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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주요 5개 부문 독식 그래미는 아델을 택했다

제59회 그래미 어워드 | 2017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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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Adele)의 날이었다. 지난 2월 12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9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 영국의 대표 여가수 아델이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상,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해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상, 최우수 팝 보컬 앨범상 등 총 5개상을 싹쓸이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이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션임을 입증해냈다.

이날 시상식의 백미는 단연 각각 9개,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세계적인 디바 비욘세와 아델의 진검승부였다. 비욘세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을 포함해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아델 역시 이 셋을 비롯한 굵직한 주요 5개 부문에서 수상을 노렸다. 이렇듯 시상식 전부터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은 트로피를 가져갈지 여부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음악팬들의 공통된 관심사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델의 독식이었다. 그래미는 전 세계에서 총 1500만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인 아델의 3집 앨범 ‘25’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델은 앨범 ‘25’로 대상격인 올해의 앨범뿐만 아니라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보컬 앨범상을 거머쥐며 5관왕에 올랐다. 반면 강력한 경쟁자였던 비욘세는 ‘베스트 어반 컨템퍼러리 앨범’과 ‘베스트 뮤직비디오’ 트로피를 받는데 그쳤다. 아델은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의 명실상부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이날 펼친 축하공연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아델은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스테이플스센터를 장악한 것은 물론 지난해 12월 숨진 영국 뮤지션 조지 마이클 헌정 무대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 아델은 헌정 무대를 하는 도중 감정에 복받쳐 공연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아델은 관객들과 무대를 함께한 세션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며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조지 마이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이유를 밝혔고, 이후 안정을 찾고 무대를 완성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밖에도 그래미의 선택을 받은 뮤지션으로 챈스 더 래퍼가 꼽힌다. 챈스 더 래퍼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과 함께 베스트랩앨범상과 베스트 랩 퍼포먼스상을 차지하며 아델 못지않은 기쁨을 이날 누렸다. 특히 챈스 더 래퍼는 정규 앨범이 아닌 믹스테이프(비공식 앨범)만으로 그래미의 선택을 받은 역사상 최초의 뮤지션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또한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글램 록의 대가 데이빗 보위는 유작 앨범이자 수록곡 ‘블랙스타’로 최우수 록 노래상, 최우수 록 퍼포먼스상, 최우수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상, 최우수 엔지니어드 앨범 비 클래식상 등 4개상을 수상하며 감동을 더했다.
이밖에도 아델과 선의의 경쟁을 벌인 비욘세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그래미 어워드에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만삭의 몸에도 불구하고 멋진 퍼포먼스와 함께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여 상 못지않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케이티 페리, 레이디 가가, 메탈리카의 평소 좀처럼 보기 힘든 합동공연도 명 공연으로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하지만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에도 옥에 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시상식으로 명성이 높은 그래미 어워드지만 주최 측이 ‘흑인’을 외면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아델에게 주요 상을 몰아준 데서 시작됐다. 흑인 여성의 인권을 대변하며 ‘역대급’ 앨범을 냈다는 평을 받은 비욘세였고, 이러한 반응에 따라 강력한 그래미의 주인공으로 대두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욘세는 총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음에도 고작 두 개의 트로피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그래미 어워드는 그동안 백인우월주의 성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지난해 역시 대중과 평단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켄드릭 라마를 외면하더니 올해에는 비욘세에게도 등을 돌리면서 그동안 곪아있던 부위가 터질 모양새다. 이러한 그래미 어워드의 방향성으로 말미암아 팬들의 원성은 물론이거니와 동료 아티스트들도 거센 비판을 퍼붓고 있다. 흑인 싱어송라이터 프랭크 오션은 그래미 어워드 보이콧 선언을 했고 지난해 외면 받은 당사자인 켄드릭 라마도 강한 분노를 표했다. 이처럼 그래미 어워드는 가장 권위 있다는 스스로의 명예를 스스로 걷어내고 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지금과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 다시금 모두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래미 어워드 자체의 쇄신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물론 하루아침에 변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내년 시상식에는 비욘세처럼 눈물을 흘리는 아티스트가 탄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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