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추워서 야외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끝도 없다. 겨울은 겨울만이 갖는 분위기가 있으며, 자연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축제가 도처에서 열린다. 집에서 이불을 폭 덮고 귤을 먹으며 TV를 보는 것도 물론 겨울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보다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야외로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본지에서는 우리나라를 넘어 ‘겨울왕국’의 대표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로 시야를 넓혀봤다. 얼음과 눈으로 만든 각양각색의 조각상들이 관광객을 맞이해주는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를 주목해보자. 그린델발트는 인터라켄에서 기차로 약 30분 거리에 자리한 스위스의 휴양지다. 융프라우와 피리스트 등 그린델발트 주위로 솟아있는 봉우리를 감상하며 스키를 즐기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매년 1월이 되면 스위스는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눈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는 1993년 일본인 조각가가 커다란 알프스 소녀 하이디 조각상을 만든 후 시작되었다. 이후 전 세계에서 모인 예술가들이 나라를 대표하여 팀을 결성해 얼음과 눈으로 조각상을 만들고 그 작품의 제작과정을 구경하거나 직접 참여해보며 즐기는 축제 형태로 발전하였다.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는 매년 특정 주제가 발표되고, 이에 따라 거대한 눈 덩어리가 아주 멋진 조각 작품으로 변신한다. 이러한 조각 작품과 축제 현장을 가득 채운 주민과 관광객 등으로 마을의 중앙 광장은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져 절정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전문 심사위원과 일반인의 심사 결과가 발표됨으로써 약 일주일간의 겨울 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처럼 눈 조각 경연대회는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였다. 눈 조각 경연대회는 마을 중앙에 위치한 광장 베어파르크플라츠에서 펼쳐진다. 눈 조각 경연대회의 유일한 룰은 눈, 물, 얼음을 제외한 다른 재료는 일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눈 조각 경연대회 전문가 심사위원들은 축제 기간 동안 제작 및 완성돼 광장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 중에서 그 해의 주제를 가장 잘 구현하는 동시에 독창적이면서 섬세한 기술까지 갖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여기에 더해 주민과 관광객으로 이뤄진 일반인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선정해 1위부터 3위까지 시상한다. 이는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가 예술성과 기교적인 우수성을 평가하는 것과 동시에 예술가가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까지 살피는 것을 행사의 중요한 아이덴티티로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의 주민과 관광객 그리고 예술가들이 모두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다.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는 특히 우리나라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지난 2010년에 그린델발트와 한국의 화천군은 축제 상호발전 방안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12년에 개최된 제30회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에 화천군 팀은 한국 대표로 참가하여 우리나라 특유의 전통 풍물놀이를 표현한 작품으로 전문가 심사와 일반인 심사 모두 1위로 선정돼 그랑프리를 차지한 바 있다. 이듬해에 다시 출전한 화천군 팀은 신비한 미소를 머금은 동양 소녀상으로 일반인 심사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으며 우리나라의 예술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스위스 베른 주의 산악 마을 그린델발트에서는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을 무대로 매년 세계인을 초대하고 있다.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비단 눈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것 외에도 마을 전역에서 퐁듀 맛보기, 패러글라이딩, 스키, 터보건 체험, 빙벽 등반, 하이킹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다음 달에 어김없이 돌아올 그린델발트 세계 눈 축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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