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로봇 수술을 도입한 이래 33,000례 이상의 수술을 진행하며 국내에서 로봇 수술이 가능한 병원 중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비뇨기계 암 수술의 대부분에 로봇을 적용하고 있는데, 단일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수술용 로봇 1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최신형인 다빈치 SP(단일공) 및 Xi는 물론 S, Si 모두 사용하고 있다. 최영득 교수는 지난해 아시아 최초, 세계 다섯 번째로 비뇨기 암 로봇 수술 5,000례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원래 개복수술을 잘하던 최영득 교수는 전립선암 수술은 로봇 수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료철학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일찍이 로봇 수술을 받아들여 그는 현재 약 5,700례의 집도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는 국내 1위, 아시아 1위,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다. 여기에 그는 로봇 수술을 끊임없이 거듭한 끝에 약 30여 가지의 환자 맞춤형 로봇 전립선 적출술을 개발하며 의료 발전 및 환자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영득 교수는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과 교수로 후학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간 연세대학교 비뇨의과학연구소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과장, 세브란스병원 비뇨기암센터장, 세브란스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연세대학교와 세브란스병원을 넘어 대한민국 의학 수준 향상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내가 건강해야 환자에게 도움이 돼
기자가 최영득 교수를 처음 인터뷰한 건 2019년이었다. 그때 최영득 교수의 일과를 듣고 적잖이 놀랐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에 출근하여 6시부터 회진을 돌고 8시 30분부터 약 300여 명의 환자 진료나 수술에 자신의 에너지를 온전히 쏟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24시간을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쓰는 게 습관이 되었었고, 자정까지 자신을 세상의 톱니바퀴 속에 몰아세웠다. 그런 그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최영득 교수의 건강이 염려되기도 했다. 이러한 스케줄을 수십 년을 소화하는 건 절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태어난 저는 초등학교 시절 상경하여 대학생 시절까지 앞만 보며 달렸습니다. 그때부터 저에게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남들보다 부지런히 사는 습관이 생긴 지 모릅니다. 의사가 되어서도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오전 4시에 출근하여 오후 9시 이후에 퇴근하고 12시에 취침하여 3시 반에 기상하는 생활을 이어 나갔습니다. 더 많은 환자를 처치하고 최고가 되고자 지나치게 많은 자처한 일에 더욱더 밀려오는 많은 일들로 중압감이 생기며 결국은 공황장애를 불러왔습니다. 어느 날부터 새벽에 출근하면 가슴에 이상하게 압박감이 생겨 옆에 계신 정신과 선배님에 물었더니 “정신과 선배님이 일을 좀 줄여 너 그럴줄알았어”하며 공황장애 진단이 나왔습니다. 정상적인 속도로 일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무리함으로 너무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몸이 자폭한 것이죠.”
공황장애 진단은 최영득 교수에게 있어서 삶의 전환점이 됐다. 자신이 건강해야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치료제를 꾸준히 먹으면서 일을 점점 줄여가니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정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약에 의지하여 살 수도 없었기에 약을 끊고, 수십 년을 이어온 삶의 루틴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새벽 4시에 출근하는 것은 평생의 습관이라 어쩔 수 없이 지속하되 오후 4시가 되면 더는 일을 만들지 않고 집에 가기로 한 것이다. 즉, 최영득 교수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적정수준에 맞춰 살아가기 시작했으며,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에 걸쳐 걷기 운동도 생활화하여 건강을 빠르게 회복했다. 지나친 욕심이 계속되면서 결국, 나 자신이 무너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한 최영득 교수는 앞으로도 나의 적정수준을 철저히 지켜 더욱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환자를 위한 30여 개의 수술법 개발
전립선은 골반 안쪽에 자리해 암 조직이 뼈에 가려져 수술이 힘들다. 또한, 수술하더라도 요실금 혹은 성기능장애 등 부작용이 뒤따른다. 이에 반해 로봇 수술은 골반 안쪽까지 카메라가 들어가 암 발생 부위를 10배 확대하여 볼 수 있어 더욱 정밀하게 암 조직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그리하여 주변 성 기능 신경과 혈관을 살려서 성 기능을 유지케 하고, 배뇨 관련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요실금 예방 효과도 매우 우수하다. 더불어 로봇수술을 하다 보면 사람의 손과 같은 세밀한 촉각의 감각과 내 눈의 명확한 시각을 이용하여 확대된 조직에서 암과 정상조직을 간편하고 쉽게 분리하여 수술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기에 최영득 교수가 로봇 수술을 고수하는 이유다.
“개복수술과 달리 로봇 수술은 환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집도합니다. 인체에 1cm 크기 구멍 3~4개를 뚫어 눈과 같은 입체 확대경과 손과 같은 작은 기구를 넣어 직접 의사의 눈과 손으로 수술하듯 진행합니다. 또한, 시야도 10배 이상 확대할 수 있어 맨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부위의 수술도 더욱 완성도 있게 해낼 수 있습니다. 즉, 로봇 수술은 의사에게는 수술 시간을 단축하여 피로도를 줄이고,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합니다. 환자에게도 로봇 수술은 수술에 따른 스트레스가 적고, 암 수술로 야기되는 부작용도 현저히 감소시킵니다. 하지만 로봇 수술도 결국, 의사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완숙의 단계에 다다르기 위한 숙련 과정은 물론 더 나은 수술법을 체득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최영득 교수는 여전히 발전 중이다. 그는 약 6,000례에 이르는 집도 경험을 통해 30여 가지의 수술법을 체득했다. 최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술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암 조직을 제거하면서 요도조직과 성 신경은 최대한 남기는 ‘요도-신경-혈관 보존 로봇 적출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앞으로도 최영득 교수는 시각과 촉각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술기를 개발 및 적용하여 수술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더 높은 만족도를 제공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신적·육체적 만족을 제공할 것
“몸에서 뭔가를 떼어내는 것처럼 사람이 불안한 게 없죠. 하지만 손톱도 자라면 자르는 것처럼 암세포 역시 떼어낼 수 있다면 떼어내야 합니다. 특히 전립선은 암이 있는 부위만 자르면 다른 부위에서 또 생겨나므로 전립선 자체를 척출하는 게 완치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수술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만큼 환자분들은 꼭 암에 대한 치료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암을 갖고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으면 수술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약물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의 지연 치료로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분들의 치료 원칙과 나이 그리고 병기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치료를 제공해가고 있습니다.”
암 정복은 모두의 소망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가장 최선은 암을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암이 발병한 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암이 없어졌다는 정신적 만족,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육체적 만족을 최대한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최영득 교수. 앞으로도 그가 환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유익한 치료를 계속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