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랑은 장욱진 화백의 30주기를 기념하며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이자 주제인 집, 가족, 자연을 테마로 삼고 그의 대표작 50여 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장욱진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 회화 세계를 펼친 작가로 꼽힌다. 그는 일상적 이미지를 정감 있는 형태와 독특한 색감으로 화폭에 그려냈다. 늘 “나는 심플하다”고 강조하며 작가가 추구한 단순함의 미학과 소박한 삶의 이상향이 그의 작은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전은 제목처럼 장욱진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집, 가족, 자연이라는 모티프에 주목한 전시다. 초기작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그림 곳곳에 따로 또 같이 등장하는 세 요소에서 일제 식민지, 한국전쟁, 산업화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한 예술가의 시대정신이 포착된다.
집도 작품이다 장욱진에게 집은 가족과 생활하는 안식처이자 작가의 예술적 영혼이 깃든 아틀리에였다. 그는 화백이나 교수보다 집 가(家)자가 들어가는 화가란 말을 가장 좋아했으며, “집도 작품이다”고 즐겨 말하곤 했다. 집과 공간 나아가 건축에 대한 장욱진의 관심은 그림의 조형적 질서와 구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집 혹은 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달, 두 아이가 자연스럽게 좌우 대칭을 이루는 구도를 자주 사용했고, 화면에 타원형이나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공간을 별도로 구성했다. “나는 심플하다”라는 장욱진의 자기 고백이 작고 간결하지만, 응집력 강한 화면으로 표출된 것이다
가족, 사랑의 마음을 담아 장욱진은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로 구성된 가족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그렸다. 그의 그림에서 가족은 작은 집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자연 속을 산책하거나 한가로이 농촌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들은 전업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성심껏 도와준 자신의 가족을 그린 것이자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생전 작가는 가족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오직 그림을 통해 이해된다고 강조하곤 했다. 또한, 개인전을 결혼기념일이 있는 월과 부인의 생일이 있는 월에 열며 그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장욱진은 사람뿐 아니라 소와 돼지, 닭 등 주변 동물을 그릴 때도 가족을 강조했다. 어미 소 아래에서 젖을 먹는 송아지, 마당을 뛰놀거나 하늘을 나는 어미 새와 새끼 새 등 어미와 새끼를 함께 그려 동물의 가족을 묘사했다. 뒷동산에서 한가로이 노는 어른과 아이, 소와 돼지 그리고 하늘을 유유히 나는 새 가족의 모습은 장욱진이 우리에게 제시한 자연 속 가족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자연 화가가 꿈꾼 이상향 장욱진의 작품에는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정취로 가득한 자연의 모습이 등장한다. 장욱진에게 자연은 늘 영감의 원천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집과 아틀리에 주변을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한 그는 자연에서 전쟁으로 떠난 고향과 어린 시절에 관한 향수를 느꼈다. 장욱진의 작품에서 자연은 인간과 동물을 품고 서로 다른 세계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장소다. 그 안에 작은 집이 있고 가족이 모여 있고 큰 나무가 자라고 동물이 산다. 작가는 시끄럽고 번잡한 도시를 떠나 덕소, 명륜동, 수안보, 신갈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삶과 예술의 터전을 마련했고, 그곳의 비, 달, 바람까지도 사랑하며 주변의 풍광을 동화적인 모습으로 그려냈다. 원근과 비례가 자유로운 자연의 묘사에서 작가만의 풍류와 순수함이 도드라진다. 그의 그림 속 푸르른 생명력을 간직한 풍경은 자연과 벗하며 살기 원한 화가의 또 다른 초상이자 원초적 이상향이다.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전은 장욱진의 대표작 50여 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기회이자 해학과 자유, 순진무구함이 깃든 그의 아름다운 조형 언어를 재확인하는 자리이다. 전시를 준비한 현대화랑 측은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모든 관객에게 집의 소중함과 가족을 향한 사랑, 이제는 잊힌 깨끗하고 아름다운 동화적 세계를 다시 상상하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전시는 오는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사진 제공=현대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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