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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의 가슴시린 로맨스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 | 2013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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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애니메이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가 이 가을 천천히, 그러나 깊이있게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아름답고 가슴시린 로맨스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메시지는 사색하는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기 충분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바람이 분다>를 살펴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버스, 검댕이 먼지 등 최고의 걸작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금곰상 및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베니스영화제 기술공헌상 등을 수상하며 애니메이션의 전설이자 거장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바람이 분다>는 2008년 <벼랑위의 포뇨> 이후, 그의 차기작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기다려온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선사하는 이 위대한 러브스토리는 관객들에게 설레임과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하늘의 압도적인 공간감,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 부드러운 터치 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빛날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 홍수 속에서 차별화된 아날로그 2D 애니메이션의 장점이 더욱 돋보인다. 하늘을 동경한 소년과 소년의 꿈까지도 사랑한 소녀의 아름답고 가슴시린 로맨스를 그린<바람이 분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실제 사람의 목소리로 표현한 SE(효과음)을 통해 아날로그 정서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 또한 눈길을 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 증기기관차의 증기, 자동차의 엔진 소리 등의 이동 수단 효과음을 비롯해 대지진의 땅울림 소리와 같은 풍경의 효과음까지 모두 실제 사람의 목소리로 담아냈다. 2006년 일본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에서 상영을 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숙소 찾기> (원작, 각본,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에서도 인간의 목소리로 효과음을 시도했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의 장편 영화 중에서는 <바람이 분다>가 최초의 작품이다. 이번 작업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핵심을 내용보다는 볼거리에 초점을 맞추는 주객이 전도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아날로그로의 회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영화의 사운드를 인간의 소리로 내면 어떨까? 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제안에 음향 전문가인 ‘가사마츠 코지’와 함께 비행기, 지진을 포함. 어떤 곳에서 소리를 넣어야 하고 어떤 곳에서 빼야 할지 밸런스를 고민해서 사운드 디자인을 했다”며 작업 과정을 전했다. 영화 <바람이 분다>는 종소리, 기차의 기적 소리를 제외하고 모든 효과음은 사람의 목소리로 표현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놀라운 소리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바람이 분다>는 실존 인물 호리코시 지로의 삶을 중심으로, 동시대를 살았던 소설가 '호리 타츠오'의 자전적 소설 [바람이 분다]의 로맨스를 담아낸 작품이다. 10년 전 열차에서의 만남에서 안타깝게 헤어지지만, 서로를 가슴 속에 간직한 지로와 나호코는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서 사랑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다지게 된다. 이들의 순애보를 그린 <바람이 분다>는 사랑도 속도전을 펼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전화, 문자, SNS 등을 통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로와 나호코의 순수한 사랑은 그동안 잊고 있던 감성을 자극하며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가슴 깊은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5년동안 심혈을 기울인 끝에 완성한 이 작품에는 가장 신뢰하는 최강의 제작진이 모두 참여한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음악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든 작품에 관여하며 함께 세계관을 쌓아온 ‘히사이시 조’가 다시 한번 감미로운 선율을 담아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꾸준히 함께 작업해온 애니메이션의 동반자인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가 이번에도 완벽한 호흡으로 함께 작업했다. 특히 이번에는 목소리 캐스팅을 기존의 배우 또는 인기 스타가 아니라,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시리즈의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맡아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 6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공식 선언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장편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지브리 미술관 전시 등 하고 싶은 일이나 도전해 보고 싶은 여러 가지 일이 있다.”면서 “이제 자유이며, 일상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 밝혔다. 한편, <바람이 분다>는 일본 박스 오피스 5주 연속 1위,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제3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에 진출하며 세계적인 관심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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