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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를 매개로 한 개념미술의 정수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과천 | 2020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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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의 최초 한국어 신작 3점이 공개된다.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가 11월 23일부터 2020년 7월 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과천에서 개최된다.
제니 홀저는 40여 년간 텍스트를 매개로 사회와 개인, 정치적 주제를 다뤄 온 세계적인 개념미술가이다. 2017년부터 약 3년간 진행된 이번 커미션 프로젝트는 서울관 내 서울박스와 로비, 과천관 야외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신작으로 제니 홀저 작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제니 홀저는 격언, 속담 혹은 잠언과 같은 형식으로 역사 및 정치적 담론, 사회 문제를 주제로 자신이 쓴 경구들(Truisms)을 뉴욕 거리에 게시하면서 텍스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작가는 티셔츠, 모자, 명판 등과 같은 일상 사물에서부터 석조물, 전자기기, 건축물 그리고 자연 풍경 등에 언어를 투사하는 초대형 프로젝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공공장소에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홀저는 1990년 제44회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같은 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후 구겐하임 미술관(뉴욕, 빌바오), 휘트니 미술관, 루브르 아부다비, 뉴욕 7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에서는 포스터, LED 사인, 돌 조각 등 작가의 가장 잘 알려진 매체들로 구성된 작품 3점을 미술관 실내·외 공간에서 함께 선보인다. 언어를 매체로 탐구하기 시작한 홀저의 초기 작품 <경구들>(1977-79)과 <선동적 에세이>(1977-82) 포스터는 서울관 로비 벽면에 1000장이 넘는 포스터 설치로 구현되었다. 이 작품은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어조로 작성된 제니 홀저의 <선동적 에세이>(1979-1982) 시리즈 25개 중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현한 12가지 포스터와, <경구들>(1977~1979) 시리즈에서 발췌한 문장 240개를 인쇄한 포스터로 이루어졌다. 이 포스터 외에도 과천관의 석조 다리 위에는 작가가 선정한 11개의 <경구들에서 선정된 문구들>을 영구적으로 새긴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미술관과 자연경관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관람객들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일상 속 사유의 시간을 마주하게 한다.
서울박스에는 이번 프로젝트와 동명의 신작이자 최초로 국문과 영문 텍스트를 함께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2019)가 설치되었다. 길이 6.4m의 직사각형 기둥의 네 면을 둘러싼 LED 화면 위로 작가가 선정한 문학 작품들의 텍스트가 흘러간다. 김혜순, 한강, 에밀리 정민 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호진 아지즈 등 현대 문학가 5명의 작품이 함께 선보이며 이를 통해 여성 화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약 16m 높이 천장에 매달린 사각기둥은 서울박스 공간에 맞춰 구현된 로봇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속도로 위아래로 움직인다. <당신을 위하여>에 제시된 내러티브들은 역사적 비극, 재앙 혹은 사회적 참상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들의 생각을 추적하며 미술관을 공감과 대립, 소통과 회복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에서는 <당신을 위하여>, <경구들에서 선정된 문구들> 2점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2011년 발족한 경영인 모임으로 매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뉴미디어 작품 수집을 지원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는 2012년 문경원&전준호의 <News from Nowhere>, 2018년 히토 슈타이얼의 <Liquidity Inc>, 에이샤-리사 아틸라의 <Horizontal-Vaakasuora> 등을 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커미션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왕성한 활동 중인 제니 홀저가 최초로 한국어를 활용한 신작을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미술관 공간에 맞추어 특별히 커미션 제작된 작품들은 국내외 관객들에게 현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고,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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