 의해 획득되는 개별 영역의 의미보다 그것을 가로지르는 것의 의미에 질문하면서 이를 극대화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목재를 통해 종이 질감을 표현한 작품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과 같은 것인가 하는 물음과 예술 작품에서 드러나 보이는 표면과 그 속의 본질에 관한 괴리감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예술인지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또한, 김기엽 조각가는 자연과 인간에 관해 많이 고민했던 과거와 달리 근래에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 일환에서 그는 최근 <의미 없는 덩어리> 연작을 선보여 왔으며, 그것들이 인간의 삶과 비슷하다고 느껴 그 허무함을 조각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김기엽 조각가는 <From>, <Invisible> 연작, <동질적 형상>, <Message 2> 등 작품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함으로써 관람객과 소통에 한창이다.
다양한 작품으로 관람객과 만날 것
“저는 조각을 하고 있지만, 한 명의 문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후배들도 많고, 가르쳤던 학생도 많은데 그들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런 방법으로도 조각 작업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니게끔 하는 것을 넘어 저를 딛고 훨씬 더 훌륭한 조각가 후배들이 탄생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정도만 되어도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내포문화조각가협회 전시 및 한솥전 등에 참가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기엽 조각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더 많은 관람객에게 자기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향후 김기엽 조각가의 목조각 작품으로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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