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첫 해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은 혼탁한 정국을 만들었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갖은 시정연설을 통해 “국회에서 합의점을 찾아달라”고 밝혔지만 그 말의 뉘앙스를 두고 여당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해석은 사뭇 다른 모양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 자체에 대해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정부의 진상규명 의지를 믿으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달라는 논리를 펼쳐 국정원 사건이 박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방어막을 쳤다. 사법부가 판단하게 될 지, 특검에서 밝혀지게 될 지는 미지수지만 한 가지 확실해 보이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끝나는 순간까지 갈등과 불신의 골이 메워지기란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포커스를 바꿔 현실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대북지원에 대해서 너무 인색한 처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보가 아닌 인도적 차원의 것이다. 통일부는 지난 9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북한 어린이 6만 명에게 줄 밀가루, 옥수수, 분유 지원을 다른 목적으로의 전용 가능성을 이유로 막았다. 또 수해지역 주민을 위한 국수지원과 월드비전의 밀가루 지원도 막았다. 하지만 대북지원에 인색했다는 평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조차 월드비전의 수해지역 유치원, 소학교에 대한 밀가루 지원, 한국JTS의 밀 지원은 허용한 바 있다. 민주당 인재근 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들어 민간 차원의 지원 규모는 41억 원어치다. 이명박 정부 때의 최저치인 지난해 118억 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규모였다. 한편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공공기관 개혁의 경우도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다. 공공기관 부채는 520조 원에 달하고 있다. 국민 1인당 1,000만 원의 부채를 진 꼴이다. 이는 국가부채 총액을 넘어서는 액수로서 총금액 중 절반은 최근 6년 새 늘어난 금액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늘어난 이유와 대책에 관해 제대로 된 설명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낙하산 인사와 방만한 경영은 극에 달해 있다. 공공기관 개혁은 평가라기보다 이제 칼을 빼들어야 할 시점이다. 대선 전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복지공약은 박근혜 정부가 되어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공약 내용이 바뀌는 등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국방부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도 갈피를 못 잡고 헤맸고 전투기 선정 과정과 전작권 환수에 관한 미국 눈치 보기라는 의혹을 낳았다. 임기 일 년은 시끄러웠다. 분열의 연속이었지만 국민은 정부와 정치권을 믿고 싶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길 새해를 맞이하는 요즘 다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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