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린 김덕천 개인전은 그의 아내이자 작가인 김미영과 한날한시 같은 공간인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선보였다. 김덕천 작가는 집이라는 따뜻한 공간을 바닷가에서 주워 온 폐목들을 형태를 만들고 붙여 색을 칠함으로써 예술이라는 조형 언어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아내 김미영 작가는 자연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풍경을 수채화로 보여주면서 미적 감성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두 작가의 작품으로 들어가 감상해 보자
김덕천 작가의 작품에는 집이라는 따뜻하고 살가운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 그가 바라보는 주변의 대상들, 주변의 이야기들, 자기 삶과 연관된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서 관찰하고 사유하며 예술적 디딤돌을 발견하는 것이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적 의미와 거주지로서의 장소성을 넘어 우리 삶의 전반적인 뿌리를 기반하는 상징성을 지니게 된다.
그의 작업실에는 바닷가에서 주워 온 폐목들이 쌓여있다. 폐목들은 결을 따라 나누어지고 다듬어지며, 색이 입혀지고 이야기가 더해져 캔버스 속으로 들어앉는다. 그렇게 해서 바다를 떠돌던 표류 목들은 회화 공간에서의 조형적 뿌리를 내려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나무라는 특별한 재료의 특성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물었다. 왜 표류 목의 선택이었는지···.
오랜 시간의 흔적에서 우리는 지나간 시간의 서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낡고 닳아서 버려지는 것들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그 속에 삭아있는 시간에 대한 사색이었고, 긴 시간 동안 쓰임을 다한 숙성된 삶의 이야기에 대한 연민이었는지 모른다. 그가 발견한 선택적 재료인 폐목을 통해 재현된 시간과 집이라는 형태의 의미 있는 장소와의 연관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재해석과 함께 본인이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의 특화된 흔적을 다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감각적이고 섬세한 작가의 손끝에서,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처럼 살아난 폐목들은 대지의 이미지와 이야기가 전개되며 창의적 유희를 통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미학적 언어로 다듬어 올린 집들은 그가 생각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다양하고 전방위적이다. 정면과 측면이 동시에 배치된 건물에 고공 부감 시점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지붕과 저공 부감 시점의 비스듬하게 내려다보이는 지붕이 혼용되어 관객과 마주하고 있다. 관객은 내려다보는 것 같지만 정면이었다가 정면인가 하면 측면으로 돌아가는 공간의 균열과 함께 사방으로 돌아다니게 된다. 원근법의 파괴와 함께 사물의 공간 배치에 대한 동시성을 통하여 다양한 장면들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하여 시각적 감흥은 훨씬 더해지고, 집의 공간 개념을 아는 관객들에게 각자의 의미들을 발견하게 하고 지적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것이 그가 판도라의 상자라고 명명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예술적 사유는 사람과 그 사는 이야기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속에서 그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름으로 예술적 철학을 담아내어 희·노·애·락의 온갖 애환들과 상자 안에 남겨진 희망의 씨앗을 다듬어 내는 것이다. 글/ 김미화 수필가, 서양화가
무질서한 듯,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들 그 속에서 받았던 감동, 그리움, 사랑, 희망, 간절함이 작품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수채화의 맑고 경쾌함을 넘어서, 깊고 깊은 색들로 연출해 단아함과 때론 절제된 색감으로 감동을 자아내고자 했다. 또, 대상을 지극히 주관화해 심도 있는 연구와 작업을 통해 독창적이면서 회화의 깊이와 품격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자 하였다. 회화는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이자 창작물이라고 하였다. 작품 속 소재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상에서 마주한 자연의 미적 시각과 내적 감성을 더했다. 더욱 풍부한 생동감과 단단하고 밀도 있는 절제된 화면 구성과 표현으로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본질이 추구하는 생명성과, 다양한 감정 체계와 미적 감성들로 담았다. 글/ 김미영(작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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