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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본주의 건축학자의 새로운 도전 광주에 ‘이해’와 ‘감성’ 더하다

조선이공대학교 건축과 길종원 교수 | 2018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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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공학과 인문학의 경계선에 위치하기에 건축학자의 행보에서 인문적인 결을 발견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도의 몰입을 요구하는 설계 특성상,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도면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철학을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인물은 특별하다. 그는 공간디자인과 건축을 넘나들며 학문간 교류를 주도해온 동시에, 항상 희생과 나눔, 즉 ‘광주 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남다른 철학적 가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본주의’야말로 그에게 있어 설계도면이자 매체인 것이다. 최근들어 자신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한편, 광주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영감에 불타고 있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길종원 조선이공대학교 건축과 교수다.

현재 길종원 교수는 인생의 교차점에 도달했음을 직감하고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실현해온 애향과 나눔의 각오를 새로이 하는 한편, 건축학의 발전과 더불어 광주도심의 재생과 활성화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내는 것이 길종원 교수의 새로운 목표다.
“지난해는 제가 교수 부임한지 20주년 되던 해였습니다. 숫자가 주는 의미도 있거니와, 몇 년 전 부터 저 스스로 건축교수로서 학술교류에만 집중해오면서 사회 현안에 관한 성찰에는 다소 제한적이었다고 생각해왔었죠. 이런 저런 고민들은 저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해줬고, 더 나아가 광주 지역사회의 현안과 아픔에 공감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많은 아이디어로 이어졌습니다.”
그에게 지난 해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해였던 것이 틀림없다. 20년간 교수로서 활동해오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반성하고, 한국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 신분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로 각오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길종원 교수는 이제 도면을 벗어나 광주에 희망과 미래를 설계하고자 새로운 20년을 구체적으로 계획한다. 오십의 나이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 반백의 세월을 살아오며 깨달은 자신의 사회적 쓸모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펼쳐나가는 시기라는 의미다.


건축학자로서 20년...다가오는 20년은 새로움 가득할 것
“작년은 저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한 해였습니다. 틈나는 대로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생각을 정리했어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혹독하게 저의 지난 발자취를 되새기고 분석했습니다. 인간 길종원이 서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새로운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3월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로서 길종원 교수에게 본격적인 인생 2막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그는 2018년의 목표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새로운 교수의 삶’을 꼽았다. 그간 길종원 교수는 젊은 시절 건축가의 꿈을 품고 작품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상아탑으로 자리를 옮겨 후학들을 양성하고 광주 예술·디자인 발전에 몰두해왔다. 그는 기존의 활동에 선택과 집중을 최우선 가치로 큰 변화를 줌으로써 활동 영역을 확고히 다지고 더 넓혀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저의 행보는 그저 다양성을 염두에 뒀었습니다만, 이제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생각입니다.”

적극적으로 사회 및 봉사 활동 펼쳐
현재 길종원 교수는 외교부 소속인 (사)국제디자인교류재단 광주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광주 지역의 디자인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 (사)한국공간디자인협회장을 역임하면서 디자인과 건축의 경계선에서 활동해왔다.
“디자이너와 실내건축디자이너들과 교류 관계를 맺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왔습니다. 저의 건축 설계 역량과 감각 확장에 큰 도움이 됐던 경험이었죠. 또 학생들과 함께 건축 현장을 찾아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수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건축은 이론이나 작품의 진취성보다, 실제 환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바로 이런 점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한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젊은 시절에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견문과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게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중견 건축가로 성장한 후에 자신만의 분야를 확립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길종원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주기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그가 특히 사랑하는 양림동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제자들이 인본주의를 갖춘 건축가로 성장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제가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면서 선교사들의 절절했던 행적들을 많이 보고 배웠습니다. 미국에서 좋은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광주에 와서 풍토병에 희생되면서까지 기독교와 민주주의의 밀알을 뿌렸던 역사를 알게되니, 같은 기독교인인 저에게 또 다른 의무감으로 돌아오더군요.”
항상 빚진 자의 마음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본다는 길종원 교수. 학생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펼치면서 항상 선교사들과 5월 광주의 희생을 되새기면서 학생들에게 사회적 식견을 불어넣으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인본주의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광주의 모든 것이 응축된 양림동의 미래를 그리다
“양림동은 근대역사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광주 정신이 살아 숨쉬는 심장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건축가협회 소속으로 ‘건축가와 함께하는 양림투어’를 진행하면서 양림동의 진면모에 대해 알게 됐고, 그때 이후로 더 열렬히 이곳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길종원 교수는 기자와 함께 양림동 골목을 걸어 올라가면서 깊은 속내를 열어보였다.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시간의 흐름이 진하게 느껴지는 주택들을 바라보는 그에게서 남다른 붉고 뜨거운 진심이 느껴졌다.다소 가파른 오르막길과 계단을 오르자 이윽고 1920년에 지어진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Robert M. Willson) 사택이 눈앞에 들어왔다.
“방금 과거,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 양림동이라고 말씀드렸죠?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양림동의 과거를 담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건축물주택으로서, 지어질 당시부터 지금까지 우일선 사택은 광주의 미래, 인본주의적 가치와 정의를 상징해왔습니다.”
지난 것과 올 것, 공학과 인문학, 예술과 철학 등이 공존하는 공간, 양림동. 길종원 교수의 진심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키워드와 맞물려 그에게 많은 시사점들을 던져준다.
“광주는 아파트 보급률이 대단히 높은 도시입니다. 끊임없이 올라가는 고층 건물들로 인해 편의도 제공되지만, 반대로 주민 간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또 개발을 명분으로 소중한 광주의 문화재들을 홀대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광주의 건축문화재를 시민들 앞에 다시금 공개하면서 도시의 발전을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재 저에게 주어진 큰 과제입니다.”
구도심의 활성화는 단순히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건축물을 세운다고 해서는 달성할 수 없다. 도시의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근본적으로 인구를 받아들일 매력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현 정부의 정책 취지가 기본적으로 길종원 교수의 철학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울러 디자인의 메카로 발전해나가려는 전남과 광주의 정책 방향과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니, 그가 가슴에 품은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현실화 될지 기대된다.
길종원 교수의 강점은 건축가인 동시에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면서 넓은 시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 디자이너, 공간디자이너, 봉사가, 사회운동가 등 그가 갖춘 다양한 면모는 앞으로 광주의 발전을 위해 더 큰 사명을 맡을 것이라는 확신에 이르게 한다.

가슴에 광주정신 품은 인본주의자
“제 마음속의 ‘애향심, 양림사랑, 건축’은 별개 같지만 하나로 통합니다. 바로 ‘광주정신’이죠. 다양한 가치를 한데 모아 ‘사회적 정의’라는 이름으로 응축해내는 주물이 바로 광주정신이며, 젊은 시절 제가 추구해온 다양한 삶의 모습들의 중심에도 광주정신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길종원 교수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해온 원동력인 광주정신은 현재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새로운 예술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는 양림동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 신진 예술인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구도심임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성장하는 양림동은 그 자체로 광주정신이 실현되는 현장이자, 앞으로 광주 구도심 재생에 롤 모델이 되고 있다.

55년 역사의 전문 직업인 양성 교육 기관 조선이공대학교
조선이공대학교는 1963년 1월 설립된 전문대학교로서, 산업사회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교수·연구하고 재능을 연마해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해왔다. 개성교육, 생산교육, 영재교육을 건학이념삼아 지금까지 수많은 전문인들을 배출해왔다. 특히 조선이공대학교 건축과는 학교 설립 이듬해에 개설되면서, 국내에서도 뿌리 깊은 역사성과 남다른 저력으로 손꼽히는 건축과로 인정받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이 곳 조선이공대학교에 부임한지 20년째를 맞이합니다. 1998년에 실내건축과 교수로 부임해 근무하다 2001년에 본래 전공인 건축과로 자리를 옮겼죠. 일본 동경대에서 논문박사과정을 3년간 밟고 국립경상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처음 교수로 부임했을 나이가 정확히 30세였어요. 정말 젊은 나이였죠.”
조선이공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길종원 교수는 지금까지 오롯이 조선이공대학교 건축과의 발전과 건축학의 학술 저변 확대, 광주 지역사회의 발전에 집중해왔다.
“저희 학과의 동문은 총 6,000여명으로써 호남권 최대 규모입니다. 건축분야의 기업이나 설계사무소에 포진한 동문들은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현장감 넘치는 교육과정에서부터 최고 수준의 교육장비, 그리고 다양한 작품활동과 학술교류활동을 펼치며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훌륭한 교수님들까지. 조선이공대학교 건축과는 건축가를 지망하는 젊은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이라고 자부합니다.”
길종원 교수는 인터뷰 동안 학교에 대한 절실한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단순히 취업률 제고에 시선을 뺏기지 않고, 남다른 철학을 갖춘 학생을 양성해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는 모습을 증명한 것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새로운 각오로 다른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가슴 가득한 후학 사랑을 경험했다. 교수, 건축, 봉사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했고 그 어떤 분야에서도 소홀함이 없었던 길종원 교수는 진정한 인본주의자이자 광주정신을 현실화하는 혁신가다. 형이상적 가치를 광주에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길종원 교수의 행보에서 기분 좋은 확신을 느끼면서, 본 기자도 그의 앞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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