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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된 풀잎과 기억을 그림으로 노래하다

곽경민 작가 | 2017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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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단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곽경민 작가는 자연과 함께 보낸 유년기의 기억을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를 통해 화폭에 옮기는 작업을 계속하여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완성하고 있다. 20여 년간 채집된 풀잎이라는 소재로 반추상화의 미학을 극대화 중인 곽경민 작가는 지난 9월 자신의 일곱 번째 개인전 <채집된 풀잎과 기억>을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어 큰 호응을 받았다. 11월에는 압구정동 삼성화랑에서 초대전, 수원 해움미술관에서 여덟 번째 개인전을 연이어 개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자연으로의 초대장’을 그림으로 전하는 ‘풀잎 화가’ 곽경민 작가를 본지에서 만나 그의 작품세계를 취재해보았다.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거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곽경민 작가는 어린 시절, 풀잎을 채집해 책갈피에 끼우던 행복한 기억을 그녀의 화폭에 담았다. 그녀가 풀잎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기억 자체가 여전히 자신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곽경민 작가는 학부 재학 중에 풀잎을 소재로 한 대망의 첫 번째 개인전 <풀의 이미지 채집>을 열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보이는 언어로 표현하는 곽경민 작가의 반추상화 세계는 그 후로 더욱 견고해졌고, 총 8번의 개인전과 30여 차례의 단체전 등에 참가하며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힐링 바이 네이처>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미국 LA에서 개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영역을 넓히며 대한민국 작가의 실력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 중인 곽경민 작가는 대한민국 회화전 입상과 대한민국 미술대상 특선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순수한 감성으로 자연을 노래하다
“저는 다섯 살 무렵부터 화가라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좋았고 그 자체로 행복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그림을 그리겠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지금까지 줄곧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는 작업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심상이 있습니다. 자연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걸 보면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아름답던 기억을 캔버스에 옮기려고 하다 보니 나뭇잎과 빛을 이용한 작업을 지속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곽경민 작가는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 보낸 시간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곽경민 작가는 단순히 그 시간을 상기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 채집된 풀잎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발현하고자 한다. 이를 표현하고자 곽경민 작가는 채집된 풀잎에  여러 색의 물감을 겹겹이 바르는 한편 자연에 가까운 색채로 풀잎이 지닌 야생의 생명력을 복원시킨다. 이처럼 원초적인 세계는 결국 그녀로 하여금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목표에 한걸음 더 가깝게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온 아름다운 빛을 간직한 곽경민 작가 특유의 순수한 감성은 자연을 매개로 한 작품세계를 펼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지금도 자연 속에서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는 곽경민 작가는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로서의 풀잎에 깊이 주목하고 있다. 그녀가 간절히 바라는 자연으로의 회귀는 풀잎의 본래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원시적인 자연을 시각적 언어로 변환시킴으로써 가능해졌다.

희망을 주는 작가로 남고 싶다  
채집된 풀잎을 매개로 한 곽경민 작가의 정형화되지 않은 작품은 데뷔 초 초현실주의와 사실주의 그리고 추상표현주의를 넘나들었다. 그렇지만 긴 시간이 흐른 지금 그녀의 그림도 반추상화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반추상화의 느낌을 깊게 받을 수 있는 그녀의 현재 작품은 풀잎만으로 캔버스 전체를 가득 채우는가하면, 풀잎으로 원이나 사각의 조형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자연의 순수성을 가공하지 않고 캔버스에 옮겨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다.
“저는 자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치유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 그림에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이 많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밝은 기운을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또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치유되고 싶은 제 심정을 그림으로 간절하게 나타낸 것이기도 합니다. 빛이 희망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여 빛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앞으로도 자연의 순수한 시각적 언어로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희망이 넘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곽경민 작가는 단순히 풀잎을 차용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풀잎에 수준 높은 미학의 결정체를 녹여내 많은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호평 속에 곽경민 작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서울 아트 쇼’에 참가하는 것을 비롯해 2018년 1월 ‘LA 아트 쇼’ 그리고 5월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6월에는 ‘스위스 바젤아트페어’에서 전시를 연다. 풀잎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를 매료시키는 곽경민 작가의 눈부신 발자취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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