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열린 미술관이라는 특성을 가진 서울관은 많은 사람들이 길목처럼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에 길목이 되는 종친부 마당에는 작가들에게 직접 의뢰하여 장소의 특성에 따라 관람객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하였으며 경복궁 마당, 전시마당, 선 큰 가든 등 실내를 통해 입장가능한 공간은 조각 설치작품으로 구성하였다. 종친부 마당에 설치된 김승영(Kim, Seung-young) 의 <따뜻한 의자Warm Chairs>는 보일러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여 사람의 체온 36.5도를 유지한다. 이는 종친부의 역사적 아픔과 흔적을 사람의 체온으로 치유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곳을 방문한 관람객은 따뜻한 의자에 앉아 주변 공간을 체험하고, 돌에 새겨진 종친부와 관련된 과거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이 작품 옆으로 디지털 도서관 옆의 잔디밭에는 정승(Jung, Seung) 작가의 <왜? 안될 것 없죠,... 할것>이라는 작품이 설치되었다. 이 작품은 상품용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하여 ‘?’ 모양으로 설치한 오브제 작품이다. 작가는 현대미술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다시 질문으로 답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현대미술의 해답을 찾도록 하는 방식의 작품이다.
이 작품 또한 관람객은 앉아서 쉴 수도 있으며 놀이터처럼 유희할 수 있다. 이 두 설치 작품은 서울관 개관을 기념하여 장소의 특성을 살린 작품들로 관람객을 작품 속으로 적극 유도한다. 이상의 장소 특정적인 설치 작품 외에 서울관의 마당에는 환경에 어울리는 조각작품을 설치하고 있다. 미술관 마당 입구에 설치된 엄태정의 <에너지 69Energy 69>가 오가는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철로 된 사각형 파이프가 서로 엉켜져 있는데 마치 용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듯 보인다. 엄태정의 1969년 작으로 미술관의 심볼 역할을 한다. 미술관 내부의 전시마당에는 박영숙의 <탄생>과 이우환의 <사방에서>을 만날 수 있다. 도예가 박영숙의 <탄생>은 알 모양의 도예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갈라져 마치 새가 금방 알을 깨고 나온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작가는 새로운 탄생의 시점에 있는 서울관에 비추어 본 작품의 설치를 계획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마주하고 있는 이우환의 <사방에서>는 이질적인 물체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선큰 가든에 설치된 김정숙의 <비상>, 경복궁 마당의 알렉산더 칼더 작 <무제-스위스 치즈> 등이 설치되어 소소한 감상의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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